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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후체제 개막…"30년뒤 석탄발전 사라지고 내연기관차 박물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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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후체제 개막…"30년뒤 석탄발전 사라지고 내연기관차 박물관으로"

입력
2021.01.05 04:40
수정
2021.01.05 13:5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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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답으로 풀어본 신기후체제의 모든 것]
파리협정 시행…2050년 탄소중립 세상 기대
영국은 "풍력의 사우디 목표" 등 주요국 분주
기업들 "마른 수건 짜기" 배출권 값 부담 고민

경기 화성시 우정읍 멱우지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의 지난 11월 10일 모습. 뉴스1

경기 화성시 우정읍 멱우지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의 지난 11월 10일 모습. 뉴스1


2015년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파리협정이 채택된지 5년이 흘러 마침내 올해부터 교토의정서(1997년)를 대신하는 신기후체제가 열렸다.

2100년까지 지구온도 상승폭을 공격적으로 제한하도록 협정참여 189개국이 공동 노력한다는 내용의 신기후체제의 당면 목표는 '2050년께 넷제로 도달'이다. 탄소중립을 일컫는 넷제로는 온실가스 순배출(배출량-흡수량)이 0(넷제로)에 달하도록 유지하는 것으로, 사실상 온실가스가 더이상 지구에 쌓이는 상태를 '멈춤'한다는 의미이다. 신기후체제가 가져올 변화, 그린빛 미래 전망, 그리고 산업주체들의 현실적인 어려움과 주요 당사국들의 움직임을 정부 발표와 기업 관계자, 외신을 참조해 문답식으로 구성했다.


선진국·개도국 구분없이 '의무' 부여하는 새 체제

-파리협정은 교토의정서와 어떻게 다른가.

"가장 위대한 외교적 성공”(영국 일간 가디언) “화석 연료의 종말”(미국 CNN방송) “인류와 지구를 위한 기념비적 승리”(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라는 평가를 받는 파리협정은 지난해 만료된 교토의정서를 대체해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을 제시한 국제협약이다. 2100년까지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수준과 비교해 2도 이하, 더 나아가 1.5도 이하로 억제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189개 당사국(EU 포함ㆍ미국 재가입시)은 자체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국가정책을 시행해야 하며, 5년마다 목표 달성 여부를 점검받는다. 그리고 이때 새로 제출되는 NDC는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이어야 한다.

교토의정서는 선진국에만 감축 의무를 지우고 중국이나 인도처럼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개발도상국은 감축 의무가 부과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하지만 파리협정은 선진국ㆍ개도국ㆍ극빈국 등 모든 당사국에게 NDC 제출 의무를 부과했다는 특징이 있다. 또 교토의정서는 공약기간이 정해져 있어서 체제 지속이 불확실했지만, 파리협정은 종료시점이 없이 기후변화에 지속적으로 대응하고 동참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진일보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왼쪽)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2월 1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파리협정 채택 5주년을 맞아 화상으로 열린 '기후목표 정상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지구 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기후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을 촉구했다. 유엔 제공

안토니우 구테흐스(왼쪽)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2월 1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파리협정 채택 5주년을 맞아 화상으로 열린 '기후목표 정상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지구 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기후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을 촉구했다. 유엔 제공


-지구 온도가 1도 상승할 때마다 무슨 일이 벌어지나.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 수준에 비해 1도씩 상승할 때마다 인류에겐 재앙이 닥친다. 1도가 오르면, 5,000만명이 물 부족에 시달리게 된다. 온대 지역 곡물 생산량이 약간 상승하지만, 최소 30만명이 설사·말라리아 같은 기후 관련 질병으로 사망한다. 영구동토가 녹아 캐나다와 러시아 일부 지역에선 건물과 도로가 파괴될 수 있다. 또한 육상생물 10%가 멸종 위기에 내몰린다.

2도 상승하면 몇몇 지역에선 물 사용 가능성이 20~30% 떨어진다. 열대지역에선 곡물 생산이 급격하게 줄어들며, 아프리카에선 4,000만~6,000만명이 말라리아에 노출된다. 또한 생물 15~40%가 멸종 위기에 놓이고, 북극곰 등 북극 생물은 아예 사라질도 모른다.

3도가 상승할 경우, 남유럽에선 10년마다 극심한 가뭄을 겪게 된다. 10억~40억명이 물 부족으로 고통받고, 최대 5억명이 굶주리게 된다. 100만~300만명이 영양실조로 사망할 수도 있다. 매년 1억7,000만명이 해안침수를 겪게 되며, 아마존 열대우림은 파괴된다."

-세계 주요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어떤가.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은 2005년 대비 60~65%, 유럽연합(EU)과 러시아는 1990년 대비 각각 40%와 25~30%, 일본은 2013년 대비 26% 감축 목표를 제출했다. 인도와 캐나다도 각각 33~35%, 30% 감축을 약속했다. 세계 2위 탄소 배출국인 미국이 파리협정에서 일방 탈퇴해 협정의 실효성이 크게 훼손됐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 즉시 복귀를 공언한 상태다.

