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달구는 eK리그
다음 달 2일부터 8강 플레이오프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에이스 손흥민(28)이 K리그1(1부리그) 준우승팀 울산으로 이적했다. 지난해 유벤투스(이탈리아) 방한경기 당시 '노쇼' 사태로 K리그 팬들에게 상처를 줬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5)는 머리를 짧게 깎고 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해 상주(내년부터 김천) 유니폼을 입었다. 허무맹랑한 소식 같지만, 현재 성황리에 진행 중인 '또 하나의 K리그'에선 모두 현실이다.
인터넷 방송 플렛폼 ‘아프리카TV’에선 요즘 eK리그가 한창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한국e스포츠협회와 손잡고 올해 처음으로 개최한 공식 e스포츠 대회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공인도 받았다. 1부와 2부리그 총 22개 구단이 모두 참가한 이 대회엔 구단대표 선발전을 거친 팀(3인1조)이 각 구단 이름을 걸고 대회에 나섰다.
경기는 K리그 공식 스폰서인 EA스포츠가의 ‘FIFA 온라인 4’로 치러지는데, 각 구단 실제 선수들의 능력치를 바탕으로 시대 불문, 국적 불문 최고 선수들로 꾸려 경기를 치른다는 점에서 e스포츠 팬들은 물론 K리그 팬들에게도 꽤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앞서 언급한 손흥민, 호날두는 물론 유상철(49), 안정환(44) 등 게임상 능력치 좋은 옛 선수들도 소환돼 전성기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K리그와 e스포츠 만남의 시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K리그 개막이 미뤄지면서 시작됐다. 배성재, 윤태진 아나운서의 ‘랜선 개막전’ 이후 각 구단 선수들이 자신의 팀 선수로 직접 스쿼드를 짜 게임을 치른 랜선 토너먼트 ’TKL(Team K-Leaue)컵’이 호응을 얻었다. 이 때 게임으로 먼저 우승한 송민규(21ㆍ포항)는 현실에서도 펄펄 날아 ‘영 플레이어상’을 거머쥐며 올해 K리그 최고 스타가 됐다.
연맹 관계자는 “eK리그 출범에 쏠리는 관심은 기대 이상이었다”고 했다. 일단 구단대표 선발전엔 전국에서 각 600개 팀이 참가 신청을 했다. 전북과 FC서울엔 각각 64개팀과 61개팀이 참가해 경쟁률은 60대 1을 넘었다. 만 16세 이상이면 누구나 참여 가능했기에 구단 직원이나 현역 선수가 직접 참가한 사례도 있다.
타이틀스폰서로 LG전자가 참여했고, 개막 이후에도 더 많은 기업과 프로게이머들의 참여 문의가 이어졌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무엇보다 팬 확장성에 도움이 될 거란 기대도 생겼다. e스포츠 세계로 먼저 다가선 K리그 선수들의 ‘현실 능력’이 궁금한 신규 팬 유치도 기대해볼 만하다. ‘휴식기’로만 여겨졌던 겨울이 eK리그로 채워지면서 유럽 리그처럼 2020~21시즌을 잇는 ‘겨울 시즌’을 풍성하게 만드는 대표 콘텐츠가 될 수도 있다.
29일 막을 내린 조별리그를 통과한 8개 팀 면면을 살펴보면 2020시즌 K리그1(1부리그)에 속했던 팀과 K리그2(2부리그)에 속했던 팀이 정확히 반으로 갈린다. K리그1에 있던 팀 가운덴 전북 포항 수원 강원만 8강 플레이오프에 올랐고, K리그2에 있던 팀들 중엔 제주 서울이랜드 대전 안산이 8강에 진출했다.
플레이오프에 오른 8팀은 우승을 놓고 살 떨리는 토너먼트 대결을 펼친다. 다음달 2~3일에 걸쳐 포항과 수원, 강원과 제주, 안산과 서울이랜드, 대전과 전북이 8강전을 치른다. 4강과 결승, 그리고 3ㆍ4위전까지 열리는 방식은 월드컵과 똑같다. 우승팀엔 무려 1,000만원의 상금과 함께 총상금 5만 달러가 걸린 EA 챔피언스컵(EACC) 예선 참가권이 주어진다. 2위와 3위는 각각 500만원과 200만원의 상금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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