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만에 민주당 후보 찍으며 이변
인구 늘면서 다인종·젊은층 대거 유입
5일 상원 투표도 공화 승리 장담 못해
지금 미국민의 시선은 온통 조지아주(州)에 쏠려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취임 이후 정계 주도권을 좌우할 상원의원 두 석이 5일(현지시간) 결선투표를 통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바이든 당선인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지원 사격에 나서며 ‘미니 대선’을 방불케 한다. 조지아는 어쩌다 미 정치의 축소판이 된 걸까.
조지아는 원래 보수 텃밭인 미 남부지역 ‘딥 사우스’ 5개주로 분류돼 왔다. 그러다 2020년 대선에선 바이든 당선인의 손을 들어주며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1992년 대선에서 빌 클린턴을 선택한 후 28년 만의 민주당 승리였다. 물론 차이가 1만1,779표에 불과한 탓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 국무장관에게 “내 표를 찾아내라”며 협박 아닌 협박까지 했다. 조지아의 ‘변신’ 혹은 ‘배신’이 공화당에 그만큼 뼈아팠다는 의미다. 상원의원 결선투표도 후보간 여론조사 지지율 격차가 1~2%대 초박빙이다. 조지아가 더 이상 공화당의 ‘아성’이 아니라는 얘기다.
미 언론은 인구구성 변화를 조지아의 정치적 변화를 이끈 원동력으로 본다. “국내외 이주민이 대거 유입돼 인구가 폭등했고, 그 결과 인종의 용광로가 됐다”(CNN방송)는 것이다. 미 인구조사국 보고서에 따르면 조지아는 2019년 가장 많은 이주민이 들어온 상위 5번째 주였다. 해외에서도 5만명 넘게 이사 왔다. 인종과 출신이 다양해지면서 자연스레 보수색은 옅어졌다.
3일 일간 뉴욕타임스 보도를 보면, 특히 주도 애틀랜타에는 아시아ㆍ아프리카ㆍ히스패닉계 등 유색인종이 늘었을 뿐 아니라, 도시를 떠났던 주민들까지 돌아오고 있다고 한다. 풍부한 취업 기회와 윤택한 생활 조건 덕분이다. 애틀란타에는 코카콜라와 델타항공, CNN 등 업종을 망라한 유수 기업들의 본사가 즐비하다. 또 사계절이 뚜렷하고 날씨도 온화해 은퇴 이민자들이 살기에 안성맞춤이다. 다인종ㆍ다민족의 중심지로 변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들이 대선에 미친 영향력을 수치로는 확인할 수 없다. 다만 민주당을 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선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찰스 불록 조지아대 교수는 “공화당 골수 지지자들은 대부분 조지아에서 20년 이상 거주했다”며 “거주 기간이 길지 않을수록 민주당을 찍을 확률이 더 높다”고 진단했다.
또 2016년 이후 유권자 명부에 새로 이름을 올린 100만명 가운데 상당수가 이주민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중 3분의 2가 소수자이고 절반은 35세 미만이어서 민주당 지지율이 오를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 불록 교수는 “조지아에 터전을 잡는 주민들이 당파색도 이식하고 있다”면서 “공화당이 다인종ㆍ젊은층을 고려한 정책을 내놓지 않으면 입지는 점점 더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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