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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율 전 질병본부장 "정부 지난해 하반기 대응, 엉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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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율 전 질병본부장 "정부 지난해 하반기 대응, 엉망이었다"

입력
2021.01.04 04:30
수정
2021.01.04 07:3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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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율 차의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지난달 30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한국 사회도 K방역을 넘어 백신 연구개발 등 큰 그림을 그릴 때가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전병율 차의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지난달 30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한국 사회도 K방역을 넘어 백신 연구개발 등 큰 그림을 그릴 때가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작년 한해 동안 ’K-방역’으로 잘 버텼죠. 그런데 마지막에 점수를 다 까먹었어요."

최근 만난 전병율 차의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터뷰 내내 “대체 정부가 뭘 했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 가장 결정적 시기인 겨울철을 망쳐버렸다는 지적이다. 그는 “백신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겨울철이면 코로나19에다 독감이 겹치는 트윈데믹(Twindemic)이 올 거라 수 없이 경고했는데 병상확보 등 기본적인 대비를 전혀 안했다"고 꼬집었다.

전 교수는 26년 간 보건복지부 공무원 생활을 하고 7년 간 학계에서 활동한 감염병 전문가다. 2009년 신종플루 때 전염병대응센터장을 맡았고, 2011년부터 2년간 질병관리본부장을 역임했다. 전 교수는 "공무원을 그만두니 할 말을 할 수 있어 좋다"며 거침없이 비판과 제언을 쏟아냈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졌다.

"의료계는 겨울 대유행을 대비하라 입이 닳도록 얘기했다. 의사협회나 병원협회와 함께 어떻게 병상을 확보하고 의료진을 교육할 지 얘기해놨어야 했다. 이건 보건복지부 장관이 잘못한 거다. 전문가들과 소통하고 협의할 생각 자체가 없었던 것 같다. 새 장관은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었으니, 늦었지만 더 나아질 거라 기대한다."

-가장 큰 문제는 뭐였다고 보나.

"코로나19 전담병원을 미리 확보했어야 했다. 대학병원은 이미 중증환자로 꽉 차 있다. 거기에 1% 병상 비우라 해봐야 임시변통에 불과하다. 보상을 충분히 하면 자발적으로 나설 민간병원은 많다. 그렇게 전담병원을 확보하고 숙련된 대학병원 전문의들을 보내 현장을 지휘하도록 준비시켰어야 한다. 요양병원이나 구치소 같은 고위험 시설들은 관리자들에 대한 사전 교육도 했어야 했다. 그런데 교육은커녕 예산 없다고 마스크도 안 줬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백신 확보도 늦었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 말대로 지난해 6월부터 준비했다면 물량 확보를 두고 조마조마할 필요도 없다.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 공무원들은 분명 선구매를 주장했을 거다. 그런데 왜 안 됐을까. 2009년 신종플루 대응 과정에서 새 감염병이 발생할 경우 치료제와 백신을 선구매할 수 있도록 면책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신은 일종의 자원외교다. 가능성이 1%여도 투자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런데 법 개정이 안됐다. 공무원들은 법이 없으면 못 움직인다. 그에 비해 일본은 법을 고쳐 선구매에 나섰다. 이웃 나라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파악도 못했던 셈이다. 정부 탓만 할 수도 없다. 국회 상임위에 제대로 된 의원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다."

-3차 대유행의 파고가 거세다.

"다음달까지는 이 추세가 이어진다. 겨울에 감기가 유행하듯 계절적 요인이 크다. 더구나 코로나19는 무증상자가 40%나 된다. 누가 어떻게 걸렸는지 알 수가 없다. 조금만 방심하면 2,000명까지 순식간에 불어날 수 있다. 변이 바이러스도 걱정이다. 영국에서 9월20일 발견됐다니 이미 유럽을 다 돌고 국내에도 퍼져 있을 거라 보는 게 합리적이다. 전파력이 70% 높아, 변이가 퍼지기 시작하면 일시적으로 락다운(봉쇄조치)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에 너무 소극적인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거리두기를 대단한 무기라 여기지만, 지금은 가족간, 교회나 구치소에서 감염이 많다. 3단계로 올려도 환자 감소 효과가 크지 않을 거다. 한번 단계를 올리면 확진자가 줄어야 하는데, 당분간 그럴 가능성은 낮다. 3단계 상태가 장기화되면 피해자들 불만이 가중되고 그 뒤엔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른다. 무조건 3단계 하자는 건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다."

-정부가 앞으로 주력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우선 확진자를 최대한 찾아내야 한다. 다중이용시설, 취약시설엔 신속진단키트를 통한 검사를 의무화해서라도 숨은 감염자를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백신은 이제 접종 대비에 들어가야 한다. 공급 일정에 맞춰 대상자 순위를 정하는 등 구체적 일정을 만들어놔야 한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냉동 보관 시설을 미리 만들어둬야 한다."

-코로나19가 언제쯤 종식될까.

"미국과 유럽에서 백신 접종이 충분히 이뤄지고 환자 발생이 줄어들면 일단 숨통은 좀 틔이게 될 것 같다. 지금으로선 올해 10월쯤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 해도 연말까지는 마스크를 계속 써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 고민도 함께 시작해야 한다. 2000년대 들어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등 감염병이 주기적으로 발발하고 있다. 그에 따라 감염병 대응 체계가 발전하고 있는 건 맞지만, 코로나19로 대응체계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났다. 격리, 진단하는 'K-방역'은 사실 일차원적 대응이다. 치료제나 백신 연구개발은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할 때가 됐다."

유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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