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사모펀드 관련? 혐의 4개 중 2개 무죄 판단
자본시장법·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는 일부 유죄
'조국 검증' 국면서 제기됐던 의혹 대부분 사실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1심 재판이 마무리됐습니다. 정 교수에게 적용된 △표창장 위조 △증거 인멸 △사모펀드 관련 의혹 등 대부분 혐의들에 대해 법원은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이 가운데 '사모펀드' 관련 내용은 상당히 복잡합니다. 문제가 된 사모펀드의 '구조'를 파악한 뒤, 자세히 들여다봐야 그 안에서 정 교수의 행위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왜 법원은 유죄라고 봤는지 정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1년 3개월 전 조 전 장관 검증 국면에서 제기됐던 의혹들, 그리고 이번에 법원이 인정한 사실을 바탕으로 하나하나 따져 보겠습니다.
① 코링크PE 자본금 넣은 정 교수…경영자는 조국 5촌 조카
우선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가 무엇인지부터 짚어야 합니다. 코링크PE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운용사'입니다. 기존 기업을 인수, 실제 경영을 통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린 뒤 되팔아 수익을 올리는 전문 투자사죠. 지난해 8월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자, 가족의 재산 목록이 공개됐습니다. 여기엔 조 전 장관 부인 정 교수가 코링크PE에 투자한 서류들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운용사에 투자하는 게 무조건 잘못은 아닙니다. 그런데 코링크PE의 '실질적인 경영자'가 누구인지 이슈가 되면서부터 얘기가 달라졌습니다. 코링크PE의 대표는 서류상 '이모씨'였지만,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씨'가 코링크PE 총괄대표 명함을 가지고 다니며 영업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죠. 실제 조씨 이름이 새겨진 명함 사진도 언론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이때부터 조씨가 코링크PE의 실질적인 경영자라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정 교수가 코링크PE에 돈을 투자한 '경로'를 바탕으로, 조씨가 코링크PE의 '경영자'라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정 교수가 2015년 12월 조씨에게 5억원(자본금 명목)을 줬고, 2017년 2월에는 정 교수와 그의 남동생 정모씨가 함께 추가로 5억원(최초 유상증자대금)을 조씨에게 줬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코링크PE의 자본금 및 최초 유상증자대금을 모두 조씨가 정 교수로부터 받은 돈으로 납입했고, 조씨가 차명으로 코링크PE 주식을 소유한 점을 보면 조씨가 코링크PE의 실질적인 경영자"라고 인정했습니다.
② 허위 컨설팅 계약서 만들어 ‘투자 수익’ 받아낸 정 교수
법원이 실질적 경영자인 조씨를 통해 코링크PE로 흘러들어 갔다고 인정한 정 교수의 돈은 우선 '10억원'입니다. 조 전 장관 검증 국면에선 정 교수의 '직접 투자금'이 아니냐는 의혹들이 계속 제기됐습니다. 정 교수는 그러나 이 돈에 대해 "조씨에게 빌려준 것일뿐, 코링크PE에 투자한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코링크PE의 투자 활동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는 취지의 주장도 이어 나갔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투자'로 판단했습니다. 애초에 정 교수가 조씨에게 두 차례에 걸쳐 10억원을 주면서 '투자 수익'을 약속 받았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습니다.
