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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순이 #집돌이… "우리는 ‘인스피리언스'족"

입력
2020.12.30 04: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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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화성시에 사는 김영란(35)씨는 ‘집순이의 끝판왕’이다. 올 상반기 유행한 달고나커피를 손수 만든 것은 물론, 설탕 없는 피칸빵이나 마들렌, 버터쿠키를 구워 홈카페 분위기를 냈다. 거실 한 켠에는 산세베리아와 다육식물, 공기청정 식물 등을 들였다. 김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외출이 어려워지면서 모든 취미생활을 집에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끈기와 인내로 무장하고 장인정신을 담아 400번을 저어야 완성된다는 달고나 커피를 한번쯤 만들어 봤는가. 그렇다면 당신도 '인스피리언스족(insperience族)'일 수 있다. 코로나19가 일상을 바꿔 놓으면서 놀이문화와 취미생활도 크게 달라졌다.

29일 비씨카드 빅데이터센터에 따르면, 2020년 코로나시대 소비트렌드 변화를 보여주는 키워드 중 하나는 인스피리언스다. 이는 집안(indoor)과 경험(experience)의 합성어로, 집 밖에서 즐기던 다양한 경험을 집안이나 개인생활 공간으로 끌어들여 즐기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이기도 하다.

친숙한 우리말로 ‘집순이’로도 풀이되지만, 과거의 집순이와는 개념이 좀 다르다. 본래 집순이는 집에 있는 시간을 즐기고 외출을 꺼리는 다소 내성적인 사람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되면서 ‘비자발적 집순이’가 된 인스피리언스족은 집을 단순히 ‘휴식의 공간’으로 여기지 않는다. 이들은 집 밖에서 즐기던 여가 경험을 할 수 있는 아늑한 장소로 집을 재해석한다.

코로나19로 영화관 방문이 어려워지자 소형 프로젝트를 구매해 벽에 빔을 쏴 대형 화면으로 영화를 즐긴다. 근사한 카페나 술집을 찾아 여유와 분위기를 소비하던 이들은 집을 카페나 바(bar)처럼 꾸며 홈카페나 홈술을 즐긴다.

코로나19 확산에도 자기계발 욕구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어학원이 막히자 인스피리언스족은 온라인학습으로 눈을 돌렸다. 비씨카드 빅데이터센터에 따르면, 온라인학습(메가스터디, 웅진씽크빅, 야나두 등 10개사) 지출은 2018년 1월과 2019년 1월 각각 40억원대를 유지하다가, 올해 1월에는 50% 성장한 65억원을 기록했다.

이커머스 업계도 집콕 생활을 알차게 채우고 싶어하는 인스피리언스족을 위한 프로모션을 펴고 있다. 카카오톡 스토어는 지난 23일 ‘야나두’, ‘시원스쿨’, ‘패스트캠퍼스’ 등 강의 이용권 판매를 시작했다.

주류업계도 인스피리언스족을 공략해 큰 성공을 거뒀다. GS리테일에 따르면 2030세대를 공략한 올해 전통주 매출(막걸리 제외)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5% 증가했다. 이는 2018년 대비 지난해 전통주의 매출 증가율(14.1%)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안재성 GS리테일 주류 담당 MD는 “2030을 중심으로 과일향 등이 가미된 술을 저도주 형태로 즐기고 있다”며 “홈술을 즐기는 집순이, 집돌이는 물론 외출 대신 집에서 여는 소규모 홈파티 때 주류를 즐기는 문화가 전통주로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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