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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의혹 부인 하루만에 "이 파고 넘기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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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의혹 부인 하루만에 "이 파고 넘기 힘들 것 같다"

입력
2020.12.3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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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피소 가능성 첫 인지 땐 "그런 일 없다"
이튿날 "문제 될 수도… 시장직 던지고 대처"
이후 2시간도 안돼 '모든 분에 죄송' 공관 나서

지난 7월 10일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애도하고 있다. 뉴스1

지난 7월 10일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애도하고 있다. 뉴스1

성추행 피소 가능성을 인지한 뒤 극단적 선택에 이르기까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극심한 심경변화를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처음에는 성추행 의혹을 부인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문제될 소지가 있다"며 감당하기 버겁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서울북부지검이 30일 발표한 수사결과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이 성추행 피소 가능성을 처음 인지하게 된 시점은 지난 7월 8일 오후 3시쯤으로 추정된다. 임순영 서울시장 젠더특보가 독대 자리에서 '시장님 관련해 불미스럽거나 안 좋은 얘기가 돈다는 것 같은데 아시는 것이 있느냐'고 이야기를 꺼냈다. 박 전 시장은 "그런 것 없다"고 대답했다.

이에 임 특보는 '4월 성폭행 사건 이후 피해자와 연락한 사실이 있느냐'고 묻기도 했으나, 박 전 시장은 역시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4월 벌어진 서울시장 비서실 직원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고소인은 동일인물로, 임 특보는 해당 사건을 거론하며 박 전 시장에게 질문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낮까지 부인하는 취지로 말했던 박 전 시장은 당일 밤 11시 임 특보와 기획비서관 등을 공관으로 불러모았다. 임 특보가 '국회의원으로부터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는 소문이 돈다는 전화를 받고 여성단체 등에 연락했는데 무슨 일인지 말해주지 않는다'고 보고하자, 박 전 시장은 "피해자와 4월 사건 이전에 문자를 주고 받은 것이 있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될 소지가 있다"며 시인하는 태도를 보였다.

박 전 시장은 이후 문제가 커질 것을 우려한 탓인지 사퇴를 고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튿날인 9일 오전 9시 15분쯤 박 전 시장은 공관에서 고한석 전 비서실장과 독대하며 "피해자가 여성단체와 함께 뭘 하려는 것 같은데, 공개되면 시장직을 던지고 대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쪽에서 고발할 것으로 예상되고, 빠르면 오늘이나 내일쯤 언론에 공개되지 않을까 싶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퇴 의사를 밝힌 후 1시간 반 남짓의 짧은 시간 동안 그는 다른 결정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9일 오전 10시 44분쯤 그는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메모를 남긴 채 공관을 나왔다. 오후 1시 24분쯤에는 임 특보에게 텔레그램을 통해 '아무래도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외에도 박 전 시장의 휴대폰 텔레그램에서는 '너무 많은 사람에게 면목이 없다, 얼마나 모두 도왔는데' 등의 메시지가 나왔다.

임 특보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내고 15분 뒤에는 고 전 비서실장과 통화하며 "이 모든 걸 혼자 감당하기 버겁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9일 오후 3시39분쯤 박 전 시장의 휴대폰 신호가 끊겼고, 그는 10일 새벽 경찰에 의해 서울 성북구 북악산 숙정문 인근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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