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부문 당선자 최영동씨 수상소감
정말이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하나도 생각나질 않았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라 앞뒤가 딱 끊긴 시점에 서 있는 느낌입니다.
제게 동시는 멀리서만 지켜보던 짝사랑 같은 존재입니다. 제 가장 안쪽의 시심을 적어 내려가면서도 고개를 가로저으며 서랍 속에 그 마음을 오래 묵혀두었습니다. 잊었다고 생각하면서도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면, 제 언어들은 동시 언저리를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여러 색깔의 어둠과 어깨동무 하며 지내왔지만, 올해는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가장 아픈 색깔의 어둠과 손잡고 지냈습니다.
얕은 바람만 불어도 자주 마음이 넘어지던 어릴 적 어느 날이었습니다. 혼자 무척 깜깜한 긴 터널을 지나고 있었을 때였어요. 그때 부리나케 달려와 제 손을 꽉 잡아주셨던 아빠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터널을 빠져나오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아빠는 울고 계셨습니다.
믿기지 않는 수상 소식을 듣고, 멍하니 앉아있는데 그때의 아빠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얼마나 기뻐하실까 생각해봅니다. 올해 당신을 떠나보낸 자리가 한없이 크게 느껴지는 시간입니다.
부족한 작품에 환하게 길을 내어주신 심사위원 여러분과 제 영혼의 고향과도 같은 한국일보사에 먼저 큰절을 올립니다.
아픔의 시간을 함께 보낸 사랑하는 엄마와 누나, 그리고 매형, 조카 루오에게 새해 선물을 바칠 수 있어 참으로 기쁩니다. 묵묵하게 곁을 지켜주고 계신 김재만 삼촌께 함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금 같은 조언으로 끝까지 동시를 쓸 수 있게 도와준 든든한 동료 작가 김성진 시인에게 고마움을 표합니다. 어려움의 순간마다 거울이 되어주신 존경하는 동료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수없이 절 일으켜준 벗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를, 절대고독의 시간마다 제 손을 꽉 잡아준 더없이 아름다운 나의 친구들. 절 지탱하게 해준 그 소중한 이름 앞에 제 모든 사랑의 마음을 바칩니다.
가장 여린 자리에서 가장 단단한 힘이 나온다는 걸 알려주신 사랑하는 나의 아빠, 보고 싶어요.
여기, 검은 고양이가 활보할 세상을 지켜봐 주세요. 앞으로 넘어지지 않겠다는 말은 차마 못 하겠습니다. 하지만 계속 넘어지더라도 제 언어의 힘을 믿고, 수많은 터널을 지나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1981년 부산 출생
△서강대 언론대학원 졸업
△2019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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