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23ㆍ67을 위한 입법ㆍ정책은 없다
편집자주
2030·6070세대는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청년·노년을 사는 첫 세대다. 일자리·주거·복지에서 소외를 겪으면서도 ‘싸가지’와 ‘꼰대’라는 지적만 받을 뿐, 주류인 4050세대에 치여 주변부로 내밀린다. 세대간 공정을 바라는 이들의 목소리는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작은 외침이다.
2030세대가 당장 맞이한 최대 난관은 역시 취업이다. 첫 단추도 제대로 꿰지 못한 청년들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교육→취업→주거 확보로 이어지는 단계마다 구체적이고도 효과 있는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 일자리 수준을 넘은 종합적인 청년 대책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대학 졸업생에 집중된 지원책의 사각지대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청년까지도 챙길 필요가 있다.
청년 문제 전문가 6명의 제안을 기초로, 정부와 국회가 꼭 해야 할 일(Must Do List)과 절대 해서는 안 될 일(Do Not List)들을 정리해 봤다.
[Must Do List]
'프로그램 밖' 청년 지원책 필요
청년 취업난이 개선되지 않고 하나의 '현상'으로 고착화한 이유로는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취업을 위해 필요한 기술' 사이의 간극이 꼽힌다. 학교에서 배운 것이 무용지물이라, 자격증과 인턴 경력 등의 스펙을 쌓아야 하는 '취업 전(前)단계'를 거쳐야 하는 것이다.
정부 지원의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 현재의 취업 장려 제도는 특정한 교육이나 프로그램에 참여해야만 혜택이 주어진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정형화된 직업 훈련이 필요하지 않은 청년도 있다"며 "스스로 일자리를 탐색하는 청년들을 지원하는 정책이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청년구직수당 범위·기간 확대 고려
갈수록 길어지는 취업 기간 중에 발생하는 소득 공백을 메울 보전책도 필요하다. 청년구직활동 지원금은 지난해 기준 월 50만원씩 최대 6개월 지급됐지만, 졸업 후 평균 11개월 소요(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되는 구직 기간을 고려하면 여전히 부족하다. 고강섭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더 많은 구직자에게 수당을 제공하고, 차후에 무이자나 저리로 분할 납부하는 방식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노동법으로 보호되지 않는 특수한 일자리에 종사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현상에 맞춰, 노동권 보호 제도도 발맞춰 가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플랫폼 노동(배달대행이나 우버택시 등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일을 하는 것), 특수고용(사업자로 계약을 맺은 뒤 근로자처럼 일하는 것), 프리랜서 등에서 청년층 취업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노동 형태가 달라지는 만큼 관련 제도도 공백을 메워가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 특성 고려해 주거비 지원 확대를
같은 2030이라도 학력, 소득, 재산, 출신 지역 등에 따라 각자 원하는 해법은 다르다. '청년'을 단일한 집단으로 규정하면 정책 효과는 떨어지고, 성급한 일반화 때문에 정책 수용자의 필요를 충족하지 못한다. 공공임대주택 위주로만 논의되는 청년 주거 정책이 대표적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청년의 특성을 고려하면 주거비 지원이 더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청년층은 이동이 잦고,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에 거주하는 비율이 높은 특성이 있다. 최 소장은 "고시원에 거주하는 사람 중 70%가 20·30대인 만큼, 공공임대주택보다 월세를 직접 지원하는 방안이 청년층에게 더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제도를 확대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서울시가 청년월세지원 제도를 통해 청년에게 매달 임차료 20만원씩 총 10개월을 지급한 것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최은영 소장은 "주거비 지원 위주로 나아가는 방향은 긍정적"이라며 "부모가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닌 경우에도 주거급여를 지급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Do Not List]
대졸자·일자리 중심 담론은 그만
하지 말아야 할 일들도 있다.
취업난은 청년층 전체의 문제지만, 청년층 안에서도 고졸 청년들은 사회적 지원과 관심에서 좀 더 멀어져 있는 처지다. 고학력자 취업난은 미스매치(대학 교육과 직업 역량 사이의 불일치)라 불리며 관심을 받지만,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36% 청년들의 취업난은 논의에서 사실상 뒷전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직업계 고등학교(마이스터고·특성화고·일반고 직업반)를 졸업한 8만9,998명 중 2만4,938명(27.7%)만 취업에 성공했다. 이는 2019년 취업률 33.3%에 비해서도 급격히 하락한 수치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교수는 "대학에 가지 않은 청년 중 상당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큰 타격을 받는 업종에 집중되어 있다"며 "기술을 배워도, 앞으로는 이들이 취업을 희망하는 직종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청년 대책을 '일자리' 차원에서만 접근하는 한계를 넘어, 청년들의 삶을 입체적으로 고려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뉴딜 정책처럼 일자리만 제공해서는 청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라며 "학자금 등 금융 부채, 주거 공간, 문화 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다뤄야 청년의 숨통을 틔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기본소득 포함한 전향적 정책 논의를
장기적 경기 침체에 더해 코로나19라는 변수까지 덮치면서, 청년들에 대한 종합적 대책 마련은 한시가 급한 상황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9년 대학 졸업자 48만1,599명 중 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32만3,208명(67.1%)에 불과했다. 지난해 취업률은 더 낮았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올해도 졸업자 45만명이 취업 시장에 뛰어들 예정이다. 서복경 교수는 "다음 달에 대학 졸업생이 쏟아져 나오는데, 여기에 대처하려면 청년 관련 예산이 더 늘어야 한다"라며 "정책 집행 속도를 높이는 등 청년층에 대한 지속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청년 기본소득을 포함한 전향적 분배정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제언도 이어졌다. 이승윤 교수는 "기본소득에 더해 기초자산제(일정한 나이의 청년에게 출발 자산을 목돈으로 제공하는 것), 참여소득(노동보다 더 확장된 사회적 기여가 있는 경우 소득을 보장하는 것), 부의 소득세 등 다양한 방법이 논의되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결국 청년이 이 사회에서 제대로 역할을 해 나갈 진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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