한국 공공임대주택의 시초는 1989년 도입된 영구임대주택으로 볼 수 있다. 한세기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복지국가들의 사회주택에 비견할 만한 우리의 공공주택의 역사는 이제 31년 된 것이다. 전체 주택 중 비중은 OECD 평균 8%에 아직 못 미치지만, 7%를 넘어서 어느덧 360만명의 국민이 거주하는 삶의 터전이 되었다. 이제 한 세대에 해당하는 기간의 성과와 한계를 돌아보고, 시대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내집 마련’에 인생을 저당 잡히는 삶이나, 주거비 부담이 저출생사회로 이어져 국가 존립을 위협받는 지경을 극복하기 위해서, 공공주택이 해결할 과제를 짚어 본다.
외곽 아파트단지 위주였던 초창기와 달리, 최근엔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기존 도심에도 다양한 형태의 주택이 공급되고 있다. 계획과 입지의 측면에서는 분권화와 인구변화에 발맞춰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민간 건설 다세대주택 등을 매입하여 활용하는 기존의 공공매입 임대주택같은 경우, 공급 주체와 운영 주체가 분리되어 생기는 문제가 있었다. 공급자는 실제 수요나 운영 시 하자 발생 문제에 둔감해지고, 운영자는 민원에 시달리며, 공실은 재정 낭비로 귀결된 것이다. 이에 비해 최근 호텔리모델링으로 진행된 ‘매입약정-운영위탁형’ 임대주택은 운영 주체가 기획과 공급을 책임지고, 공공은 계획과 운영을 심사하고 감독하는, 한 단계 더 진화한 방식이다. 운영 주체가 콘셉트에 맞게 공간을 기획하고, 이후 관리도 책임지니 시공 과정도 더 꼼꼼히 챙기게 된다. 에너지 효율이 좋은 건물은 공사비도 많이 드는데, 이를 장기간 회수하는 구조에는 공급-운영 주체가 일치하는 것이 적합하다. 기후위기 대응에도 안성맞춤이다. 앞으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민간조직과 공공이 협력하는 사회주택과 같은 다양한 방식이 기대된다.
한편 나중에 치솟은 집값을 감당할 수 없을까 두려워 무리하게 구매에 나서는 심리를 안정시킬 필요도 있다. 갭투자를 막고 역사적으로 축소되어 가는 전세를 대체하기엔 환매보증부 방식이 좋겠다. 전세금 정도 가격으로 주택을 소유하되 팔 때는 공공에 되팔아야 하지만, 보증금을 빼줄 승계인을 기다릴 필요 없이 공공이 신속하게 되사주고, 상승한 가치의 일부도 합리적으로 공유하는 제도다. 가계부채가 심각한 상황에서 대출 규제를 함부로 완화하는 것은 하우스푸어 양산을 넘어 약탈적 대출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자가소유를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대금을 적립받는 방식으로 공공이 유동화를 매개해 주는 것도 대안이다. 소유 양극화와 ‘패닉 바잉’을 막기 위해서는 소유-임대의 이분법을 넘고 진보-보수의 문제의식을 결합한 환매보증부와 지분적립형 등의 하이브리드 방식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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