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동지는 애동지여서 팥죽을 먹지 않은 가정이 많았을 것이다. 그래도 동지하면 팥죽이 으레 연상된다. 팥죽을 끓이는 과정을 살펴보자. 팥을 푹 삶은 다음, 체에 걸러서 껍질은 버리고 가라앉힌다. 가라앉힌 웃물을 떠서 솥에 붓고 쌀을 넣은 다음 중간 불에서 끓이다가, 쌀이 거의 퍼졌을 때 가라앉은 ‘팥앙금’을 넣고 고루 섞어서 다시 끓인다. 이때 새알심을 넣고 끓이다가 팥죽이 걸쭉하게 되면 식성에 따라 소금이나 설탕을 넣어 먹는다. 이처럼 팥죽을 끓일 때에는 ‘팥앙금’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합하다.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단팥빵이나 찹쌀떡 따위의 속에 들어가는 팥으로 만든 단맛 내는 이 재료를 ‘팥앙금’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예: 팥앙금을 넣은 찹쌀떡과 붕어빵). 그런데 ‘앙꼬’라는 일본식 용어를 ‘앙금’으로 대체하는 것은 의미 차가 있기 때문에 무리가 있어 보인다.
빵이나 떡 속에 들어가는 단맛 나는 재료는 ‘팥앙금’이 아니라 ‘팥소’나 ‘단팥소’(여기서 ‘소’는 ‘만두소, 김칫소’로도 쓰이는데, 모두 ‘속’을 뜻하는 고유어임.)로 바꿔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팥앙금’이라는 단어는 그 구성 요소의 의미를 분석해 볼 때 ‘팥 침전물’이란 뜻만 전달할 뿐, ‘속에 들어가는 (단맛 나는) 재료’라는 뜻은 전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말 ‘앙꼬/안코(あんこ[?こ·?子])’는 ‘팥소’ 또는 ‘속에 채워 넣는 것’을 뜻한다. ‘앙꼬’를 다듬어 쓰는 것은 좋지만 소리가 비슷하다고 해서 ‘앙금’으로 쓰는 것(‘팥앙금’ 외에 ‘녹두앙금’, ‘백앙금’도 보인다)은 의미상 무리가 있으므로, 제과업계, 식품업계 등에서 재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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