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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장면 7개'로 다시 보는 정경심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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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장면 7개'로 다시 보는 정경심 재판

입력
2020.12.23 16:30
수정
2020.12.23 21:23
0 0

출발부터 '공소장 변경' 두고 법원-검찰 갈등
검찰의 '사적인' 휴대폰 문자메시지 공개 논란
조국 전 장관도 증인 출석... '300여회 증언거부'

사모펀드 및 자녀 입시비리 등의 혐의를 받는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지난달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사모펀드 및 자녀 입시비리 등의 혐의를 받는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지난달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딸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 등 총 15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1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받았다. 배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인사청문회 당일이었던 지난해 9월 6일 검찰이 정 교수를 기소한 지 474일 만이다.

조 전 장관 가족비리 의혹의 ‘본류’ 격인 정 교수의 재판은 초기부터 검찰이 조 전 장관을 타깃으로 삼아 ‘먼지떨이식’ 수사를 한 탓이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반대로 조 전 장관 측을 겨냥해 "부와 명예의 '대(代)물림’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 상류층의 비윤리적·위선적 행태"라고 비판하는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았다.

수사 단계부터 정 교수 측과 검찰이 치열하게 맞붙고, 우리 사회의 진영 대결로까지 번진 사건이었던 만큼 재판 과정도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다. 7개의 결정적 장면을 뽑아 지난 1년 3개월여의 여정을 되돌아봤다.

① 공소장변경 둘러싸고 고성 오간 ‘법-검 갈등'

'표창장 위조' 공소장 변경 내용

'표창장 위조' 공소장 변경 내용

정 교수 재판은 정식으로 시작되기 전부터 소란스러웠다. 발단은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공판준비기일에서 “범행 일시, 장소, 방법 등이 모두 중대하게 변경돼 동일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공소장 변경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검찰과 당시 재판장이었던 송인권 부장판사가 고성을 내지르며 입씨름하는 광경도 벌어졌다. 검사 3명이 “불허 결정에 대해 의견서를 낭독할 기회를 달라”면서 번갈아 자리에서 일어나며 항의하자, 송 부장판사가 언성을 높이며 “앉으라”고 반복 지시하는 상황이 10분간 이어진 것이다. 검찰은 결국 '2013년 6월 표창장 위조' 내용만 담아 지난해 12월 3차 기소를 했다.

잡음을 의식한 듯 재판부는 다음 공판준비기일을 비공개로 진행했다.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재판부는 ‘절차 진행에 방해될 우려가 있을 땐 비공개 가능’이라는 형사소송법 규정을 들었지만, 재판부가 ‘깜깜이’ 진행을 한다는 비판이 컸다. 당일 기자들이 취재를 위해 법정 문밖에서 ‘귀대기’를 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법-검 갈등’은 결국 올해 2월 법관 인사를 통해서 새로 부임한 재판부가 1·2·3차 기소를 병합심리하겠다고 결정하면서 일단락됐다.

② "내 목표는 강남빌딩" 검찰, 정경심 문자 공개 논란

검찰이 공개한 정 교수 일기·문자

[일기]
땅바닥에 떨어져 죽은 줄 알았던 물고기 두 마리를 어항에 넣었더니 살아서 유유히 헤엄치는 꿈을 꿨다. 물고기가 뭘까. 아들 로스쿨, 나 투자?

[문자1]
정경심: (남동생에게) 내 목표는 강남에 건물 사는 것

[문자2]
정경심: 종합소득세 2,200만원 폭망이야
조국(대화명 ‘꾸기’): 완전 거액이네
정경심: (코링크PE에서 받은 6,000여만원 가리키며) 불로수입ㅜ 할 말 없음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정 교수가 휴대폰에 쓴 일기나 문자메시지들을 공개했다. 검찰은 “범행 동기 입증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혐의와 관계없는 증거들까지 꺼내며 ‘언론플레이’를 한다는 비판도 만만찮았다.

정 교수 측 김칠준 변호사는 법정에서 “일기까지 증거로 제출하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을 어긴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재판이 끝난 후에도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어하는 것을 범죄의 고의를 입증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자 악의적인 추론”이라고도 비판했다. 정 교수도 올해 4월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검찰의 언론플레이에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③ “딸 인턴활동 과장됐다” 입시비리 증언들

장영표 단국대 의대 교수가 4월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11차 공판에 증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장영표 단국대 의대 교수가 4월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11차 공판에 증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특히 딸 조모씨의 입시비리 의혹과 관련한 증인신문에서 서로 유리한 증언을 이끌어내려는 양측의 다툼이 치열했다. 첫 증인신문에선 정 교수에게 불리한 증언이 나왔다. 조씨의 한국과학기술원(KIST) 인턴활동을 지도했던 정병화 교수는 “너무 잠깐 왔다 간 학생이라 특별한 기억은 없다. 직원들에게 ‘(조씨가) 엎드려 잠만 잤다’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3주간 참여했다'는 인턴확인서와는 다른 증언을 했다.

조씨의 고교 동창 장모씨도 법정에서 “정 교수와 (나의) 아버지 장영표 단국대 교수가 ‘스펙품앗이’를 한 게 맞다”고 했다. 반면 장영표 교수는 “조씨에게 써 준 체험활동 확인서가 과장된 건 맞지만 허위는 아니다”라고 해 부자(父子) 간 증언이 엇갈리기도 했다.

