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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마저 "맡고 싶지 않았다"...마지막 靑 비서실장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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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마저 "맡고 싶지 않았다"...마지막 靑 비서실장의 '운명'

입력
2020.12.30 08: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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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전해철 신임 행정안전부 장관 등 4명의 신임장관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환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문 대통령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권덕철보건복지부 장관. 왕태석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전해철 신임 행정안전부 장관 등 4명의 신임장관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환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문 대통령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권덕철보건복지부 장관. 왕태석 선임기자


“진심으로 맡고 싶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자서전 '운명'에 쓴 문장이다.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을 맡았을 때 그런 마음이었다고 한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청와대 넘버2’다. 힘 세고 빛나는 자리이지만, 정권의 '마지막 비서실장'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영광보단 책임이 두고두고 큰 탓에 대체로 기피하는 자리다. 내년 1월 노영민 비서실장 교체를 앞두고도 여권에서 손 들고 나서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한다.


대통령과 운명 함께... '영원한 순장조'

문 대통령은 ‘운명’에서 “마지막 비서실장은 대통령 퇴임 후까지도 생각해야 하는 자리다. 솔직히 이제는 자유롭고 싶었다”고 썼다. 청와대를 나와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것이 마지막 비서실장의 소임이라는 얘기다.

대통령의 퇴임 이후가 편하지 않으면 비서실장의 짐은 더 크고 무거워진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인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문 대통령, 하금열 전 SBS상임고문(순서대로)은 모두 정권이 끝나고 검찰 조사를 받았다. 정권 임기 중에 발생한 의혹 사건 때문이었다.

마지막 비서실장에겐 '대통령의 사람'이라는 브랜드 혹은 낙인이 오래도록 남는다. 자기 정치를 더 하려는 정치인 출신 인사들 중에 후보군을 찾기 어려운 이유다. 친문재인계 인사는 29일 "마지막 비서실장은 정권 문을 닫는 순장조의 리더 격"이라며 "청와대가 비서실장직을 권유하는 것 자체가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권한은 적고 책임은 많고 "

대통령 비서실장은 ‘청와대 인사추천위원회 위원장’으로서 각종 정부 인사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정부 부처부터 산하 위원회 인사까지, 마음만 먹으면 챙길 수 있는 자리가 많다. 그러나 정권 말엔 인사도 줄이기 마련이어서 비서실장의 인사권부터 축소된다.

정권 초·중기 비서실장에 비해 부담은 줄어들지 않는다. 여권 관계자는 "위세를 떨쳤던 동교동계, 친박박근혜계, 친이명박계도 정권이 문을 닫으면 예외 없이 쇠퇴했다”며 "마지막 비서실장으로서 '누군가의 사람'이 되는 것은 큰 모험”이라고 했다.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극도로 까다롭게 인선해야 하는 자리가 마지막 비서실장이다. 임기 말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한 정책 식견, 점점 목소리가 커지는 여당과 정부를 제어할 정무 감각, 레임덕(정권 말 권력 누수 현상)을 최대한 늦출 전투 능력 등이 두루 필요하다. 퇴임 후에도 곁을 지킬 충성심은 기본이다.


고사, 고사... 후임자 찾는 노영민

노영민 비서실장 후임자에 대한 각종 설은 지난 8월부터 무수하게 오르내렸다. '똘똘한 강남 아파트 한 채' 논란으로 노 비서실장이 사표를 냈다 반려된 이후다. 그간 줄잡아 10여명이 거명됐지만, 문 대통령은 최후의 적임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뜻대로 결정하면 되지만, 수락하는 인사가 드물어서다.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우윤근 전 러시아 대사는 수 차례 고사했고, 최근 거론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손을 내저었다. 우 전 대사는 노 실장이 직접 설득했지만, 가족 반대를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최재성 현 청와대 정무수석,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왕정홍 전 방위사업청장, 김부겸 전 의원 등의 이름이 몇 달째 뱅뱅 돌고 있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문 대통령 스타일상 신뢰가 쌓이지 않은 사람을 마지막 비서실장으로 쓰지는 않을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직접 설득하면 누구라도 끝까지 거절하지는 못할 테니, 이미 알려진 후보군 중에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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