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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혼자 많은 법 통과시켰으면서, 왜..." 김미숙씨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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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혼자 많은 법 통과시켰으면서, 왜..." 김미숙씨의 절규

입력
2020.12.24 13:40
수정
2020.12.24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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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원내 지도부 단식 농성장 찾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 약속
산재 피해 유가족 "법 통과까지 단식"

김태년(탁자 너머 왼쪽에서 두번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한정애(탁자 너머 오른쪽) 정책위의장이 24일 국회 본청 앞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장을 방문해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 고(故) 김용균씨 모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등과 대화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김태년(탁자 너머 왼쪽에서 두번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한정애(탁자 너머 오른쪽) 정책위의장이 24일 국회 본청 앞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장을 방문해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 고(故) 김용균씨 모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등과 대화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제 그만 단식 푸시지요. 야당이 심의를 거부하지만 설득해보겠습니다.”(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여태껏 여당이 혼자서 많은 법을 통과시켰잖아요. 왜 이 법은 꼭 야당이 있어야 하죠?”(고(故)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

24일 오전 천막 한 장이 간신히 겨울 바람을 버티고 있는 국회 본청 앞 단식 농성장을 김 원내대표와 한정애 정책위의장,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 등 민주당 원내 지도부가 찾았다. 이들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꼭 통과시킬 테니 이제 그만 단식 투쟁을 거두어 달라"고 요청했다. 법은 중대한 산업재해 발생시 회사 대표 등 최고 책임자에게 강한 형사 처벌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국회가 법을 제정하라는 민심의 요구에도 21대 국회가 미적거리자 산재 사망자 가족들이 나섰다.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였던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 이한빛 PD 아버지 이용관씨 등은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 등과 함께 지난 11일부터 14일째 단식 농성 중이다.

김태년(왼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4일 국회 본청 농성장 앞에 세워진 배너를 바라보며 단식 농성장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김태년(왼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4일 국회 본청 농성장 앞에 세워진 배너를 바라보며 단식 농성장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은 24일 단독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논의를 시작했다. 다음달 8일 끝나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법을 만들 테니 이제 그만 단식 농성을 멈춰달라고 민주당 지도부가 나선 것이다. 그러나 김미숙씨 등은 법안 처리 때까지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재계의 반대로 법 제정이 무산되는 것도, 법안 내용이 후퇴하는 것도 온 몸으로 막아내기 위해서다.

다음은 김미숙씨와 민주당 지도부 대화 내용.

▷김태년 원내대표: "이제 단식을 푸세요."

▶김미숙씨: "본회의 통과될 때까지 있을 거예요."

▷김 원내대표: "이제 (법안 심사가 시작되었는데) 본회의 통과가 언제 될 줄 압니까."

▶김씨: "저희가 처음에 이렇게 (단식을) 한 것은 끝날 때까지 보겠다고 하는 거예요. 논의만 되고 무산된 게 많잖아요."

▷김 원내대표: "무산은 안 돼요. 논의 시간이 좀 걸려서 그렇지."

▶김씨: "저희가 그걸 못 믿어요."

(잠시 침묵)

▷한정애 정책위의장: "임시국회 시작하고 정책적으로 심사 들어 갔으니까..."

▷김 원내대표: "야당이 심사에 들어오지도 않고 있고..."

▶김씨: "많은 사람이 죽고 있잖아요. 이 법 제대로 골격을 만들어서, 사람 살리는 법 만들어주세요."

▷한 정책위의장: "저희가 그렇게 할 테니까 단식은 그냥 그만 하시면…"

▶김씨: "우리 몇 명 죽는 것보다 수천 명 죽는 게 더 급한 거잖아요. 그걸 막겠다고 여기 있는 건데, 저희가 여길 빠져나가면 또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어요."

▷한 정책위의장: "아니, 해요, 해. 전국민이 쳐다보고 있는데 어떻게 안 해요."

▶김씨: "(임시국회) 회기 내 법 처리한다고 (민주당이 약속을) 했잖아요. (회기 내 처리하려면 본회의 날짜로부터) 역산을 해서 법사위에서 (방향을) 정하고 구체적인 안을 가지고 오셔야지 이렇게 나와서 단식 중단하라고 하면 저희는 동의 못하죠."

▷김 원내대표: "아무튼 절차가 시작되니 최선을 다해서 심의를 할텐데요. 지금 야당도 사실상 심의를 거부하는 이런 상태라서, 여러 가지로 악조건이긴 합니다만. 최대한 야당도 설득하고 해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국민의힘은 법안 심의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 여러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을 하나로 모은 단일안을 민주당이 도출하면 법안 심사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이날 밝혔다.

▶김씨: "여태까지 여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경제 3법 등 원하는 법안들을) 다 통과시켰잖아요. 많은 법을 통과시켰는데 왜 이 법은 꼭 야당이 있어야 해요? 그 사람들 안 들어오면 여당에서 그냥 해주세요."

(잠시 침묵)

▶김씨: "이게 국민들이 진짜 바라는 법인데…민생 법안인데 어떻게 이걸 가지고 이렇게..."

(잠시 침묵)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여러가지 말씀 듣고 고민하겠습니다."

이 말을 끝으로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농성장에서 발길을 돌렸다. 김 원내대표는 “법안소위 이후 법사위 전체회의는 언제쯤 열 계획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법사위에 물어보라”고 답했다.

이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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