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 취하자니 어렵고 안 취하자니 아쉬운 것. 국민의힘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딱 그렇다.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윤 총장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를 제친 건 내심 시원하다. 그러나 대놓고 반기기엔 윤 총장이 '우리 사람'인지가 불분명하다. '윤석열 거품'이 꺼지면 국민의힘도 주저앉을까 걱정도 된다.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 1위· 윤 총장 대선주자 1위'라는 28일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든 국민의힘 표정이 미묘한 이유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이달 21~24일 실시한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3.8%로, 민주당(29.3%)을 오차범위(±2.2%) 밖에서 따돌렸다. 윤 총장도 같이 날았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같은 기간 진행한 조사에서 윤 총장 지지율은 지난달보다 4.1%포인트 상승한 23.9%로 나타났다. 각각 18.2%를 기록한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지사를 누른 것이다.
국민의힘은 딜레마에 빠졌다. 윤 총장의 선전으로 야권이 정권을 탈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은 커졌지만, 국민의힘 대선주자의 존재감은 더 흐려졌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충돌하는 윤 총장을 엄호하긴 했지으나, 윤 총장을 신뢰하진 않는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윤 총장을 두고 "야당 정치인이라 할 수 없다"며 견제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우리 주자를 못 키우고 자꾸 바깥으로 눈을 돌리면 정당으로서 존립 근거가 흔들리는 것 아닌가"라고 걱정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뜯어보면 국민의힘의 한숨은 더 커진다. 리얼미터·오마이뉴스 조사에서 지지 정당이 없다'(19.4%) '나는 무당층이다'(18.9%) 등 정치색이 없다고 답변한 사람 가운데에선 윤 총장을 지지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다수였다. 스스로를 '중도층'(26.0%)이라고 분류한 답변자도 윤 총장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윤 총장이 대선 레이스에서 끝내 빠지면 중도층과 무당층이 국민의힘으로 쏠릴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게 국민의힘의 고민이다.
국민의힘 간판을 단 대선주자들은 전부 1, 2%대의 지지율에 머물며 고전하고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제1 야당인 국민의힘이 정국을 주도하지 못 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며 "윤 총장에 일시적으로 가 있는 중도층과 무당파들이 결국 중요한 순간에 어디를 선택할지는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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