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 부문 당선자 이철용씨 수상소감
한 사람을 5초 이상 바라보면 장면 하나가 떠오릅니다. 내가 바라보던 그 사람이 접시 열댓 개를 떨어뜨려 화들짝 놀라는 장면입니다. 잔인한 소리를 내며 부서진 접시를 두고, 그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습니다. 그는 돌아섭니다. 그는 갑니다, 돌아보지 않고 멀리 갑니다. 제가 왜 이런 상상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가 내 머릿속을 빠져나가고 나면, 나는 내 머릿속으로 깨진 접시를 치우러 갑니다. 저는 마주 앉은 사람의 얼굴을 잘 쳐다보지 못하는 편입니다. 하여간,
사랑해 마지않는 사람들의 이름을 말할 수 있는 지면의 존재가 기쁩니다. 나를 북북 찢고 싶던 지난날로부터, 강한 일상 속에서 어부와 같이 당겨주었던 친구들, 보석이 생기면 주고 싶은 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감탕밭 같던 내 세계를 바꾸어 놓은 당신들, 만나지 못했음 나오지 않았을 이야기로 당선되어 소감을 적고 있기 때문에요.
언제나 의미 있는 작업을 하고 있는 동우, 터무니없는 시간에 전화를 걸어도 받아주는 도훈 형, 못 볼 꼴을 너무 많이 보여드려서 죄스럽고 고맙고 죄스러운 승일 선배, 고유하고 진지한 태도로 희곡을 쓰는 극작가 김연재, 언제 어디서 만나도 반가운 송승언 시인, 사금파리 같은 글을 뒤적여주신 신재훈 연출님, 애인도 아닌데 애인처럼 생각되는 유수연, 어렵고 괴로운 시간마다 입을 열어준 상록, 어쩌면 여러모로, 나를 가장 많이, 몇 년에 걸쳐 뒤바꿔놓은 윤성 형, 제게 커다란 행운이었던 원석 형과 닮고 싶은 사람 유주 언니, 동생 수연과 부모님, 선생님들, 캐치볼 모임 친구들 민하, 효령, 한아, 수희님과 휘강 형에게 고맙습니다. 신문사에 보낼 사진을 찍어준 한솔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새해에는 옳음에 투신할 용기와 불안에 헤매지 않을 정신과 마음먹은 것을 하게끔 하는 신체와 친구들에게 소분할 수 있는 사랑이 불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은 나아질 수 있으며 그래야만 한다는 것을 알게 만든, 자기 자신을 미워할 뿐인 지옥에서도 절망보다 더 큰 낙관을 건져 올릴 수 있음을 때려주듯 믿게 만든 모든 사람들. 당신들에게 깊고 맑은 빛이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손 틈새를 흐르는 조약돌 무더기처럼, 적셔 마르며 끈질기게, 잃지 않으며 언제까지고 함께이기를 조심스레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1994년 출생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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