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던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에 국민의힘은 4일 "대통령 결정 사안"이라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을 넘겼다. 하지만 당 내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당 출신 전직 대통령 사면 논의 자체는 반길 일이다. 하지만 중도 확장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당 지도부 입장에서는 사면논의가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두 전직 대통령 사면 논의에 대한 복잡한 국민의힘 속내는 투톱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의 언급에서도 감지됐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면은 헌법상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다른 사람이 얘기할 사안이 아니다"고 잘라말했다. '야당 대표로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그는 "문 대통령이 스스로 홀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표가 사면 논의를 꺼낸 이후 김 위원장은 줄곧 "대통령 결정사안"이라는 답변으로 일관하면서 말을 아끼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날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사면은 문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결단해서 단행할 일"이라며 "결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 같이 문 대통령을 향했지만 '결단'이라는 표현을 통해 사면에 대해 좀 더 적극적 입장을 내비쳤다.
복잡한 당 내부의 상황에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통성과 확장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국민의힘 내부 고민이 묻어 있다. 전통적 지지층을 고려하면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은 언제든 한번은 풀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실제 박 전 대통령과 갈라선 유승민 전 의원도 사면 논의가 본격화하기 이전인 지난해 1월 "박 전 대통령이 사면됐으면 좋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문제는 현재의 당 상황이다. 4월 7일 보궐선거까지가 임기인 김종인 비대위는 사실상 이 결과로 평가를 받는다. 당 전체적으로 봐도 보선 승리 없이 궁극적 목표인 2022년 정권교체는 생각하기 어렵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15일 두 전직 대통령 과오에 대해 대국민사과까지 한 것도 이런 흐름의 일환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사면에 적극 환영 입장을 낼 경우, 그 진정성에 흠집이 갈 수 있다.
사면이 현실화 해도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유리할게 없다는 의견이다. 두 전직 대통령이 재등장한다면 이를 따르는 의원들이 재결집해, 김종인 체제 균열의 씨앗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국민의힘은 아직 정리가 되지 않은 여권 내부 동향을 지켜보며 대응수위를 맞춰간다는 계획이다. 한 비대위 관계자는 이날 "이 대표의 사면론이 야권의 분열을 노린 측면도 있다고 본다"면서 "실제 사면이 현실화하는지 진행 상황을 지켜보며 파장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메시지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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