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유죄에도 끝나지 않은 조국 사태
지지자 선동했던 유시민 책임 적지 않아
틀린 주장 반성·사과하는 용기 내주기를
조국 사태의 발단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재판은 끝났지만 ‘두 개의 진실’로서의 조국 사태는 끝나지 않았다.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관련 혐의 대다수가 유죄로 인정돼 정 교수가 징역 4년형을 받은 뒤 40만명 넘는 시민들은 '정경심 재판부 탄핵' 국민청원에 동의했다. “고작 표창장 위조에 징역 4년이 말이 되냐” “강남에서 다 하던 입시관행을 기소한 검찰이 더 문제”라는 반응도 흔하다. 처음부터 “불법 아니다”로 대응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는 판결에 따라 그 책임을 지겠지만 맹목적 지지로 나라를 두 동강 낸 분열과 회복되지 않고 있는 진실은 어떻게 할 것인가.
공직 부적격자를 진영의 순교자로 만든 과정에 많은 정치 선동가가 역할을 했지만 그 중에서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책임이 적지 않다. 그는 2017년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어용 지식인을 자처하며 “언론이 친정부, 어용 소리 들을까 봐 잘한 건 조명 안 하고 못한 것만 두들겨 팬다. 두려워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얘기하겠다”고 했다. 2019년엔 유튜브채널 ‘알릴레오’를 열어 100만명 넘는 구독자를 거느렸다. 하지만 영향력이 엄청난 그의 ‘언론’은 사실 왜곡이 심했다. 정 교수의 PC 반출을 “증거 인멸이 아니라 검찰이 장난칠 경우를 대비한 증거 보존”이라고 한 것은 가장 황당한 주장 중 하나다. 지난해 12월에는 “검찰이 노무현재단 계좌를 들여다봤다”고 주장했고 올 7월에는 계좌를 본 검사로 채널A 유착 의혹이 불거진 한동훈 검사장을 지목했다.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은 유 이사장이 전화를 걸어 ‘정 교수에게 표창장 발급을 위임한 것으로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증언했다. 지금 유 이사장은 최 전 총장에 대한 강요미수 혐의로 한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됐고, 1년 내에 본인에게 통보되는 검찰의 계좌 조회 여부를 공개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정 교수는 표창장 위조로만 징역 4년을 받지 않았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사 2억여원 수익을 얻고, 공직자윤리법상 재산등록과 백지신탁 의무를 피하려 차명계좌를 만들어 수익을 숨긴 게 가장 무거운 죄다. 정 교수가 증거은닉 교사 무죄를 받은 것은 그가 PC반출을 남에게 시키지(교사) 않고 본인이 함께(공동정범)했기 때문이며, 형법은 범죄자가 자기 유죄의 증거를 숨기는 것을 처벌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조국 옹호가 틀렸음을 확인한 이 판결을 보고 유 이사장은 어떤 생각을 할 것인가.
유 이사장이 자기 주장을 모두 사실로 믿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기엔 그는 너무 똑똑한 사람이다. 그는 알면서도 지지층을 결집시키려 무리수를 두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켰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 그가 지킨 것은 문 대통령이 아닌 지지자들이다. 그가 조 전 장관을 검찰 거악에 맞서 싸우는 사도로 옹호할 때 지지자들은 검찰 개혁의 십자군이 되었다. 그러는 사이 문 대통령을 폭넓게 지지했던 중도층은 이탈했고 서로 다른 진실의 세상이 만들어졌다. 결국 그의 역할은 어용 지식인이 아니라 선동가였던 것이다.
정치인 유시민은 ‘싸가지 없는 진보’의 대명사였지만 정치와 거리를 둔 지식인으로서 그는 대중에게 사랑받는 작가, 정치평론가, 방송인이었다. 나는 이제 그가 지식인으로 돌아오기를 희망한다. 재판을 통해 확인된 사실을 인정하고, 잘못된 주장은 바로잡고 사과하는 용기를 내주기를 바란다. 그에겐 궤변으로 빠져나갈 능력이 있겠지만 그 재주를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의 용기는 보상받을 것이다. 유시민은 지식인으로 복귀할 것이며, 우리 사회는 하나의 진실을 공유하는 세상으로 한걸음 진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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