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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또 월급 안 나오나요?” 쌍용차 복직 노동자들 망연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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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또 월급 안 나오나요?” 쌍용차 복직 노동자들 망연자실

입력
2020.12.23 01: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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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복직했는데…" 불안감 휩싸여
7개월만에 또 회생절차 돌입에 한숨만

22일 오후 경기 평택시 쌍용자동차 정문 앞에 경비용역업체 직원이 차량 통제를 위해 서 있다. 임명수 기자

22일 오후 경기 평택시 쌍용자동차 정문 앞에 경비용역업체 직원이 차량 통제를 위해 서 있다. 임명수 기자

“아빠, 또 월급 안 나오는 거야?”

쌍용자동차가 21일 법원에 회생절차를 다시 신청했다는 소식에 A씨는 말문이 막혀, 딸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했다. A씨는 2009년 쌍용자동차의 기업회생 절차 돌입에 총파업으로 맞서다 해고된 뒤 10년 만인 2018년 12월 복직한 해고 노동자다.

A씨는 2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회생절차 소식을 듣고 처음엔 화가 많이 났지만, 이내 심장이 멎을 것 같고 몸에 힘이 쭉 빠졌다”며 “아내와 아이들에게 회사 사정을 얘기했는데 갑작스러운 딸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했다”고 말했다. A씨는 “2009년 회생절차 신청 당시의 고통스런 모습이 떠올라 두려움이 앞선다”며 착잡한 심경을 전했다.

A씨는 특히 자신처럼 해고됐다가 어렵게 복직한 직원들은 회사를 계속 다녔던 직원들보다 심적 고통이 더 클 것으로 봤다. 그는 “복직한 직원들은 2009년의 뼈아픈 경험 탓에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자신들에게 먼저 다가오는 것 아니냐는 불안에 휩싸여 있다”고 밝혔다.

A씨가 전한 직원들의 불안한 마음처럼 쌍용차 주변 분위기도 썰렁했다. 22일 오후 경기 평택시 쌍용차 본사의 텅 빈 출고장엔 적막감마저 돌았다. 출근 중이던 직원은 “회생절차 신청 소식을 언론보도로 알게돼 당혹스럽다”며 “직원들은 ‘새로운 투자자가 나올 것’이란 희망적 이야기도 하지만, 대부분 ‘구조조정 대상이 얼마나 될까' '2009년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 등 불안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주변의 식당가도 마찬가지다. 정문 앞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상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가뜩이나 거리가 썰렁한데 쌍용차가 또다시 위기에 놓였다고 하니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직원들이 많이 거주하는 동광아파트 인근 상인들도 "코로나도 문제지만 쌍용차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지역 상권은 붕괴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측에 대한 분노를 쏟아냈다. 그는 “사측이 ‘법정관리는 최악의 상황에서 선택할 것’이라고 해놓고 사전 통보도 없이 언론을 통해 ‘회생절차’를 발표했다”며 “토론회와 대책회의를 열어 조합원들 의견을 수렴한 뒤 입장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지부장은 또 "회사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과정을 낱낱이 파헤쳐서 사측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외국투자기업에 대한 사회적 책무나 규제, 정부의 무책임한 행보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알리겠다"고 말했다.

올 1월 7일 오전 경기 평택시 쌍용자동차 본사 앞에서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등 복직된 쌍용차 해고자 46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복직 소회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올 1월 7일 오전 경기 평택시 쌍용자동차 본사 앞에서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등 복직된 쌍용차 해고자 46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복직 소회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쌍용차 사태는 2009년 1월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전체 임직원의 36%인 2,600여명이 정리해고 됐다. 또 77일간 이어진 총파업 과정에서 64명이 구속됐고, 1,700여명이 명예퇴직 등으로 회사를 떠났다. 조합원 970여명은 '옥쇄파업'으로 끝까지 버텼지만, 결국 무급휴직이나 명예퇴직을 선택해야 했고, 165명은 해고자 신세가 됐다.

쌍용차는 이후 인도계 기업인 마힌드라에 인수되면서 한때 경영상태가 호전됐다. 2013년 무급휴직자 454명을 전원 복직시켰고, 이후 순차적으로 해고자와 희망 퇴직자 등을 회사로 불러들였다. 그러나 최근 경영악화에 따른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다시 놓이게 됐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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