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 여행 고수들이 추천하는 추억 여행지②
직접 몸으로 부딪치는 여행이 불가능한 코로나19 시대의 새로운 여행법, 바로 ‘그땐 그랬지’ 추억 팔이다. 트레킹으로 숨이 가빠지고, 와인 한 잔에 감동하며, 산뜻한 호텔방에서 해방감을 맛보던 리바이벌 여행지는 바로 여기! 각기 다른 스타일의 여행자가 추천하는 다시 가고 싶은 해외 여행지, 유럽 편이다.
딸과 공유하고 싶은 부부의 추억, 크로아티아 흐바르섬
강건호 사진작가
사진을 찍는 게 직업인 이유로 북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유럽은 물론 국내 방방곡곡에 발자국을 남겼다. 매년 4~6회 정도, 체류 기간은 때에 따라 달랐다. 보통의 여행은 느릿느릿 휴양에 가까운 편이다. 특유의(?) 수면 습관 때문에 호스텔(도미토리)을 이용하지 못할 뿐, 자유분방한 백팩커 스타일이다. 주로 계획 없이 항공권을 끊고 현지인이 추천하는 장소에 갔다.
마음 한구석에 태국의 북부 치앙마이가 못다한 숙제처럼 남아 있다. 사실 올해 초 이곳에서 한 달 살기를 시도하려고 했다. 수영장을 낀 스튜디오를 숙소로 정한 뒤 딸은 현지 아이들과 사귀고, 부부는 아무 생각 없이 한량이 되는 꿈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그래도 3년 후면 코로나19가 완전히 끝나지 않을까. 그때가 결혼 10주년이다. 신혼여행을 갔던 크로아티아의 흐바르 섬에서 딸과 함께 가족여행을 즐기고 싶다. 부부만 기억하는 추억의 장소에서 딸에게도 아름다운 추억을 선사하고 싶은 바람이다.
나는 소망한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디자인을
홍혜진 바운더리 디자인 대표
나에게 여행은 일로 점철된 일상에서 벗어나는 해방구다. ‘워라밸(Work-Life Balanceㆍ일과 생활의 균형)’에 실패했을 땐 매년 3~4회 과감히 떠난다. 의뢰인의 업무로 미뤄 둔 개인적인 취향 찾기에 심취한다. 솔직히 말하면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다 보니 반 여행, 반 출장이라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건축과 인테리어, 음식, 패션 등 직업의 특성상 시각적인 요소에 자극 받는 도시를 선호한다. 런던과 일본이 가장 자주 찾은 곳이다.
올여름 휴가 때 가까운 친구와 포르투갈 시골 여행을 계획했으나 무산됐다. 상상으로는 광대한 평원의 호텔(Da Licenca)에 머물고 와이너리 단지(Quinta de Lemos)에서 소유주 일가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 수련을 할 숨은 마을(comporta)까지 다녀왔다.
다시 가고 싶은 곳을 꼽으라면 덴마크의 코펜하겐이다. 도시 전체가 디자인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 방문 당시 아르네 야콥센과 프리츠 한센의 합작품인 코펜하겐 래디슨블루 로열호텔에서 숙박했다. 모두 오리지널 디자인 가구로 채워 넣은 방을 둘러보며 황홀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언젠가 내 방도 저렇게 꾸미리라. 코펜하겐 외곽의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 역시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도전! 180㎞ 산악 완주, 코르시카섬 'GR20' 트레일
세바스티앙 시몬 영화감독ㆍ동서대학교 객원교수
알자스 출신의 프랑스인으로 10여년 간 가장 자주 왕래한 곳은 한국이다. 해외여행은 대부분 일과 연관돼 있다. 전 세계 영화제에 참가하는 게 대부분이고, 그 외에 프리랜서로서 영상을 촬영하거나 프로그래머로 활동하면서다. 보통 한 도시를 유랑하는 것보다 그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액티비티에 초점을 맞춰 여행을 즐긴다. 트레킹을 하든 스키를 타든 스쿠버 다이빙을 하든, 무언가에 도전하는 걸 좋아한다.
지금 내게 코로나19 프리패스가 주어진다면 ‘GR20’라 불리는 하이킹 트레일을 완주하고 싶다. 세계 10대 트레일 중 하나로, 지중해 프랑스령 코르시카섬을 북에서 남으로 가로지르는 걷기 코스라 생각하면 된다. 거리는 약 180km, 산이 많고 고도 차가 심해 15일이 넘게 걸린다. 보통 이곳은 여름에 인산인해를 이루는데, 처음 방문한 건 2011년 4월이었다. 당시 자연과 나만 대치하듯 사람의 종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같은 여행지라도 각자 얼마나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가에 놀라울 뿐이다. 더불어 스위스나 오스트리아의 스키 리조트에 틀어박히는 것도 꿈이다. 상상해보라. 매일 스키를 타고 저녁 무렵엔 일상에서 떠오른 영감을 노트에 써 내려가고. 적어도 두 달 정도의 시간을 낸다면 좋겠다.
초록 카펫의 포르투갈 '도루밸리' 속으로
호영성 대학내일20대연구소 연구원
최소 6개월~1년 전 항공권부터 끊고 업무를 휴가에 맞추는, 여행으로 버티는 삶을 지속해왔다. 매년 6~8회 늘 다른 차원의 세계를 동경했다. 고즈넉한 소도시와 더불어 바다, 오지를 탐하는 수륙양용 여행자랄까. 그런 탓에 코로나19 이전의 생활이 마치 전생처럼 느껴질 정도다.
지난해 3개월의 출산 휴가가 끝나갈 무렵, 배우자 찬스를 쓰고 홀로 포르투갈로 떠났다.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거치며 상당히 지쳤을 때, 일과 취미생활에 여념이 없던 삶으로 복귀하기 위해 용기를 냈다. 포르투갈로 간 이유는 딱 하나, 바로 포트와인 때문이다. 1년간의 금주에 한이 맺혀 한국에선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포트와인의 고장으로 간 것이다. 포트와인은 발효 중에 브랜디를 첨가해 알코올 농도를 높인, 단맛이 나는 포도주다. 본래 포르투갈의 포르투항에서 적출되는 어두운 자줏빛의 포도주를 이르는 말이다.
포르투의 숙소에서 창밖으로 강변의 풍경이 달려오는 순간이 잊히지 않는다. 숙소에 앉아 ‘혼술’을 하고, 다른 여행자와 구시가지의 바를 돌아다니며 수다의 나래도 펼쳤다. 다시 갈 기회가 있다면 1주일 정도 차를 렌트할 것이다. 그리고 달린다. 포르투에서 시작하는 도루밸리(포트와인 와이너리 계곡) 투어에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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