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최강시사' · TBS '뉴스공장' 잇따라 출연
홍 회계사 "핵심 항목 2개 부정적으로 결론 내려"
김경수 변호사? "준법 감사위 통한 개선은 진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뇌물’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구성된 전문심리위원단 3명이 각기 엇갈리는 평가를 내놓은 채 30일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전문심리위원단의 3명 가운데 박영수 특별검사팀 지명 전문심리위원인 홍순탁 참여연대 회계사는 22일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준법감시위는 핵심 점검 항목 2가지를 충족하지 못해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홍 회계사는 재판부 쪽 지명으로 심리위원을 맡은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이 준법감시위에 긍정 평가를 했다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라며, 삼성 측 설명을 들은 언론에서 '가짜 뉴스'를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론 정해놓고 나왔다? 절차대로 평가했을 뿐"
현재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구성한 전문심리위원단은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과 홍순탁 회계사, 그리고 이재용 삼성 부회장 측이 지명한 고검장 출신 김경수 변호사 3명이다. 이 가운데 홍 회계사는 준법감시위가 실효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뚜렷한 입장을 밝혔고, 강 전 재판관은 유보, 김 변호사는 긍정 의견을 냈다.
홍 회계사는 이날 '최강시사'에서 "저 사람은 특검 추천이었으니까 결론을 정해놓고 부정적으로 정해놓고 나온 것 아니냐 하는데, 특검 추천을 받았지만 하지만 재판부에서 선임된 전문심리위원이었기 때문에 재판부가 요청했던 절차대로 일을 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홍 회계사는 전문심리위원단이 18개 항목을 공동으로 준비했고, 그 가운데서 핵심이고 기본인 사항은 '리스크 유형화'와 '최고 경영진에 대한 사실 조사 및 조치'라고 설명했다. 둘 모두 미흡하다는 것이 홍 회계사의 판단이다.
홍 회계사는 '리스크를 정의, 식별, 유형화했느냐'는 첫 번째 항목에 대해서 TBS '뉴스공장'에서 "이번 사건이 뇌물 사건이라 뇌물, 기부금에 대해서만 뭔가 대비를 해놨고, 경영권 승계 관련해서는 아무런 대비를 안 해 놨다"고 설명했다.
두번째 항목인 '최고 경영진에 대한 조사'도 최근 9월 기소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한 임원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부정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16일 보도서 나온 점검항목, 실제 점검항목과 어긋나"
홍순탁 회계사는 16일 여러 언론 매체가 보도한 '강일원 전 재판관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긍정 평가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삼성 측 설명만 듣고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보고서를 보면 절대로 긍정 평가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홍 회계사는 "여러 언론사가 강 전 재판관이 긍정적인 항목이 더 많았다고 보도를 했는데, 거기에 있는 항목들은 실제 보고서의 점검 항목이 아니다"라면서 "삼성전자 홍보팀에서 설명을 해 준 것을 토대로 쓴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서울고등법원은 18일 전문심리위원 보고서 전문을 개인 신원 일부만 가리고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홍 회계사의 말에 따라 보고서에서 '핵심 평가항목'으로 지목된 두 가지에 대해 강 전 재판관은 유보적 입장이었다.
'리스크 유형화'에 대해서는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컨설팅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하나, 컨설팅 결과가 2021년에 나올 예정이라 그 상황이나 결과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적었다.
최고 경영진 등을 조사했는지에 대해서는 "삼성물산 합병 관련 형사사건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거인멸 사건과 관련해 준법감시조직에 의한 사실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고발된 임원들에 대한 조치도 소극적"이라며 "최고 경영진에 대한 감시?감독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강 전 재판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준법감시위는 "삼성물산 합병 관련 형사사건은 준법감시위 출범 이전에 이뤄진 사건이고 준법감시위 출범 계기와 밀접한 영향이 있어 조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돼 있다.
이 부회장 측이 전문심리위원으로 지명한 김경수 변호사는 준법감시위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을 가장 높게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준법감시위 출범으로 위상과 역할이 강화된 관계사 준법지원인과 독립된 준법감시위원회, 총수 등 최고경영진의 준법 의지와 내부 준법 문화 등이 어우러져 긍정적인 상호 작용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리스크 유형화를 위한 컨설팅 결과 등이 나오지 않아 준법감시위 효과의 실질적인 평가가 어렵다는 지적에 "충분한 시간은 아니었지만 삼성그룹 준법감시체계라는 제도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을 판단하는 것은 가능했다"고 했다.
특검과 이 부회장 측 준법감시위 보고서 두고 입장 차 보여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 도입은 지난해 파기환송심의 재판장을 맡은 정준영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이에 삼성은 올해 1월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내세운 준법감시위를 출범시켰고, 준법감시위는 약 1년 동안 활동하면서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와 무노조 경영 중단 등의 결정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일부에선 준법감시위가 이재용 부회장의 집행유예 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한 명분 쌓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 때문에 21일 진행된 9차 공판에서 특검과 이재용 부회장 측은 같은 보고서를 두고 다른 해석을 했다. 특검은 "개별 항목 평가를 기준으로 하면 강일원·홍순탁 위원은 매우 부정적 평가를 했다고 볼 수 있어 2(부정):1(긍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이 부회장 측은 "개별 항목에만 한정해 긍정·부정 평가 개수를 헤아려 종합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준법감시제도를 통해 개선된 내용은 진정성 있는 변화"라고 강조했다.
홍 회계사는 '최강시사'에서 "재판부에서 질문을 여러 가지 하셨는데, 질문 내용을 봤을 때는 전체 진행된 과정과 평가 결과의 의미 이런 것들을 충분히 이해하신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다른 요소들이 또 있을 수 있지만, 준법감시제도 가지고 (집행유예 등으로) 감형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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