법원은 "정 교수와 조씨는 1차로 지급된 5억원이 투자금임을 전제로, 운용 현황에 관해 대화를 했다"며 "10억원에 대하여 매월 860만8,333원의 고정수익금을 지급받는 것을 예상했다"고 했습니다. 또, "이 외에도 코링크PE의 사업성과에 따라 10억원이 최소 50%, 최대 100% 증가하는 것을 전제로 예상수익을 계산했다"고도 봤습니다. 그리고 이런 '약속'에 따라 실제로 코링크PE에서 정 교수에게 투자 수익이 돌아간 사실도 인정했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정 교수가 '정당한 방식'으로 투자 수익을 받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10억원은 사실상 코링크PE의 자본금 명목으로 흘러갔기 때문에 '배당' 형태로 받는 게 통상적입니다. 하지만 정 교수는 배당소득으로 지급받으면 세금이 증가한다는 이유때문에 '사업 소득'으로 지급받기를 원했습니다.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 법원은 "조씨는 정 교수가 사업소득 명목으로 수익금을 지급받도록 하려는 의도에서 '허위의 경영컨설팅 계약서'를 작성했다”며 "이를 기초로 한 컨설팅 수수료 명목으로 7,897만4,997원을 정 교수에게 지급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를 검찰에선 조씨가 코링크PE의 돈을 횡령해 정 교수에게 줬기 때문에, 정 교수도 조씨의 횡령에 가담한 것이라고 기소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정 교수가 받은 돈이 조씨로부터 받아야 하는 수익금에 해당해, 정 교수가 이를 받을 권한이 있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는 "(정 교수에게) 코링크PE 돈을 횡령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법원은 "정 교수는 자신이 지급받는 경영컨설팅 수수료가 허위의 경영컨설팅 계약에 의하여 지급되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는 점을 적시했습니다. 정 교수가 '허위 계약서'로 수익금을 챙겨간 점은 일관되게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③ 2차전지 미공개 정보 이용해 수익 챙긴 정 교수
코링크PE를 두고 계속 지적이 나온 건 바로 '주가 조작'입니다. 코링크PE는 2018년 1월 'WFM'라는 회사를 인수합니다. 이후 조씨가 WFM의 실질적인 경영자로 활동하면서, 원래는 영어 교재를 개발하던 곳이던 WFM은 2차 전지 제조사로 탈바꿈합니다. 그런데 인수 직후 한 달 만인 같은 해 2월 "WFM이 전북 군산시에 '2차 전지 공장'을 가동한다"는 '소식'을 알리면서, 4,000원대에 머물던 주가가 7,300원까지 뛰어올랐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 호재성 소식이 없자 주가는 약 세 달 만에 4,000원 밑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조 전 장관 검증 국면에서 금융투자업계는 이를 두고 전형적인 호재성 소식을 이용한 주가 조작 흐름이라고 분석을 내놓기도 했죠.
여기서 주목할 건 이 과정에서 정 교수가 '돈'을 벌었다는 점입니다. 바로 WFM의 '공개되지 않은' 호재성 소식을 '미리' 알고 주식을 매입한 뒤에 주가가 뛰면 주식을 팔아 차익을 얻는 방식으로 말이죠. 법원은 "조씨가 2018년 1월 초부터 정 교수에게 군산 공장 가동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었고, 정 교수는 이후 남동생 정모씨 명의로 WFM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정 교수와 정씨는 2018년 1월 3~5일 사이에 WFM 주식 1만6,772주를 7,739만3,420원에 장내매수한 뒤, 같은 달 9일부터 22일까지 9,422만6,529원에 매도해 1,683만3,109원의 이익을 실현했다"는 게 법원의 설명입니다. 증권가에선 그 해 2월 군산 공장 가동 소식이 점점 '사실'로 받아들여지면서 주가가 4,000원대에서 7,000원대로 향하던 시기였죠.
그 뒤로도 정 교수와 정씨는 조씨에게 두 차례에 걸쳐 미공개 정보를 제공받고 5억원을 들여 WFM 주식 총 '12만주'를 사들입니다. 심지어 직접 주식을 사들이면 문제라고 여겼는지, 정씨의 처남 권모씨와 지인 서모씨가 코링크PE로부터 매수한 것처럼 꾸며서, 주식을 '종이 형태(실물)'의 증권으로 샀습니다. 12만주의 실물증권 중 7만주는 정 교수가 한국씨티은행 대여금고에 넣어뒀고, 5만주는 정씨가 보관했습니다. 차명주식이었던 셈입니다.