파리협정에는 이번 세기 후반 탄소 순배출량(배출량-흡수량) '0'을 만들자는 합의도 담겨 있다. 영국, 프랑스,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뉴질랜드 등은 이미 탄소중립을 법제화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그 중에서도 영국은 특히 적극적이다. 온실가스 발생 원인의 86%를 차지하는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해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풍력의 사우디아라비아’가 되겠다며 2030년까지 전력의 3분의 1을 해상 풍력 발전으로 채우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지난 12월 26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하루 생산된 전력의 50.67%를 풍력이 담당하는 대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30년뒤 내연기관 박물관에서나 볼 것"

-신기후체제가 성공적으로 자리잡는다면 30년뒤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

"우리 정부도 파리협정에 따라 탄소중립 실현 목표를 공식화 하면서 2050년에는 석탄 발전소가 문을 닫고, 태양 빛과 바람에 의해 전기를 생산하는 풍경을 전국에서 더 많이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정부는 석탄, 액화천연가스(LNG)를 통한 에너지 발전을 태양광과 풍력 등으로 바꿀 계획이다. 화석연료 중심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주 공급원을 전환하면 탄소 발생을 줄일 수 있어서다. 제철소와 석유화학제품 제조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검은 연기가 줄어들게 된다. 많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는 코크스(석탄에 열을 가해 가공한 연료)와 납사(나프타) 대신 수소환원제철, 바이오 플라스틱이 자리를 차지하는 덕분이다. 정부는 산업 제품 원료뿐 아니라 생산공정과 소비자 순환 과정에서도 화석 연료 대신 신재생 에너지를 적극 활용하도록 돕는다."

-30년 뒤 하늘은 눈에 띄게 맑아질 것으로 기대해도 좋을까.

"2050년에는 매연을 내뿜는 내연기관 차량을 보려면 도로가 아니라 박물관을 찾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국내 온실가스 생산량 중 86%가 화석연료에서 나오고 있는 만큼 정부는 탄소 줄이기 달성을 위해 우선 전기ㆍ수소차를 대중화하는데 앞장선다. 버스ㆍ택시ㆍ화물차 등 상용차도 친환경 차량으로 대거 바꾸고, 전기차 충전기ㆍ수소 충전소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칙칙한 시멘트 구조물 위로 검거나 흰 연기를 배출하는 건물은 많이 줄어들게 된다.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로 건물 자체에 필요한 에너지의 상당량을 공급하는 에너지 자립형 건물이 눈에 띄게 늘 것이다. 정부는 공공부문의 건물은 이 같은 ‘그린 빌딩’으로 신축 혹은 재정비하고, 민간도 이를 따르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독일 복스베르크의 에너지 회사 LEAG가 운영하는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2017-10-31(한국일보)

독일 복스베르크의 에너지 회사 LEAG가 운영하는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2017-10-31(한국일보)


-신기후체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기업들은 어떤 영향을 받나.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산업 매출액 중 탄소비용 부담은 0.1% 수준이다. 그런데 철강(0.57%)과 시멘트(0.34%), 전기ㆍ전자(0.2%) 등은 이보다 2~5배 높다. 탄소배출권 구입, 탄소세 부담 가능성 등을 따지면 신기후체제에 대한 부담이 다른 업종보다 확연히 높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탄소배출 감축의 가장 손쉬운 방법은 배출량 자체를 줄이는 일이다. 하지만 국내 제조업 기업들의 에너지효율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예로 국내 철강산업의 경우 생산 조강 톤당 탄소 배출량은 0.32톤으로 영국과 함께 세계 최저다. 국내 기업들에 탄소배출량 감축은 마른 수건 짜기에 가깝다는 말이다. "

-신기후체제를 거부할 수 없는 만큼 생존 전략이 필요할텐데.

"기업들은 신기후체제 시대에 대비하느라 부산하다. 에쓰오일(S-OIL)은 전사 탄소경영시스템을 구축, 체계적인 탄소배출 관리에 나섰다. 이를 통해 지난해에는 울산공장의 탄소 배출량을 전년대비 약 6%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한국조선해양은 공장 부지 내에 풍력과 태양광 발전기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설치, 이를 자가 소비하는 ‘그린 팩토리’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배출량 감소보단 탄소배출권 확보로 대응해나가고 있다. 그런데 내년 탄소배출권 가격이 급등, 부담이 크게 늘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톤당 3만원대 후반이었던 탄소배출권 구입 가격은 내년엔 4만~5만원 선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탄소 제로’ 정책을 강력히 펼칠 경우 탄소배출권 가격은 치솟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김표향 기자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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