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으로 재임했을 당시, 외부위원들의 낮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5억원 상당의 용역을 자신이 몸담았던 '한국공간환경학회'에 맡긴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야당에서는 이런 정황이 변 후보자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더 짙게 한다고 주장했다.
"과업과 밀접한 관련성 가진 분 적다" 평가위원 우려에도 높은 점수로 합격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역사서 편찬 평가결과 종합집계표' 분석 결과, 한국공간환경학회는 ①2명의 외부위원과 3명의 내부위원이 참여한 정성평가의 평균과 ②내부 평가만으로 돼 있는 정량평가의 합(①+②)으로 LH가 정한 기준점(68점)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성평가'에서 2명의 외부 평가위원 점수가 내부 평가위원보다 낮았다. 외부 평가위원으로 참여한 A교수는 "용역을 추진하는 인력 중 과업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 분들이 적다"고 우려를 표시하며 70점 만점에 61점을 줬다. 또 다른 외부평가위원인 B교수도 "아카이브(디지털 기록보관소) 구축 방안에 대한 구체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평가하며 62점을 부여했다. 반면 LH 관계자인 3명의 내부 평가위원들은 만점인 70점과 67점, 63점을 차례로 줬다. 정성평가 평균인 64.6점에 LH 내부 관계자만으로 구성된 정량평가 10점 만점을 더해 74.6점으로 한국공간연구학회는 용역 수행 적격 기준(68점)을 넘길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현직 사장이 이사로 재직 중인 학회의 제안서를 LH 내부직원이 심사위원이 돼 높은 점수를 준 것은 누가 봐도 일감 몰아주기 정황을 의심하지 않을수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LH는 변 후보자가 사장으로 취임한 지난해 4월까지 한국공간환경학회에 일감을 준 적이 없다. 하지만 올해 4월부터 '역사서 편찬' 사업 등 총 3건에 13억 5,000만원 상당의 용역을 발주했다.
LH-한국공간환경학회 용역 현황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용역명 | 계약금액(원) | 계약체결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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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커먼즈형 미래도시모델 및 실행전략 수립 | 2억 1,691만 | 2020.04.17 |
3기 신도시 일자리 창출 및 기업유치를 위한 자족기능 강화방안 연구용역 | 6억 4,494만 | 2020.05.27 |
LH 역사서 편찬 등 기념사업 추진 용역 | 4억 8,971만 | 2020.10.15 |
"SH사장 땐 고위직 52명 중 최소 18명 낙하산 채용"
LH사장 시절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더해 변 후보자가 과거 서울주택도시공사(SH) 때는 지인들을 대거 채용했다는 특혜 채용 논란이 제기됐다. 국토위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이날 SH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변 후보자가 SH 사장으로 있었던 2014년 11월부터 2016년 9월까지 5급 이상 고위직 중 개방형직위와 외부전문가 전형으로 52명이 채용됐다. 이 중 최소 18명이 변 후보자와 학연 등으로 겹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명이 변 후보자가 졸업한 서울대 경제학과와 서울대 환경대학원을 비롯해 그가 근무했던 한국도시연구소와 서울연구원, 한국공간환경학회 등 경력을 갖고 입사했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변 후보자 사장 취임 이후 신규임용한 고위직에는 후보자와 출신학교 동문이거나 후보자가 거쳐간 기관 출신 인사로 채워져 있었다"며 "이런 채용을 '공정'한 인사로 볼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파도 파도 '흠' 투성이... 야당 "청문회 할 자격조차 없다"
의혹이 꼬리를 물자, 국회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이날 국민의힘은 변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변 후보자는 청문회를 할 자격조차 없다"며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토교통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도 성명을 내고 "이미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자격을 상실했다"며 "변 후보자를 청문회장에 세울 수 없다"고 공세를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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