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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부족 노년층... 공공일자리 확대, 연금 보장 수준 강화를

입력
2021.01.07 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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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3·67을 위한 입법·정책은 없다

편집자주

2030·6070세대는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청년·노년을 사는 첫 세대다. 일자리·주거·복지에서 소외를 겪으면서도 ‘싸가지’와 ‘꼰대’라는 지적만 받을 뿐, 주류인 4050세대에 치여 주변부로 내밀린다. 세대간 공정을 바라는 이들의 목소리는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작은 외침이다.

지난달 7일 인천시 부평구 노인인력개발센터에서 열린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에 참여 모집에 일자리를 구하는 많은 노인분들이 몰려 줄을 서고 있다. 인천=뉴시스

지난달 7일 인천시 부평구 노인인력개발센터에서 열린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에 참여 모집에 일자리를 구하는 많은 노인분들이 몰려 줄을 서고 있다. 인천=뉴시스


6070 세대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당장의 먹고 살 현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생활비와 공과금 등 지출은 그대로인데 수입이 급격히 준 탓에, 안정적 노후를 누리기 힘들다는 것이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일자리를 찾아 헤매야하는 처지지만, 운 좋게 얻은 일도 경비ㆍ청소 등 저임금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그마저도 65세가 넘으면 고용보험조차 가입할 수 없어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전문가들은 고령 사회(노인 비율 14% 이상)에서 초고령 사회(노인 비율 20% 이상)로 이행 중인 한국의 현실과 동떨어진 노년층 고용 제도부터 손질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노인 문제 전문가와 관련 단체들이 말하는 제안을 기초로, 정부와 국회가 꼭 해야 할 일(Must Do List)과 절대 해서는 안 될 일(Do Not List)들을 정리해 봤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그래픽=송정근 기자


[Must Do List]

고령자 고용 인센티브 제도 확대해야

정부가 매년 노년층 일자리 사업을 쏟아내고는 있지만 6070의 수요를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평균 하루 3시간 정도 일하는 일자리도 2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 게 현실이다. 기업 등 민간 영역이 나서 주면 큰 도움이 되겠지만, 청년 신규 채용도 쉽지 않은 현실을 감안하면 민간의 역할을 크게 기대하긴 힘들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노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민간 부문에 주어지는 인센티브를 늘려야 한다고 제안한다. 지난해 시행된 '고령자 계속고용 장려금 제도'가 대표적이다. 정년을 연장ㆍ폐지하거나 정년 이후에도 계속 고용하는 기업에 장려금을 주는 제도다. 지금은 중소ㆍ중견기업만 대상이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대학원장은 "장려금 외에도 고령자 채용을 확대하는 기업에 법인세 감면 등 추가 인센티브를 줘 민간이 자발적으로 노인 일자리 만들기에 나서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월 27만원 노인 일자리 급여 현실화해야

공공 노인 일자리 급여의 현실화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공익형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받을 수 있는 급여는 현재 월 27만원(지난해 기준)이다. 안 그래도 적은 일자리를 월 30시간 단위로 잘게 쪼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하려다 보니 빚어진 한계다.

고용 통계상으로는 2019년 한해 60세 이상 일자리가 34만여개 늘어나는 등 다른 연령대에 비해 취업자가 큰 폭으로 느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팍팍하기 그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2019년에는 노인 일자리 급여를 월 30만원까지 인상하고, 2020년엔 40만원까지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지만,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다.


기초연금, 생계급여 수준으로 확대해야

일자리나 사적 연금ㆍ보험에 기댈 수 없는 6070의 노후 생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초연금을 내실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현재 65세 이상 노년층 중 소득 하위 70%에 해당되면 최대 월 30만원(1인 가구 기준)이 지급된다. 최소한 노후 생활을 보장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이 때문에 기초연금을 월 최대 54만원 수준인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에 가까운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요구도 많다. 전문가들은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을 줄이는 것과 함께 초고령사회로의 전환에 발맞춰 의료전달 체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행 진료 체계에선 무작정 큰 병원부터 찾고, 여러 병원을 돌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며 "마을 주치의 개념을 도입하면 불필요한 진료를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주치의가 건강 상태를 주기적으로 관리한다면 노년층의 건강권도 보호하고 의료 서비스가 비효율적으로 쓰이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Do Not List]

고용보험 나이제한은 폐지해야

지난해 12월 30일 충북 청주시 한 아파트단지에서 미화원들이 인도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청주=연합뉴스

지난해 12월 30일 충북 청주시 한 아파트단지에서 미화원들이 인도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청주=연합뉴스

하지 말아야 할 일들도 있다.

노년층에게 단순히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6070은 재취업한 뒤 퇴직을 하더라도 실업급여조차 받지 못한다. 고용보험법에 따라 65세 이후에 새롭게 고용됐거나 자영업을 시작한 경우 고용보험 가입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은퇴 후 뒤늦게 찾은 일자리라면, 고용보험 가입이 불가능해 실직을 해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앞서 19대 국회에서 고용보험 적용 제외 규정을 삭제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서도 지난해 유사 법안이 발의됐는데, 이 역시 계류 중이다.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총장은 "나이 제한을 폐지해 65세가 넘어도 고용보험료를 낼 수 있게 하고, 실직한 경우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정년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임춘식 전국노인복지단체연합회 회장은 "고령자들이 건강할 때 까진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며 "임금 피크제를 확대해 정년 개념에서 점차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노년층 소외되는 공공주택 정책 탈피를

노년층이 배제된 주거 정책의 재검토도 필요하다. 계층 사다리에서 추락해 고시원, 쪽방 등으로 내몰리는 노인 가구가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70대에 들어서 쪽방 생활을 해 온 김모(82)씨도 그 중 한 명이다. 김씨는 "아들 내외와 함께 살다가 10여년 전에 나왔는데, 갈 곳이 없어 교회 등을 전전하다가 쪽방에 살기 시작한지 8년쯤 됐다"고 말했다.

현행 주거 정책은 청장년 중심이다. 공공임대 입주자격도 일반 공급 외에는 3자녀이상 부양 세대, 노부모 부양 세대, 신혼부부 등이다. 고현종 사무총장은 "고시원, 쪽방 등 열악한 주거시설에 사는 노년층을 위한 공공주택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며 "임대료도 기초연금이나 노인 일자리 급여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노년층은 청장년 문제에서처럼 자신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서도 정부와 사회가 편견 없이 좀 더 면밀한 관심을 가져 줄 것을 기대한다. 임춘식 회장은 "노인 인권을 침해하는 수준의 무관심과 혐오를 지양하고, 사회에서 노인의 가치와 역할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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