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부문 수상작 '거대도시 서울 철도'
본심에 오른 열 권의 책 중에서 마지막까지 논의 대상이 된 것은 김주희의 '레이디 크레딧'과 이헌창의 '김육 평전', 그리고 전현우의 '거대도시 서울철도'였다. ‘성의 정치경제학’을 표방한 '레이디 크레딧'은 도덕주의와 노동?복지 패러다임을 넘어 금융?신용?부채 경제의 틀로 성매매 산업을 분석한 책이다. 저자의 오랜 활동 경험에 바탕한 현장 사례가 생생하고, ‘모두 금융의 주체가 돼 버린’ 현재에 대한 여성주의적 비판이 돋보인다. 이헌창의 '김육 평전'은 김육을 중심으로 조선 중기 개혁정책을 조명한 노작이다. ‘당쟁사에서 정책사로’ 시각을 전환시키려는 시도와 아울러, 김육이라는 탁월한 경세가를 통해 협치의 능력과 도덕?공리 조화의 필요를 실증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수상작인 전현우의 '거대도시 서울 철도: 기후위기 시대의 미래 환승법'은 시종일관 다수 심사위원의 일치된 지지를 받았다. 이 책은 막대한 데이터에 기반하여 철도의 역사를 돌아보고 정책?행정적 대안까지 망라하고 있는 역작이다. 아름답기까지 한 100종 이상의 지도와 도표까지, 한 명의 개인, 하나의 출판사가 감당했다고는 믿기지 않는 완성도다. 신뢰할 만한 전문성을 토대로 공공의 토론을 활성화하는 것이 학술 서적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할 때, '거대도시 서울 철도'는 그 역할을 성공적으로 감당해 내고 있다. 이 책은 ‘기후위기 시대’ 속 철도의 가치를 역설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재원 마련에서 노선 제안까지 실로 다양한 쟁점을 포괄하고 있다.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을 계기로 책의 쟁점이 더 활발하게 토의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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