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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정경심이 표창장 위조, 조국도 일부 관여... 입시제도 신뢰 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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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정경심이 표창장 위조, 조국도 일부 관여... 입시제도 신뢰 손상"

입력
2020.12.23 18:30
수정
2020.12.23 23:2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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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입시 위한 '스펙 부풀리기' 전부 유죄 판단
"남편도 일부 가담"... 조국 재판에도 영향 줄듯
코링크PE 횡령은 무죄... 항소심서 쟁점 예상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그는 1심에서 징역 4년에 벌금 5억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배우한 기자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그는 1심에서 징역 4년에 벌금 5억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배우한 기자

23일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입시비리와 관련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의 범행이) 공정한 경쟁을 위해 노력하는 많은 이에게 허탈감과 실망감을 줬고, 나아가 입시 시스템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게 했다”며 정 교수의 행위가 초래한 부정적인 영향을 도드라지게 강조했다.

1심 법원은 이날 정 교수에게 징역 4년에 벌금 5억원을 선고하면서 △입시비리 혐의는 전부 유죄 △사모펀드 의혹은 자본시장법 및 금융실명제법 위반 부분에서 일부 유죄 △증거인멸 부분은 일부 유죄 등의 결론을 내렸다. 특히 검찰과 정 교수 측이 가장 첨예하게 다퉜던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는 결국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 "일부 인턴확인서 조국이 위조"

지난해 9월 6일 열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박지원 의원이 조 전 장관 딸이 받았다는 동양대 표창장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 6일 열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박지원 의원이 조 전 장관 딸이 받았다는 동양대 표창장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정 교수 측은 “표창장을 위조할 만큼 컴퓨터 활용 능력이 뛰어나지 않다”고 주장해 왔다. 또, “위조됐다는 표창장과 총장 직인 파일이 나왔던 동양대 강사휴게실 개인용 컴퓨터(PC)는 소유자가 아닌 조교로부터 임의로 제출받은 위법수집 증거여서 증거 능력이 없다”고도 반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같은 해명을 모두 배척하며 “정황상 정 교수가 딸 조모씨의 서울대ㆍ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를 위해 위조한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위조 시점도 2013년 6월 16일 무렵으로 특정했다. 재판부는 “2013년 차병원 부속 의전원 지원 때는 표창장에 대한 언급이 없는데, 이듬해 부산대 의전원 지원 땐 동양대 표창장이 자기소개서에 등장한다”며 애초에 표창장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강사휴게실 PC 사용 내역을 보면 서울대 의전원 제출 마감 이틀 전, 정 교수가 해당 PC를 사용해 일련의 위조 작업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검찰이 ‘7대 허위ㆍ과장 스펙’으로 명명했던 인턴십 부풀리기 의혹도 모두 유죄가 인정됐다. 주목할 대목은 조 전 장관과의 공모관계가 받아들여진 부분이다. 재판부는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확인서의 경우, 조 전 장관이 당시 센터장이었던 한인섭 형사정책연구원 원장도 모르도록 위조한 것이라고 봤다. 부산 아쿠아팰리스 호텔 인턴확인서도 조 전 장관이 임의로 작성ㆍ날인한 것이라고 했다. 조 전 장관이 별도로 기소된 사건의 공소사실에 두 혐의가 포함돼 있는 만큼, 조 전 장관으로선 악재를 맞이한 셈이다.

횡령은 무죄 "몰랐을 가능성 커"

정경심 교수 사건 핵심 쟁점별 1심 판단. 그래픽=강준구 기자

정경심 교수 사건 핵심 쟁점별 1심 판단. 그래픽=강준구 기자

사모펀드 의혹의 핵심 혐의였던 업무상 횡령죄는 무죄 판단이 나왔다. 재판부는 “정 교수의 경우,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가 약속한 수익금을 받는 데에만 관심이 있어 횡령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횡령의 고의가 없기 때문에 무죄라는 뜻이다. 그러나 검찰이 “정 교수는 주식전문가이고, 수익금을 정상적으로 받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강력히 주장해 왔다는 점에서, 향후 항소심에서 이 부분이 최대 쟁점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매수나 차명 투자 의혹은 일부 무죄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재판부가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에 상응하는 억대의 벌금을 부과하며 “고위공직자에게 요구되는 재산 증식의 투명성, 객관적 공직 수행에 대한 의무를 회피했다”고 지적함에 따라, 조 전 장관 부부는 도덕적 비난도 피할 수 없게 됐다. 다만, 김경록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PB)와 함께 자택과 동양대 사무실 컴퓨터를 숨긴 혐의는 ‘자신의 형사사건 증거를 인멸·은닉하는 것은 죄가 되지 않는다’는 법리에 따라 무죄가 나왔다. 하지만 유무죄 판단과는 별도로, 재판부는 “수사와 재판 과정의 실체적 진실 발견을 어렵게 했다”며 증거인멸 행위를 엄중히 질책했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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