장씨는 2009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주최한 학술대회에 조씨가 참석하지 않았다는 증언도 내놨다. 그러나 당시 촬영한 영상을 분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영상 속 학생이 조씨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답했다.

④ “형소법 148조에 따르겠다”… 조국, 300여차례 증언 거부

자녀 입시비리ㆍ감찰무마 의혹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6월 19일 자신의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녀 입시비리ㆍ감찰무마 의혹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6월 19일 자신의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전 장관은 9월 3일 정 교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기소 이후 부부가 처음으로 한 법정에 선 것이다. 그러나 그는 300개가 넘는 검찰의 질문에 일일이 “형사소송법 148조에 따르겠다”고 답하며 증언 자체를 거부했다. 형소법 148조는 자신이나 친족이 처벌받을 수 있는 경우 증언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검찰은 “조사 당시 조 전 장관은 진술을 거부하면서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는데, 증언을 거부한다니 납득하기 어렵고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⑤ "30초면 돼" 검찰의 표창장 위조 시연

지난해 9월 6일 열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박지원 의원이 조 전 장관 딸이 받았다는 동양대 표창장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 6일 열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박지원 의원이 조 전 장관 딸이 받았다는 동양대 표창장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검찰은 법정에서 동양대 강사 휴게실 컴퓨터에서 생성된 파일들의 ‘타임라인’을 제시하며 표창장 위조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러면서 “위조된 표창장 PDF 파일에는 직인부분이 별도 블록으로 처리되고, 직인 부분의 해상도(픽셀)가 위조에 쓰인 정 교수 아들 상장의 직인 픽셀과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다음달 재판에서 정 교수 측은 “직접 만들어 봤는데 총장 직인 파일을 캡처해 보면, 해상도가 낮은 파일이 만들어진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치열한 공방에 결국 재판부는 “검찰이 처음부터 만드는 걸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 10월 “30초도 안 걸린다”며 표창장 위조 과정을 직접 시연했다.

표창장 위조 방법(검찰 주장)

① 아들 조모씨가 받은 동양대 상장을 그림파일로 저장
② 이를 마이크로소프트 워드 문서에 삽입해 다시 저장
③ 여기서 총장 직인 이미지만 떼어내 ‘총장님 직인’ 그림 파일 생성
④ 직인 파일을 한글 프로그램으로 작성한 표창장 문서 하단에 붙임

⑥ 정경심, 법정서 실신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 등으로 9월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던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재판 도중 건강 이상을 호소해 구급차에 실려가고 있다. 연합뉴스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 등으로 9월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던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재판 도중 건강 이상을 호소해 구급차에 실려가고 있다. 연합뉴스

9월 17일 오전 열린 30차 공판에선 정 교수가 법정에서 쓰러지는 일도 있었다. 변호인이 “정 교수가 아침부터 몸이 좋지 않다고 한다. 지금 구역질이 나올 것 같다고 한다”고 하자, 재판부가 퇴정 조치를 내린 직후였다. 정 교수는 퇴정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던 도중 ‘쿵’ 소리와 함께 바닥에 쓰러졌고, 출동한 119구조대에 의해 들것에 실려 나갔다.

앞서 정 교수는 2004년 영국 유학 도중 추락 사고로 두개골 골절상을 당한 이후 지병을 앓고 있고, 검찰 수사 당시엔 뇌종양과 뇌경색 판단도 받았다. 그는 이후에도 건강 문제를 호소, 피고인 궐석 상태로 재판이 진행되기도 했다.

⑦ 유튜버 때문에 두 번 출석한 증인도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결심공판이 열렸던 지난달 5일 출입금지선 뒤로 취재진과 지지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뉴시스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결심공판이 열렸던 지난달 5일 출입금지선 뒤로 취재진과 지지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뉴시스

재판이 열리는 매주 목요일, 서울 서초동의 서울고법·중앙지법 청사 서관 입구는 정 교수 지지자들로 항상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김경수 경남지사 재판 때보다도 훨씬 많은 인파가 모였다. 재판이 시작된 초반부에는 방청권을 받기 위해 꼭두새벽부터 줄을 서는 지지자들도 있었다.

표창장 파일이 발견된 동양대 강사휴게실 컴퓨터를 검찰에 임의제출했던 김모 동양대 조교는 증인으로 채택돼 법정 진술을 한 이후, 정 교수를 지지하는 유튜버와 인터뷰를 했다가 한 차례 더 법정에 불려나오기도 했다. 유튜브 방송에서 “임의제출 당시 검찰이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앞선 법정 증언 땐 하지 않았던 말을 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불확실한 부분을 확인하겠다”며 그를 다시 소환했다.

결심 공판 당시 소란을 피우다가 감치 재판을 받은 지지자도 있었다. 검찰이 정 교수에 대해 징역 7년을 구형하자 한 중년 여성이 “뭐 이따위가 다 있느냐”며 소란을 피웠던 것이다. 그는 2시간 구금된 후 감치 재판을 받았다. 재판부는 이 여성을 처벌하진 않았지만, 방청권을 압수하고 선고 기일에도 방청할 수 없게 했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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