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병원체가 들어오면 백혈구가 이들과 싸워 침략자들을 물리친다. 처음 침입한 병원체에 대하여는 특징이나 약점 등의 정보가 없기 때문에 고전을 하기도 있지만 이 과정을 통해 병원체의 특징을 파악하고 적당한 무기를 만들게 되는데 이를 항체라고 한다. 이 정보는 기억세포가 보관하고 있다가 동일한 종류의 병원체가 다시 침입하면 적당한 항체를 만들어내어 병을 앓지 않거나 혹은 약하게 앓으면서 빨리 격퇴시킬 수 있게 한다.
백신은 이런 항체의 특성을 이용하여 감염병을 미리 예방하기 위하여 사용한다. 1796년 제너가 천연두를 예방하기 위하여 소에서 발병한 우두를 접종한 이래 다양한 병원체에 대한 백신이 개발 사용되어 천연두, 소아마비 등은 거의 퇴치되었고, 미국의 경우 풍진과 유행선 이하선염의 발생률이 99%나 감소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지만 모든 백신이 이들처럼 두드러진 효과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독감 바이러스의 경우는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않고 변종이 많아 매년 예방접종을 하여야 하고 간혹 효과가 적은 경우도 있다.
그런데 한 번도 노출된 적이 없는 감염체에 대하여는 항체가 없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어 많은 사람이 병을 앓고 면역을 획득할 때까지는 희생이 따를 수 밖에 없다. 스페인이 남미의 잉카제국을 점령하였을 때 원주민의 90%가 죽은 이유는 전쟁보다는 경험하지 못한 병원체 때문이었고, 근대에 유행하였던 스페인 독감으로 전세계 인구의 1~3%가 사망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이 독감은 우리나라에도 퍼져서 당시 인구 1,759만명 중 1.8%인 14만명이 사망하였다. 심노숭의 자저실기(自著實紀)에 무오년 독감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무오년 섣달에 연경에서 유입된 감염병이 사흘 후에 서울에 이르고 열흘 만에 팔도에 퍼졌는데, 아버지가 병에 걸리고 5일 만에 사망하고 상중에 제수가 사망하고, 장례를 치르고 난 후 아버지의 첩이 사망하여 연달아 장례를 치렀다"고 하니 그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항체와 백신에 대하여 살펴보면서 제대로 된 경험을 통해서만 문제의 본질을 해결할 수 있는 항체 즉, 대비책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코로나19에 대한 백신 몇 가지가 임상시험을 거쳐 긴급사용 승인이 되어 몇몇 나라에서 접종이 시작되었다. 이번에 개발된 백신은 바이러스 전체에 대한 항체를 만드는 것이 아니고 바이러스가 세포에 부착하는 데 관여하는 돌기(spike) 단백질을 인위적으로 만들게 하고 그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 내도록 하는 새로운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바이러스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어디를 막아야 바이러스의 침입과 그로 인한 발병을 막을 수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요즈음 세상을 보면 코로나19만 문제가 아니다.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는, 입에 담기 민망한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고, 여기저기서 불만의 소리가 들린다. 약속을 어기는 것은 다반사고, 잘못하고도 잘못했다고 인정하지 않는다. 편을 가르는 것은 기본이고, 어느 편인가에 따라 판단도 달라지니 사실 여부나 진실은 아무 상관이 없다. 이런 상황이 정상인 것일까? 아니라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코로나19는 백신과 치료제를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데, 이 사회를 치유할 항체나 치료제는 누가 만들어야 할까? 문제의 중심에서 혼란을 일으키는 정치인, 법조인, 전문가 등 사회지도자들에게 맡겨두기만 하기에는 무엇인가 마음이 미덥지 못하다.
분명한 것은 아무리 혼란스럽고 비정상적인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라도 뚫고 나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사회의 지도층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평범한 우리 국민들은 이들이 제대로 하는지 지켜보고 견제하여 문제를 찾아내고, 적절하고 효과적인 문제 해결 방안을 만들어서 지금보다 더 어긋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백신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백신이 나왔으니 우리나라도 빨리 예방접종을 할 수 있게 되어 조만간 코로나19로부터 벗어나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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