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술-교양 부문] ‘물질의 물리학' 저자 한정훈
‘물질의 물리학’은 한정훈(51)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의 첫 책이다. 과학자가 논문이 아닌 대중 교양서를 쓰겠다고 마음 먹게 된 건, ‘옆방의 라이벌(?)’ 덕분이었다. 같은 학교의 김범준 교수가 5년 전 통계물리학을 쉽게 풀어낸 ‘세상물정의 물리학’(제56회 한국출판문화상 교양 수상작)으로 대박을 내면서, 우주(천체물리학)나 입자(입자물리학)가 주류를 차지하던 물리학 교양서에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한 것. “통계물리학도 통하는데, 물질물리학이라고 못할 것 없잖아! 도전의식이 생겼죠.”(웃음)
한 교수의 전공은 정확히, 응집물질물리학이다. ‘응집물질’이란 입자 간 상호작용이 강한 물질로, 반도체, 금속 등을 떠올리면 쉽다. 다만 물질의 세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 교수는 우리의 몸과 빛조차도 양자물질로 이뤄졌다고 말한다. 세상을 구성하는 기본단위가 물질인 셈. 물질이 사라지면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 교수는 "당연한 것에 대한 고마움을 일깨우고 싶어서" 책을 썼다.
책은 ‘과알못’ 문과생도 겁먹을 필요 없을 만큼 친절하다. 양자역학, 힉스 입자 등 어디서 들어만 봤던 개념들이 쏟아지지만 책을 덮을 일은 없다. 한 교수 특유의 비유와 이야기로 술술 풀어낸 덕분이다.
과학에 ‘서사’를 불어넣으려는 노력은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됐다. 한 교수의 아버지는 한국사학계 원로 한영우 서울대 명예교수다. 문과 집안의 유전자를 물려 받았던 그의 꿈도 원래는 철학자였다. 그러다 아버지의 안식년을 따라 간 미국 고교 유학 시절, 이야기가 곁들여진 물리학 수업에 푹 빠져 이과로 ‘전향’했다.
한국에서 물리학은 여전히 ‘재미’와는 거리가 멀다. 수능 점수를 내기 어렵단 이유로 이과생들에게 조차 외면당한 지 오래. 물리는 ‘영재들의 학문’이 됐다. “현재 한국 물리학계 수준은 뛰어나요. 문제는 30년 후죠.” 당장 적신호가 감지된다. 첨단 과학의 집약체인 양자역학 컴퓨터 개발에서 우리는 뒷짐만 지고 있다. “과학의 어머니”라 칭할 수 있는 물리학계의 체력이 약해질수록 미래 경쟁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한 교수는 물리학이 실험실을 떠나 “상식과 문화의 일부”로, “일상적 대화의 주제”로 자리잡길 바란다. 그러려면 일단 물리학의 매력을 느껴야 할 텐데. “세상에 노력해도 답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물리학은 좌절은 있지만, 실패할 수 없는 희망적 학문이란 게 매력이죠. 이미 자연에 정답이 있고, 우린 그걸 찾기만 하면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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