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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염 앓는 국숫집 엄마도 영웅' 일 낸 '경이로운 소문' 반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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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염 앓는 국숫집 엄마도 영웅' 일 낸 '경이로운 소문' 반전 이유

입력
2020.12.23 16:51
수정
2020.12.23 17:49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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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채널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에서 악귀를 잡는 주인공들의 액션신도 뻬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OCN 제공

케이블채널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에서 악귀를 잡는 주인공들의 액션신도 뻬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OCN 제공


'흥행 보증 수표'로 통하는 스타 배우가 나오지 않는다. 다양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을만한 로맨스도 없다. 케이블채널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은 애초 방송가나 시청자의 기대작은 아니었다. 이야기 소재는 악령 퇴치. 동명 원작 웹툰이 관심을 받기는 했지만, 워낙 비주류 장르라 잘 나와도 '마니아 드라마'로 남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에서 주인공 소문(조병규)은 교통사고로 부모를 모두 잃고 한쪽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장애 학생이다. OCN 제공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에서 주인공 소문(조병규)은 교통사고로 부모를 모두 잃고 한쪽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장애 학생이다. OCN 제공


흥행 공식과 담 쌓았는 데 '역전 홈런'... 시즌제 제작까지 추진

한류 배우, 스타 작가, 멜로 등 드라마 흥행 공식과는 담을 쌓은 '경이로운 소문'이 인기다. OCN에선 '시청률 역전 홈런'을 쳤다. 지난달 28일 첫 방송에서 시청률 2.8%로 조용하게 출발하더니 지난 20일 9.3%까지 뛰어올랐다. 회가 거듭되면서 입소문을 타고 시청자를 불러 모으는 분위기다. 2018년 '보이스' 시즌2 최종회가 기록한 OCN 최고 시청률(7.1%)을 갈아 치운데 이어, 채널 개국 25년 만에 처음으로 10% 돌파까지 점쳐진다. 뜨거운 반응을 바탕으로 '경이로운 소문' 제작사는 오컬트(악령 등 초자연적 현상을 다룬 소재)물로는 이례적으로 시즌제 추가 제작을 검토 중인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에서 악귀를 잡는 추매옥(엄혜란)은 국숫집 사장이다. OCN 제공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에서 악귀를 잡는 추매옥(엄혜란)은 국숫집 사장이다. OCN 제공


예의 바른 '짠내'나는 '한국형 히어로'... "저런 이웃 있었으면"

비결이 뭘까. 첫째, '짠내' 나는 시민이 영웅이 돼 보여주는 반전 즉 인간 승리 드라마가 통했다. 악귀를 잡는 주인공 네 명은 슈퍼맨 같은 초월적 존재가 아니다. 극중 추매옥(엄혜란)은 작은 국숫집을 운영하며 다리가 아파 제대로 뛰지도 못하는 엄마고, 가모탁(유준상)은 경찰에서 버림받고 삐뚤어진 삼촌이다.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쓸 수 없게 된 주인공 소문(조병규)은 '은따' 고교생이며, 하나(김세정)는 사업이 망해 가족을 모두 잃고 세상에 마음을 닫은 청년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처 입은 약자들이 서로를 보듬으며 함께 악귀를 쫓는 모습에서 공감과 통쾌함은 커진다. 소설가이자 드라마평론가인 박생강씨는 "왜소하면서도 눈물도 많으며 끈끈한 정과 동시에 예의를 갖춘 '한국형 히어로' 설정이 시청자로 하여금 공감대를 키웠다"며 "영웅들이 허름한 트레이닝복을 입고 싸우는 등 B급 요소 등이 적절히 섞여 자칫 어둡고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가 한결 가벼워졌다"고 봤다.

오컬트적 판타지를 가족 서사와 학교 폭력, 부패한 공권력 등과 버무려 이야기의 보편성을 넓힌 점도 주효했다. 드라마엔 원작엔 없는 '막가파식' 개발의 그늘이 부각된다. 드라마 제작을 총괄하는 김진이 스튜디오드래곤 책임프로듀서는 "철거 문제와 환경 오염 등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행위에 맞서 싸우고 극복해가는 내용을 추가해 안전한 삶을 위해 노력하는 이웃이 많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웹툰의 드라마 제작은 지난해부터 진행됐다. 이세희 기획PD는 "'우리 동네에도 소문 같은 이웃이 살았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을 꿈꾸게 하는 원작 웹툰 시즌1 초반(2018년 8월 시작)에 계약을 진행, 시즌1이 끝나기 전에 대본 개발을 진행했다"고 제작 과정을 들려줬다. 1년 여 동안 웹툰의 실사화에 공을 들이면서 새로운 볼거리도 곳곳에 추가했다. 드라마엔 잡힌 악귀들이 빨려 들어가는 지옥이 생생하게 구현됐다. 제작진 10여명은 물 10톤과 밀가루 2.5톤, 검은천역색소 250개를 쏟아부어 '진흙탕 지옥'을 만들었다. '경이로운 소문'의 유선동 감독은 "처벌의 순간을 각인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근 종방한 tvN 드라마 '구미호뎐'에서 인간의 정신을 뒤흔들어 놓는 귀신 '두억시니'. tvN 방송 캡처

최근 종방한 tvN 드라마 '구미호뎐'에서 인간의 정신을 뒤흔들어 놓는 귀신 '두억시니'. tvN 방송 캡처


지상파까지 제작, 유행된 '오컬트'... "코로나19 사회 불안 반영"

'경이로운 소문' 사례에서 엿볼 수 있듯 요즘 방송가에선 오컬트물이 화두로 떠올랐다. 그간 편성을 꺼려왔던 지상파 방송사까지 제작에 나섰다. SBS는 내년 상반기 방송 예정인 '조선구마사' 촬영을 이미 시작했다. 방송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3월 종방한 '방법'을 시작으로 '구미호뎐'을 비롯해 내년 하반기 방송 예정인 '아일랜드'까지 1년 새 최소 5개 오컬트 드라마가 채널을 가리지 않고 제작되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시리즈가 오컬트 드라마로 대중적 관심에 불을 지핀 게 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인한 사회 불안도 오컬트물의 유행에 밑거름이 됐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코로나19란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1년 여 동안 고통을 받아왔고, 그 과정에서 실체를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공포가 커져 오컬트물을 통해 그 위기를 극복하고 싶은 바람이 반영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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