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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본 2020 ②] 김현미에 힘들었고, 봉준호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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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본 2020 ②] 김현미에 힘들었고, 봉준호에 웃었다

입력
2020.12.27 18:0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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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배계규 화백의 이 사람’은 한 주 가장 관심이 높았던 뉴스의 주인공을 캐리커처로 그려 독자들에게 소개한 고정코너다. 숨가빴던 2020년을 배 화백이 담아낸 인물들을 통해 되돌아봤다.

2020년 대형 뉴스의 중심에 섰던 주요 인물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봉준호 감독, 손흥민 선수,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배계규 화백

2020년 대형 뉴스의 중심에 섰던 주요 인물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봉준호 감독, 손흥민 선수,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배계규 화백


1월 20일 오후. 2020년의 운명을 일찌감치 결정해버린 초대형 뉴스의 방아쇠가 당겨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국내 확진자의 발생. 이어진 설 연휴가 끝남과 동시에 미지의 바이러스는 기다렸다는 듯 본격적으로 위력을 발휘했고, 2월 대구 경북을 중심으로 대유행의 뇌관이 폭발했다. 매일 수백명씩 신규 확진자가 쏟아지며 마침내 의료 시스템은 백척간두에 섰고, 병상에 눕지도 못한 채 목숨을 잃는 확진자가 잇따랐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현 질병관리청장)의 오후 2시 브리핑은 절망이 앞서던 때 국민을 위무한 희망의 메시지였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때 질병예방센터장으로 바이러스와 싸웠던 그는 코로나19 위기와 맞서며 차분하면서도 헌신적이고 진취적인 'K방역 사령관'의 면모를 보였다. 9월 12일 출범한 질병관리청의 첫 수장이 된 그를 영국 BBC는 '올해의 여성 100인'에 포함했다. 외신들이 정 청장을 부르는 별칭은 '바이러스 사냥꾼(Virus Hunter)'이다.

정은경 청장의 대척점에 섰던 인물은 8월 중순 불붙은 2차 대유행의 장본인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다. 방역수칙을 무시한 전 목사의 교회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질 것이라 여겨졌던 여름 내내 3월의 악몽을 소환했다. 밀폐된 환경에서 밀접 예배를 고집한 이들 교인의 바이러스 전파력은 막강했다. 8월 31일 기준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1,035명. 정은경 청장은 "둑이 무너지듯"이라는 표현으로 절박함을 드러냈다. 광복절 광화문 집회라는 대형 불쏘시개를 더한 집단감염은 의대정원 증원과 공공의대 신설을 놓고 의사집단과 정부가 강하게 맞선 이른바 '의정갈등'을 만나 위기를 더했다. 2차 대유행과 전공의 파업(9월 7일 종료) 동시 발발은 우리 사회의 코로나 위기 탈출속도를 크게 떨어뜨렸다.

코로나19의 맹습으로 점철된 2020년이었지만, 국민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 이벤트와 인물도 있었다. 봉준호 감독은 2월 9일 제9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감독상과 함께 작품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4개 부문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1월 5일 아카데미와 함께 할리우드의 양대 시상식으로 꼽히는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서 '기생충'으로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직후였다. '백인들만의 리그'라 불릴 정도로 외국인 영화감독과 배우에 대한 배척이 심했던 92년 역사의 아카데미는 '자막 1인치의 장벽'을 무너뜨렸고, 봉 감독은 세계 영화계 판도 변화의 상징으로 우뚝 섰다.

지난 외환위기 때 주저앉은 국민의 기운을 박세리 선수가 북돋아 일으켰다면, 코로나19 대유행 앞에 지친 2020년 한국인의 곁에는 손흥민 선수(영국 토트넘)가 있었다. 27일 현재 토트넘 통산 100호골을 눈앞에 두고 있는 손흥민은 굴곡없는 통쾌한 경기력으로 국민들을 응원했다. 한국갤럽이 조사한 2020년 올해를 빛낸 인물 스포츠선수 분야에서 압도적인 지지율(79.7%)로 1위에 오른 손흥민은 12월 18일 한국인 최초 푸스카스상 수상자의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번리전에서 보여준 75m 단독 드리블 골의 성과였다.

한해 동안 빌보드를 비롯한 서구 팝시장을 '한국어' 노래로 석권한 방탄소년단(BTS)의 활약 또한 국민들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북돋웠다. BTS는 매일매일 새로운 역사를 써가는 중이다.

2020년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을 더욱 힘들게 했던 건 꼬일대로 꼬여버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었다. 현 정부 출범 후 무려 24차례나 쏟아낸 정부의 규제책은 쏟아지는 유동성 앞에 무용지물이었고, 급기야 '영끌'과 '빚투'로 상징되는 2030세대의 겁에 질린 매수세(패닉바잉), 그리고 최악의 전세난까지 낳는데 이르렀다. 혼돈의 부동산 시장 한 가운데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가벼운 입이 있었다. 12월 4일 개각으로 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등장하기까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책임졌던 김 장관은 현 정부 들어 집값이 얼마나 올랐냐는 물음에 "11%로 알고 있다"는 현실과 동떨어진 답을 해 무주택자들의 부아를 돋웠다. "우리집(일산 신도시 아파트)은 디딤돌대출(5억원 이하 주택 구입때 적용)로 살 수 있다"는 말로 대출길이 막힌 서민들의 원성도 들어야 했다.

김현미 장관과 마찬가지로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줄곧 자리를 지켜온 강경화 외교부장관도 설화의 중심에 섰다. "요트를 사러 간다"며 추석연휴 미국으로 떠난 남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의 행동에 "제가 말린다고 말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고 했다. 당시는 외교부의 특별여행주의보가 발령된 상황이었다. 강 장관은 '패싱 논란' 등 업무에서의 존재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 속에 임기 5년을 같이 할거라는 뜻에서 '오경화'라는 별칭이 붙어있다.

9월 14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정의기역연대 이사장)은 지난 5월 불거진 정의기역연대 회계부정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윤 의원은 거짓 신청과 부정한 방법 등으로 국고와 지방 보조금을 교부받아 편취한 혐의, 개인계좌로 모금한 기부금 및 단체 자금을 유용한 혐의 등 6개 혐의로 기소됐다. 30년 위안부 운동의 핵심 인물인 윤 의원의 도덕적 흠결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시민운동의 기수로 중앙 정치무대까지 도달했던 윤 의원의 추락. 그의 터무니없는 '노마스크 와인 파티 사진'(12월7일)은 공분에 기름을 부었다.

역시 시민운동의 기수로 3선 서울시장에 올랐던 고 박원순 전 시장의 죽음(7월9일)은 대형 정치인의 비극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고인이 직원에 대한 성추행 관련 피소 직후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드러나고, 권력형 성폭력이 만연하는 동안 서울시에서 방조가 이뤄졌다는 데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서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4월 23일 직원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자리에서 물러난 데 이어 고 박 전 시장마저 미투(성폭력 고발운동) 관련 이슈로 정치무대에서 사라지면서 내년 재보궐선거는 서울과 부산시장을 한꺼번에 뽑는 대형 이벤트가 됐다.





















양홍주 디지털기획부문장
배계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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