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자질 논란'에 휩싸인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여론의 비판과 국민의힘·정의당의 반대도 문 대통령은 끝내 듣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야당 동의 없이 임명한 26번째 장관급 인사다. '일방통행 인사' 사례가 추가된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에 실패한 당청은 인사 쇄신과 민생 정책을 앞세워 국면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변 장관 임명으로 ‘쇄신의 진정성’이 상당 부분 퇴색했다.
오후 5시 김현미 퇴임식·17분 뒤 변창흠 임명
문 대통령은 변 장관 임명을 재가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변 장관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한지 약 6시간만이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변 장관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둘러싸고 거센 대치가 벌어졌다. 야당 반발로 표결이 막히자, 민주당 국토위원들은 ‘기립 표결’ 방식으로 보고서를 속전속결로 의결했다. 민주당 소속인 진선미 국토교통위원장은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해도 변 후보자가 본인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도 있지 않느냐"며 표결을 강행했다.
23일 변 장관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이후 민주당은 "야당과 합의를 시도하겠다"고 했지만, 닷새 만에 단독 의결 수순을 밟았다. 인사청문회법상 인사청문보고서를 정부로 돌려 보내 열흘을 더 기다릴 수 있었지만, 굳이 그러지 않았다. 28일 오후 5시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퇴임식이 잡혀 있고, 문 대통령의 임명 재가 시간은 오후 5시 17분이었다. '인사청문회도, 국회 검증도 요식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부동산 구원투수… 후퇴 없다"
당청이 변 장관을 둘러싼 부정적 여론을 모르는 건 아니다. 변 장관이 부동산 정책의 ‘구원 투수’라는 이유로 엄호할 수밖에 없다고 당청은 강변한다. 변 장관은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숨진 비정규직 하청노동자 김군의 사망을 '실수'라고 치부하고, SH·LH 공사 사장 시절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휩싸이는 등 자질 시비가 일었다. 그럼에도 위장 전입, 탈세, 논문 표절 등 이른바 ‘7대 배제 기준’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당청의 논리다.
문 대통령이 ‘변창흠표 주택 공급 정책'에 신뢰를 보낸 것도 민주당의 반대를 어렵게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변 후보자가 구상하는 공급 방안에 대해 기재부가 충분한 협의 등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했다. 인사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변 장관에 공개적으로 힘을 실어준 것이다.
쇄신 진정성 훼손...'변창흠 리스크' 우려
변 장관 임명으로 여당은 '변창흠 리스크'를 떠안게 됐다.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부동산 정책의 동력이 꺼질 가능성, 취임 후 실언을 반복할 가능성에 대한 여당 내 우려가 있다. 노동자, 약자를 폄하 발언으로 도마에 오른 변 후보자의 임명이 앞으로 문 대통령이 선보일 청와대·정부 인적 쇄신의 진정성에 이미 상처를 입혔다는 지적도 무성하다.
국민의힘은 변 장관을 형사 고발할 방침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8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변 후보자는 온갖 비상식적 망언에 더해 직원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지인 특채 의혹 등을 받고 있다”며 “특별 채용과 부정 채용 혐의 등으로 변 후보자를 형사고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 장관은 야당의 동의 없이 임명된 26번째 장관급 인사다. 문 대통령은 앞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이정옥 전 여성가족부 장관 등을 야당의 반대 속에 임명했다. 과거 정부에서 여야 합의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노무현 정부에서 3명, 이명박 정부 17명, 박근혜 정부 10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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