법원은 이에 대해 "정 교수가 정씨와 공모해 '중대범죄'인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행위를 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수익을 챙길 의도로 주식을 사들이면 실현 이익과 미실현 이익 모두 '이익'이라고 보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범죄수익 총 2억3,061만1,657원 상당을 취득한 것"이라면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인정,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여기에다 해당 범죄수익을 차명으로 사들여 보관한 행위를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혐의'로 보고, 이에 대해서도 유죄라고 판단했습니다.
④ 정 교수가 투자한 코링크PE 펀드도 결국 불법
정 교수는 코링크PE에 자본금 및 유상증자 대금 명목으로 10억원을 투자하고, 코링크PE가 인수한 WFM 주식을 6억원 가까이 사들인 것도 모자라, 코링크PE가 설립한 '펀드'에도 돈을 넣기도 했습니다. 앞서 코링크PE는 '경영참여형 펀드'를 운용하는 곳이라고 했죠. 이 펀드로 돈을 모아 특정 기업을 인수해 돈을 벌어다 주는 것이죠. 코링크PE는 이 펀드에 '블루코어밸류업1호(블루펀드)'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런데 조 전 장관이 제출한 재산 목록에 정 교수 등 가족들이 블루펀드에 14억원을 넣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블루펀드 지분을 모두 합쳐보니 100억원 규모였습니다. 통상 이런 펀드는 해당 지분만큼 투자를 받는데, 블루펀드는 추가 투자를 받지 않고 펀드 운용이 시작됐습니다. 이를 두고 사실상 조 전 장관의 '가족 전용 펀드'가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검찰도 정 교수가 블루펀드에 실제 출자액보다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점을 속여 금융위원회에 '거짓 보고'를 했다고 보고, 정 교수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우선 법원은 "정 교수 등이 14억원을 (블루펀드에) 출자함에도 99억4,000만원에 상당하는 출자좌수(지분)를 인수한다는 내용의 양수도계약서를 조씨와 작성한 건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조씨가 정 교수와 그 가족의 블루펀드 출자와 관련해 코링크PE 직원들과 거짓 보고를 하기로 공모하고 실행한 건 맞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법원은 "정 교수가 출자액과 지분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조씨와 이에 대해 논의했다는 점만으로 조씨와 함께 금융위에 거짓 보고를 했다고 인정할 순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거짓 보고의 과정에 정 교수가 가담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 무죄라는 겁니다.
그럼에도 정 교수와 가족들이 펀드 지분의 약 14%만을 보유한 채, 약 100억원짜리 펀드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점은 법원에서도 인정된 셈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펀드 상황 자체가 금융위에 '거짓'으로 인지된다는 점도 피해갈 수 없는 사실입니다.
⑤ 공직자 재산공개 피하려… 주식 투자는 '타인 계좌'로
정 교수는 코링크PE 투자 외에도 '큰 잘못'을 했습니다. 바로 금융실명법을 위반한 점이 인정된 겁니다. 정 교수는 남동생 정씨, 지인 구모씨와 이모씨의 계좌로 주식·파생상품 거래를 했습니다. 이미 이 자체로 중대한 금융 범죄인데, 법원은 여기서 한 발 더 파고들어갔습니다. 바로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있던 시기와 법무부 장관 취임 시기에 해당 자산을 '은폐'할 목적이 있었다고 본 겁니다.
법원은 "정 교수는 배우자인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에 취임해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재산등록을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자, 주식 및 파생상품 거래사실을 은폐하고 3,000만원 이상의 주식에 대한 매각 의무와 주식거래내역을 제출할 의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정씨, 구씨, 이씨 명의 계좌를 사용했다"고 했습니다. 또,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 퇴임 후 불과 14일 만에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며 "이 사이 기간 동안 이뤄진 차명거래도 공직자 재산 등록 또는 인사청문회의 자료제출요구 등과 관련해 재산 내역을 은폐할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범행의 '의도' 자체가 매우 불순하다고 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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