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통합 함께 추진" 지지자 반발에 속도조절
더불어민주당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에 대해 "국민과 당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속도 조절에 나섰다. 다만 사면론을 꺼낸 이낙연 대표가 '국민 통합을 위해 사면이 필요하다'는 뜻까지 접은 것은 아니다. 사면 권한을 가진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불씨'가 되살아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與 지도부, 속도 조절 나섰지만 '개혁' '통합' 모두 언급
3일 민주당 최고 의결기구인 최고위원회는 '개혁과 통합을 함께 추진한다는데 공감했다'는 다소 모호한 문장으로 사면 문제에 관한 입장을 정리했다. '개혁'엔 국정농단과 뇌물·횡령 등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적폐청산'을 계속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반대로 '통합'엔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으로 이 대표가 강조한 '국민통합'을 이루겠다는 함의가 있다. 또 사면에 '국민의 공감대'와 '당사자의 반성'이라는 전제조건을 붙였지만 '사면은 없다'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양측 주장에서 정치적 균형을 찾겠다는 의미다.
최고위가 속도 조절에 나선 이유는 자명하다. 1일 이 대표가 사면론을 던진 후 여론이 그야말로 '부글부글' 끓고 있기 때문이다. 당원 게시판에는 '이 대표 사퇴'를 주장하는 글이 쏟아졌다. 우상호·정청래·김용민 의원도 "국민적 동의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반발했다. 이 대표가 2일 민주당 의원들이 모인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 '국민통합을 위해 사면을 고려해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올렸을 때도, 찬성한다고 답한 의원은 두세 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낙연 "저의 충정 말씀 드린 것" 의지 여전
그러나 이 대표가 사면 주장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이 대표는 1일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필요성을 언급한 후 한국일보와 3일 추가로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국난을 극복하려면 국민의 힘이 (한데) 모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간담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반목과 대결의 진영정치를 뛰어넘어서 국민통합을 이루는 정치로 발전해가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 저의 충정을 말씀 드린 것"이라고 했다. 한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다른 지도부가 이 대표의 의사에 동의한 것도 아니지만 이 대표가 뜻을 거둔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민주당의 결정은 사면론의 '역풍'은 당에서 맞되, 불씨는 살려 청와대로 넘긴 것에 가깝다. 한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사면 결정은 대표가 아니라 대통령이 한다. 당에서 사면이 옳니 그르니 따져도 논란만 사게 된다. 공은 대통령에게 넘어간 것"이라고 밝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