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고통을 함께 하면 더 행복해지는 이유

입력
2020.12.24 14:30
수정
2020.12.24 18:31
21면
0 0
장동선
장동선뇌과학 박사

편집자주

그 어느 때보다 몸의 건강과 마음의 힐링이 중요해진 지금, 모두가 좀 더 행복해지기 위한, 넓은 의미의 치유를 도울 수 있는 이야기들을, 자연과 과학, 기술 안에서 찾고자 합니다.


Caspar David Friedrich, Winterlandschaft mit Kirche, 1811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 교회가 보이는 겨울 풍경, 1811)

Caspar David Friedrich, Winterlandschaft mit Kirche, 1811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 교회가 보이는 겨울 풍경, 1811)


살면서 가장 힘든 순간은 언제일까. 세상에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고 느끼며 혼자 버려진 느낌일 때가 아닐까. 삶의 기본적인 터전이 위태로워져서, 사랑을 잃어버려서,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해서, 희망을 품었던 일이 절망으로 돌아서서… 이유는 다양할 수 있지만,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을 겪는 사람은 그 어느 때보다 외롭다.

올해의 크리스마스는 그 어느 해보다 외로운 크리스마스다. 전 세계에 몰아닥친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많은 곳의 사람들이 어디에 나가지도 못하고 각자의 집에서 격리 중이다. 해가 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지만, 언제 이 어둠이 물러갈지 기다리는 시간이 참 힘겹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그리는 수많은 명화들 중에 독일의 낭만주의 화가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교회가 보이는 겨울풍경'은 독보적이다. 다른 화가들은 예수님의 탄생, 선물을 가져온 동방박사들, 북적이는 크리스마스 마켓, 크리스마스 트리 주변 가족들의 모습 등을 그렸다면 프리드리히의 그림에는 눈 내리고 안개가 자욱한 풍경 한가운데 홀로 기도하는 외로운 한 사람만이 있다. 그는 의지하던 목발까지 내팽개치고 소나무 옆 십자가 아래 쓰러지듯 앉아 있다. 그는 사람들이 많은 도시에서 도망쳐 나온 걸까.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까지 다시 걸어갈 수 있을까. 추운 눈 속 나무 아래 홀로 남겨져 기도하고 있는 한 사람의 스토리가 무엇인지 듣지 않아도 가슴이 아프다.

무엇을 가져야 우리의 삶이 보다 행복해질 수 있을까? 여기에 답할 수 있기 위해 1938년부터 지금까지 83년째 진행되고 있는 하버드 대학교의 한 연구가 있다. 이 연구의 총괄 책임자 중 한 명인 로버트 왈딩거(Robert Waldinger)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맺는 관계가 우리 삶의 행복을 좌우한다."

여러 연구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무엇이 자신을 행복하게 할지 예측하는 능력이 근본적으로 약하다고 한다. 캐나다 밴쿠버 엘리자베스 던(Elizabeth Dunn) 교수의 연구에서 사람들은 갑자기 공짜 돈 선물을 받았을 때, 이 돈을 자기 자신을 위해 쓰게 되면 더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남들을 위해 쓸 때 행복감이 더 오래 갔다. 미국 UCLA 의 스티브 콜(Steve Cole) 교수의 연구에서 자기 자신의 행복을 우선시하는 사람과 다른 사람의 행복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의 뇌를 비교했더니 전자의 뇌가 오히려 스트레스 지수가 더 높았고 후자의 뇌가 더 행복감을 많이 느꼈다.

왜 그럴까? '나 자신'에게만 주의와 관심을 기울이며 살 때 우울감과 불안이 더 올라갈 확률이 높다. 우울증과 불안장애 환자들의 경우 긴장되고 불행감이 높은 순간들일수록 타인과 연결된 느낌이 더 낮아진다. '나'는 왜 이렇게 살지? '나'는 왜 남들만큼 행복하지 못할까? 나에게만 집중된 생각의 덫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누군가 다른 사람의 행복을 기원하며 좋은 일을 해 주는 거라고 한다.

"내가 이렇게 힘든데 어떻게 다른 사람까지 생각해?" 라는 질문은 한 번 거꾸로 생각해 보아야 한다. 뇌과학적으로 보면 다른 사람을 나의 관심 안으로 데려올 때, 오히려 나 자신의 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공감하는 연민의 감정을 영어로는 Compassion이라고 한다. 라틴어 어원 com ? 함께하다, passion ? 고통을 겪다, 즉, "고통을 함께 느낀다"라는 의미다. 고통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열고 관계를 맺으며 나 자신에게만 집중된 관심을 타인에게 넓혀 갈 때 우리는 더 행복해질 수 있다. 몸은 집에 있더라도 마음으로는 좀 더 많은 주변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 보자.

장동선 뇌과학 박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