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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 대신 이용구가 "대응 늦었다" 사과한 날, 동부구치소126명 추가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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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 대신 이용구가 "대응 늦었다" 사과한 날, 동부구치소126명 추가확진

입력
2020.12.31 20: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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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교정시설 코로나19 집단감염 대책 발표
"수용시설 밀폐 구조 불구, 소홀한 대응 송구하다"
2주간 거리두기 3단계.. 확진자 923명으로 증가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배우한 기자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배우한 기자

서울동부구치소발(發) ‘교정시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규모 확진’ 사태에 대해 법무부가 31일 “(초기 대응이) 늦었다. 국민들께 송구하다”며 실책을 인정했다. 법무부는 또, 900명 이상의 감염자가 발생한 주요 원인으로 “환기가 취약한 시설에서 다수의 수용자가 밀집돼 있었다”는 점을 꼽았다. 언론 등을 중심으로 지적돼 온 교정시설의 ‘3밀(밀접·밀집·밀폐)’ 구조의 문제점을 시인한 것이다.

법무부는 교정시설의 특수성을 고려, 앞으로 2주간 전국 교정시설에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날 서울구치소 내 코로나19 확진자 1명이 숨지고, 동부구치소 관련 추가 확진자가 126명이나 늘어나면서, 이 같은 대응마저도 ‘한 박자 느린 게 아니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이날 법무부의 사과를 이용구 차관이 한 것과 관련, 추미애 장관은 책임 지는 모습을 보이기보단 여전히 뒤에 숨어 있기만 한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집단감염 송구...전수조사 늦은 감 있어"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 시작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 시작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된 ‘교정시설 코로나19 집단감염 현황 및 대책 브리핑’에선 이 차관이 설명자로 나섰다. 그는 우선 “동부구치소 집단감염 사태 발생과 관련,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초기 대응 실패’도 인정했다.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 전 신입 수용자 전수조사에 대한 내부 검토가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이 차관은 “감염 확산 추이에 따라 실시하는 것으로 검토해 오긴 했다”면서도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다. 그 점 다시 한번 송구하다”고 답했다. 지난달 27일 동부구치소 직원이 최초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도, 이달 18일이 되어서야 법무부가 ‘전수조사’에 착수한 사실을 두고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법무부는 교정시설 내 코로나19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5개 동과 각 층이 연결된 구조인 동부구치소 건물 형태 △취약한 환기 시설 △비좁은 공간에 다수의 수용자가 밀집된 수용환경 △3차 대유행 이후 무증상자 감염가능성을 예측하지 못한 점 등 4개를 꼽았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퍼지는 상황에서, 구금시설의 (내재적인) 한계 및 선제적인 방역 조치의 미흡으로 이번 동부구치소 사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교정시설의 ‘3밀(밀접·밀집·밀폐)’ 구조에도 불구, 소홀히 대응한 점을 인정한 셈이다.

추가확진 126명... '거리두기 3단계'도 한 박자 늦었나

31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정문 모습. 이날 서울구치소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수용자 1명이 사망했다. 뉴시스

31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정문 모습. 이날 서울구치소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수용자 1명이 사망했다. 뉴시스

법무부가 내놓은 대책은 ‘전국 교정시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적용’이다. 이날부터 곧바로 시행에 들어가 다음달 13일까지 유지된다. 이에 따라 수용자들의 일반접견은 모두 중지되며, 스마트폰을 통한 접견이나 전화 사용 등으로 대체된다. 작업, 교육 등 수용자 관련 활동도 제한되고, 외부인 출입 역시 전면 불허된다. 변호인 접견도 대한변호사협회의 협조를 받아 원칙적으로 중단되며,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때에만 일반접견실에서 하도록 했다.

그러나 법무부가 강도 높은 대책을 발표한 이날, 동부구치소발 코로나19 확산은 멈추지 않았다. 브리핑에서 이 차관이 “다수의 추가 확진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던 대로, 실제로 전날 실시돼 이날 오후 발표된 동부구치소 4차 전수조사 결과 126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 이로써 교정시설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923명으로 늘어났다. 기저질화이 있던 서울구치소 수용자 1명(30대 남성)도 이날 오전 8시17분쯤 병원 후송 협의 도중 숨져, 이제 사망자도 2명이 됐다.

현재 수용자들은 극도의 불안을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관은 “수용자들에게 더 이상의 확산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드리고, 확진 판정을 받은 수용자들에겐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건강한 모습으로 출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대국민 사과, 추 장관은 모습도 안 보여

이런 가운데, 추 장관은 ‘책임 회피’ 논란으로 또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실패를 인정하고 향후 대책을 밝히는 브리핑 자리에 이 차관이 법무부 대표로 참석하고, 추 장관은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은 탓이다. 이미 지난 16일 사의를 표명하고 후임자가 지명된 상태라 해도, 새 법무부 장관이 취임할 때까진 계속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는 이상 추 장관의 ‘침묵’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임기가 끝날 때까지 이번 사태에 대해선 ‘책임 지는 모습’을 안 보이려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법무부 노동조합은 동부구치소 코로나19 대규모 확진 사태와 관련, 총체적인 관리 책임을 물어 이날 추 장관을 직무유기 혐의로 대검에 고발하기도 했다. 추 장관은 이날 오후 고층빌딩 형태의 교정시설인 인천구치소와 수원구치소를 방문, 코로나19 대응실태를 긴급 점검했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두 구치소에선 현재까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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