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 이어 자국 바라트 백신 승인
3억명 대상으로 1단계 접종 추진하고 있지만
미검증 백신 효과와 열악 환경 겹쳐 의구심?↑
인구(14억)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도 세계 2위인 인도가 본격적인 백신 접종에 돌입했다. 글로벌 제약사와 자체 개발 백신을 동시 투입해 거침없는 코로나19 확산세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인도의 백신 사업이 성공하면 개발도상국에 희망의 빛줄기가 될 게 분명하다.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백신의 부작용이 도드라질 경우 신뢰도만 저하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3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조만간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앞서 인도는 영국 제약업체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과 자국 기업 바라트 바이오테크의 ‘코백신’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무료로 진행되는 1단계 접종 사업 대상만 3억명이다. 의료 종사자와 경찰, 군인 등 3,000만명과 50세 이상 고령자, 기저질환자 등이 포함된다. 세계 최대 규모다.
인도가 광범위한 백신 접종 계획을 내놓은 것은 세계 백신의 절반 이상을 자국에서 생산한다는 자부심에서 비롯됐다. 한 해 평균 2,700만명의 신생아를 대상으로 한 아동 예방접종 프로그램을 차질 없이 진행했다는 실적도 뒷받침됐다. 하르시 바르단 인도 보건부장관은 1일 “예방접종 절차는 선거와 같다”고도 했다. 유권자만 9억명에 달해 세계 최대 민주주의 선거로 불리는 총선을 무리 없이 실시해온 만큼 백신 접종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안팎에선 인도 정부의 자신감을 못미더워 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사용 승인을 받지 못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제쳐놓더라도 코백신의 효과에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코백신 임상시험에 참여한 전문가들부터 경계의 목소리를 낸다. 란디프 굴레리아 인도의학연구소(AIIMS) 소장은 “코백신은 감염자나 백신 수요가 갑자기 늘어나는 응급 상황이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능을 확신하기 어려울 때 보조용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백신은 지난해 11월 중순에야 3상 임상에 착수했고, 명확한 결과도 나오지 않았지만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생산하는 인도 백신제조사 세룸인스티튜트(SII)의 아다르 푸나왈라 최고경영자(CEO)는 “(코백신 임상) 결과가 공개되기 전에 효과가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인도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INC) 측도 “졸속 승인이라서 위험할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인도의 열악한 환경 역시 백신 전쟁의 성공을 장담하지 못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인도는 국토는 넓지만 의료 서비스는 편중돼 있고 전력도 부족하다”고 전했다. 백신 품질을 담보하는 안정적인 보관ㆍ운반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더구나 인도는 초기 백신 생산 물량의 최소 1억회분을 자국 수요로 충당한 뒤 수출할 계획이어서 이기주의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렇게 되면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공정한 코로나19 백신 구매ㆍ배분을 목표로 꾸린 코백스 퍼실리티 활동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AP통신은 “SII의 방침은 다른 개도국의 백신 접종을 몇 달 가량 지연시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때문에 국제사회의 따가운 눈총에도 백신 사업이 성과를 못 낼 경우 백신 공급망 자체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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