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따라 대선 불복" VS "민주주의 지키라"
트럼프의 '선거 불복' 여파, 악화하는 당내 갈등
놓칠 수 없는 트럼프 표에 딜레마 빠진 공화당
현직 대통령의 거듭된 ‘몽니’가 친정을 두 동강 낼 기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을 마지막 기회인 6일(현지시간) 상ㆍ하원 합동회의가 다가올수록 싸움은 치열해지는 형국이다. 선거의 진실을 밝히겠다는 쪽과 민주주의를 사수하겠다는 세력, 두 계파의 갈등은 결국 트럼프를 벗어나지 못하는 공화당의 한계만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제117대 미 연방의회가 출범한 3일 공화당은 혼란 그 자체였다. 덕담은커녕 날 선 비난만 오갔다. 전날 일부 의원들이 합동회의에서 선거인단 투표 결과(조 바이든 승리) 승인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공언한 여파가 컸다. 패트릭 투미 상원의원이 승인 반대를 선언한 의원들을 향해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는 미국민의 권리를 훼손했다”고 비난하자, 조시 하울리 상원의원은 “뻔뻔한 인신공격”이라고 맞받아쳤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수전 콜린스, 리사 머카우스키, 밋 롬니, 빌 캐시디 등 공화당 의원 4명은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지지하는 초당파 상원의원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트럼프의 측근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마저 “(불복 시도는) 대통령을 위해 효과적으로 싸우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 회피에 가깝다”고 비판하는 등 내분의 골은 한층 깊어졌다. 외신을 종합하면 상원에서 최소 12명, 하원 140여명의 공화당 의원들이 대선 결과를 추인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의 철통 같은 재임 기간 전례 없는 극심한 당내 분열”이라고 진단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를 옹호하는 소수의 불복은 대선 결과가 아닌 당만 뒤집어 놓은 꼴이 됐다. 그 수가 과반에 턱없이 못미쳐 바이든 승리란 대세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벤 새스 상원의원은 당내 불복 조짐에 “미국의 분열이 걱정된다”고까지 했다. 실제 2024년 차기 대선을 위해 당을 영향력 아래 두고 싶어하는 트럼프의 야심과 대통령을 지지하는 유권자 표심을 잃을까 두려웠던 당내 세력이 뭉치면서 공화당만 큰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백악관을 떠난 후에도 세력을 유지하려는 대통령과 얼마나 긴밀한 관계를 맺을 것인지를 둘러싼 당내 싸움”이라고 요약했다.
앞으로 공화당 앞에는 바이든 취임 이후 트럼프를 안을지 넘어설지 택일해야 하는 더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일간 뉴욕타임스는 공화당 내 갈등을 “(당 인사들이) 지난 4년간 트럼프의 터무니 없는 행동 앞에 침묵하고 그의 변덕은 묵인한 끝에 맞닥뜨린 딜레마”라고 꼬집었다. 대선 불복이라는 트럼프의 요구를 받아 그의 지지층을 포섭할 것인지, 아니면 표를 잃고 민주주의를 지킬 것인지 시험에 직면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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