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서는 코로나 백신 맞을 수 있니.”
서울에서 걸려온 어머니 전화다. 한국이 더 급한데도 베이징에 떨어져있는 손주들 걱정부터 하신다. “설 연휴 지나봐야 알 것 같은데요.” 어물쩍 둘러대긴 했지만 사실 판단이 서지 않았다. 주위에 물어봐도 망설이긴 마찬가지다. 두 달 전 아이들에게 중국산 독감 백신을 접종할 때와는 분위기가 딴판이다. 한 지인은 “코로나 백신? 지난 가을에 이미 놔준다고 하던데”라고 말했다. 제의를 받았지만 내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방한한 양제츠 정치국원은 서울이 아닌 부산으로 발길을 돌렸다. 왕이 외교부장은 당초 10월이던 청와대 예방을 11월로 미뤄야 했다. 한국의 코로나19 검사 방식을 중국이 거부한 탓이다. 방역 성과를 뽐내며 으스대던 한중 협력의 한계는 딱 거기까지였다.
중국은 코로나19 백신 물량공세로 부쩍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반면 한국은 백신이 절실하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한국의 두 배인 싱가포르는 그렇다 쳐도 30%에 불과한 멕시코보다 한발 늦은 건 뼈아프다. 그런데도 이웃 중국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그토록 많은 ‘메이드 인 차이나’에 의존하면서도 백신은 찬밥 신세다.
“임상시험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잖아요.” 정부 관계자의 냉담한 반응이다. 하긴 우한 확진자가 5만명인지 50만명인지조차 말끔히 규명되지 않았다. 혼란을 부추긴 정보 통제의 장막을 뚫고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들은 이달 중순 현장을 찾는다.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세계 최초로 집단 발병한지 1년만이다.
열흘 전 코로나19 핵산 검사를 받았다. 베이징의 산발적 감염이 심상치 않자 전시 동원하듯 이틀 새 100만명 넘는 주민들이 임시 천막으로 몰렸다. 가족 모두 음성이라는 안도감도 잠시, 건강코드가 담긴 스마트폰 앱에 '백신 접종기록이 없다'는 신호가 경고등마냥 깜빡였다. 또다시 일사불란하게 주사 바늘 앞에 줄을 설지도 모른다는 의미다. 떨떠름한 표정을 짓자 아내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한마디 거든다. “중국이잖아, 맞으라면 맞아야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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