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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힘든 데 두 번이나..." 착한 건물주에 시름 덜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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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힘든 데 두 번이나..." 착한 건물주에 시름 덜었어요

입력
2020.12.22 17:00
수정
2020.12.2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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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이어 12월 임대료 감면·면제 사연 잇따라 알려져
경기 파주의 건물주, 내년 2월까지 임대료 50% 감면
인천의 건물주 "힘든 시기인 만큼 서로 고통 나눠야"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 5인 이상 집합금지를 하루 앞둔 22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 5인 이상 집합금지를 하루 앞둔 22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경기 파주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서하영(43)씨는 이번달 건물주에게 또 한번 감동을 받았다. 임대료를 50% 감면해준다는 것뿐만 아니라, 기간도 내년 2월까지 3개월간 깎아준다는 결정 때문이었다. 서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급증했던 지난 3월에도 해당 건물주로부터 임대료 전액을 면제받은 적이 있다.

최근 일명 '착한 건물주'들이 또 한번 뭉클한 감동을 주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3월 한 차례 임대료 감면을 해줬던 건물주들이 다시 코로나19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있다는 것이다.

착한 건물주들...두 번의 '통 큰' 선물 이어져

2월 서울 망우본동 우림시장의 한 건물에 세입자들이 2, 3월 임대료 50% 감면을 받아 건물주에게 감사하다는 내용의 글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2월 서울 망우본동 우림시장의 한 건물에 세입자들이 2, 3월 임대료 50% 감면을 받아 건물주에게 감사하다는 내용의 글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서씨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인근은 주말이면 사람들로 북적여 쉴 틈이 없을 정도로 장사가 잘됐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덮치면서 주변 상권은 완전히 죽어 버렸다. 요즘은 손님이 한 명도 없는 날이 더 많아졌다.

8일부터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실시됐고, 23일부터 5인 이상 모임이 금지되는 등 3단계 격상 직전의 행보들로 사람들의 발길은 뚝 끊겼다. 그래서 서씨는 도시락 케이터링을 준비해 손님들에게 배달하고 있다. 홈파티나 소규모 송년 모임 등을 겨냥했지만, 이 마저도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결정이 내려지다 보니 녹록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임대료가 앞으로 3개월간 절반 감면돼 한시름 놨다고 한다. 서씨는 "건물주 역시 이 지역 일대 몇 곳에 임대를 준 상황이라 임대료 감면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코로나19로 분명 타격이 있었을 텐데 배려해줘서 고마울 따름이며, 조금 더 힘내서 버텨보겠다"고 두 번의 '통 큰' 선물에 힘을 냈다.

서울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씨도 "착한 건물주에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그 역시 3월 한 차례 임대료를 50% 감면받았는데, 이번 달 또 한번 절반의 임대료만 내게 됐다. 하지만 점점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던 코로나19 확산세가 쉽게 꺾이지 않으면서, 결국 조만간 가게를 접기로 결정했다. 아직 건물주에겐 미안해서 말하지 못했다고.

박씨는 착한 건물주들의 결정에 국가가 반드시 보상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나라에서 자영업자들을 충분히 돕지 못하는 실정인데 건물주들이 나서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며 "임대료를 면제·감면해 주는 건물주들에게 세제 혜택 등 뒷받침이 있으면 이런 움직임이 더 확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도 장사 해봤고 IMF 겪어...여유없지만 고통 나눠야"

16일 인천 서구 청라동의 한 음식점 앞에서 점주가 '임대인 감사' 현수막을 달고 있다. 뉴시스

16일 인천 서구 청라동의 한 음식점 앞에서 점주가 '임대인 감사' 현수막을 달고 있다. 뉴시스

'착한 건물주님!! 고객님께 이 고마음을 나눌게요~' 최근 인천시 서구 청라국제도시의 한 식당에 붙은 대형 현수막이 화제였다.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임대료를 면제하겠다는 건물주에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쭉~ 설렁탕, 굴국밥, 소고기국밥 5,000원씩 판매하겠습니다'라는 문구도 넣었다.

이 현수막의 주인공 류민수씨와 임대인이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란히 출연해 훈훈한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류씨는 "코로나19 시작할 때 어려움이 있어서 건물 사장님한테 얘기해 도움을 받았는데, 이번에 또 가장 어려운 시기여서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마음대로 해라' 하셨다"며 사연을 털어놓았다.

류씨에 따르면 해당 건물주는 올초 코로나 확산 시기에 임대료 감면을 해줬고 이번에도 임대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류씨는 "저번에 도움을 받아서 (임대료를) 좀 더 올려드렸다"며 "이번에도 믿고 도와주셨는데 열심히 해서 벌게 되면 더 드려야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한테 그렇게 해 주셨는데"라고 덧붙였다.

류씨는 현수막을 달게 된 이유에 대해선 "서로 동참하는 계기가 되면 좋지 않을까 해서 붙였다가, (오히려) 주위 건물주분들한테 눈총을 받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착한 건물주로 화제가 된 임대인은 "별로 여유가 많지는 않다"면서도 "우리도 집사람(아내)이 장사를 많이 했고, IMF도 겪어서 지금은 시기가 어려운 만큼 서로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두 사람은 서로 신뢰를 쌓은 모습도 보여줬다. 류씨는 건물주에게 "부탁드린 것 들어주셔서 감사하다"며 "제가 맛있는 거 사드리겠다"고 하자, 건물주는 "맛있는 것보다도 어떻게 돈을 좀 벌어야지"라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임대인은 "젊은 사람들이 일어나고 열심히 해야 우리 대한민국이 일어나는 것"이라며 "열심히 하다 보면 어떻게든 빛이 나올 것"이라고 당부했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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