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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노영민이 작심하고 남긴 두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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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노영민이 작심하고 남긴 두 마디

입력
2020.12.31 17:30
수정
2021.01.01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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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척 얼음, 하루 아침에 만들지 않아"

노영민 비서실장이 31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 룸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노영민 비서실장이 31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 룸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빙동삼척비일일지한(氷凍三尺非一日之寒)."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31일 청와대를 떠나며 작심한 듯 소개한 한자성어다. "세 척(약 1m)의 얼음이 하루의 추위로 만들어진게 아니듯, 하루의 따뜻함으로 녹일 수도 없다"는 뜻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4년 방한 당시 북핵 문제 해결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꾸준한 노력을 강조하기 위해 인용한 말이기도 하다.

한자에 조예가 깊은 노 실장은 평소에도 청와대 직원들에게 마음에 되새겨야 할 한자성어를 소개하곤 했다. 노 실장은 이날도 직접 뜻풀이를 하면서 "우리 사회 문제는 그 뿌리가 깊어서 인내심을 갖고 지혜를 발휘해 대응해야 해결할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 1월부터 문재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만큼, 부동산 정책과 추미애-윤석열 갈등 등 국정운영 난맥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난제를 한번에 풀기 어려웠던 구조적 한계를 토로한 셈이다.

야인으로 돌아가는 노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편견 없는 합리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애정, 역사의 진보에 대한 신뢰, 미래 비전을 가지신 분"이라며 "최고의 대통령을 모셨던 2년은 영광스러운 시간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다만 "비서실장으로서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책임도 매우 크다는 것 때문에 죄송스럽다"고 덧붙였다. 지난 7월 '똘똘한 강남 아파트 한 채' 논란으로 부동산 민심이 악화된 이후 국정 혼란이 가중된 데 대한 사과로 읽힌다.

노 실장은 이날 '작심 메시지'를 하나 더 남겼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마지막 비서실장으로 취임하시면서 임기 후반부를 하산에 비유하셨지만,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노 실장은 "끝없이 위를 향해 오르다가 임기 마지막 날 마침내 멈춰선 정상이 우리가 가야 할 코스"라며 "임기 1년의 대통령에 새로 취임한 분을 모신다는 자세로 각자 마음을 다잡자"라고 강조했다. 국정 후반기 여러모로 파고를 겪게 될 유영민 신임 비서실장을 비롯한 후임 참모진들에 대한 격려다.

노 실장은 퇴임 후 고향인 충북 청주로 돌아갈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 흥덕구에 전셋집을 마련했다고 한다. 정치권에서는 노 실장이 2022년 지방선거에서 충북지사에 도전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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