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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상징' 리 장군 동상, 美 의사당서 111년 만에 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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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상징' 리 장군 동상, 美 의사당서 111년 만에 철거

입력
2020.12.2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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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제 찬성, 反인종차별 시위대 철거 요구?
인종 분리교육 항의한 여성으로 대체 예정

21일 미국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직원들이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를 옹호했던 남부연합군 사령관 로버트 E. 리의 동상을 철거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21일 미국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직원들이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를 옹호했던 남부연합군 사령관 로버트 E. 리의 동상을 철거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100년 넘게 미국 워싱턴의 연방 국회의사당 한 자리를 지켰던 로버트 E. 리 장군 동상이 결국 철거됐다. 리 장군은 남북전쟁 때 노예제를 찬성하는 남부연합군의 사령관을 지내 올해 격화한 미 반(反)인종차별 시위대의 주된 표적이었다. 빈 자리엔 흑백 교육평등 운동을 펼친 여성 교육자의 동상이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미 언론은 21일(현지시간) 국회의사당 건물 안에 1909년부터 서 있던 리 장군의 동상이철거됐다고 보도했다. 의사당 안에는 미 50개 주(州)에서 2명씩 고른 인물의 동상이 서 있는데 리 장군은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과 함께 버지니아주를 대표했다.

이번 철거는 버지니아 주의회 결정에 따라 이뤄줬다. 산하 위원회는 다양성을 중시하는 현대국가에서 노예제도를 지지하기 위해 투쟁한 인물은 적합한 상징이 아니라고 결정한 후 지난 여름부터 동상 철거를 요청해왔다.

랠프 노덤 버지니아 주지사는 리 장군의 동상을 대신해 흑인 학생들의 교육권 보장 운동에 앞장섰던 바바라 존스의 동상이 들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주법에는 ‘해당 주의 시민으로 고인(故人)이 됐고, 군 복무로 명예가 높거나 역사적으로 저명한 사람’을 동상으로 전시하거나 대체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노덤 주지사는 이날 성명에서 “버지니아를 대표하는 선구적인 여성 바바라 존스가 미국에 기여한 것처럼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힘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존스는 1951년 16세 나이에 버지니아주 팜빌 마을에서 흑인 학생들의 열악한 학습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를 조직했다. 당시 미국은 백인과 흑인 학생이 다른 공립학교에 다니는 인종 분리적인 학교 정책을 시행하고 있었다.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존스의 항의가 흑백 분리교육이 위헌임을 밝힌 1954년 미 연방대법원의 ‘브라운 대 교육위원회’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버지니아에서는 리 장군의 이름을 딴 학교와 도로의 명칭 변경도 추진되고 있다. 제니퍼 웩스턴 주 하원의원은 “리 장군의 동상은 분열과 억압, 인종주의라는 미 역사의 암흑기를 상징한다”며 철거는 이미 오래 전에 이뤄졌어야 할 일이라 평했다.

이인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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