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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백신 안 줄 거면 필리핀서 나가라" 두테르테의 '거래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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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백신 안 줄 거면 필리핀서 나가라" 두테르테의 '거래 제안'

입력
2020.12.2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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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만료 예정 '방문군사협정' 파기 공언하며
"최소 2000만회 접종 분량 백신 제공해야" 주장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백신을 제공하지 않을 거라면 미군은 필리핀에서 나가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미국과 맺은 ‘방문군사협정(VFA)’ 파기를 공언하면서 미국이 협정 유지를 원한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제공해야 한다고 조건을 내걸었다. 필리핀 정부가 미국 제약사 화이자 등과 백신 도입을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그 결과가 신통치 않자 미국 정부를 상대로 ‘거래’에 나선 셈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VFA가 곧 종료된다”면서 “내가 그 협정에 동의하지 않으면 그들(미군)은 떠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필리핀 일간 마닐라블루틴과 인콰이어러 등 현지 언론이 27일 보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또 “미국이 최소 2,000만회(1,000만명) 접종 분량 백신을 제공하지 않으면 떠나는 게 더 낫다”면서 “백신을 제공하지 않으면 여기에 머무를 수 없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군사 협정 파기까지 꺼내 들면서 미국에 백신을 요구하는 이유는 필리핀 자체적으로 추진했던 백신 도입에 한계가 찾아왔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앞서 “내년 5월부터 전 국민(약 1억900만명)에게 코로나19 백신을 무료로 접종하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화이자 및 노바백스 측과 코로나19 백신 구매협상은 난항에 부딪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 확산 상황도 심상치 않다. 국제통계 웹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그동안 필리핀에선 47만명 가까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중 9,000명이 숨졌다. 필리핀의 최근 7일 간 하루 평균 확진자 수도 1,500여명에 이른다.

한편 두테르테 대통령이 파기를 공언한 VFA는 훈련 등을 위해 입국하는 미군의 권리와 의무 등을 규정한 협정으로 지난 1998년 체결됐다. 미군과 필리핀군은 연례 합동 군사훈련인 ‘발리카탄’ 등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2월 자신이 주도하던 ‘마약과의 전쟁’을 지휘한 전 경찰청장이 미국으로부터 비자 발급을 거부당한 데 반발해 일방적으로 VFA 종료를 통보했었다. 당시 그는 “미국이 필리핀의 내정을 간섭하고 있다”며 불 같이 화를 낸 것으로도 알려졌다. 180일간의 경과 기간이 끝나는 8월에 이 협정이 공식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2차례에 걸쳐 미국에 종료 절차 중단을 통보해 내년 상반기까지 유지될 예정이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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