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양육에 보다 민감하게 대처' 안내 그쳐
"잘 지낸다" 양부와 통화 열흘 후 정인이 사망
9월 의사 신고에도 경찰, '혐의 없음'으로 종결
'정인이 사건(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에 대해 입양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가 피해 아동 사망 5개월 전부터 학대 가능성을 확인하고도 사실상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홀트는 정인이 몸에 수개월에 걸쳐 생긴 멍자국을 확인했지만 '아동양육에 민감하게 대처하라'고 안내하는데 그쳤다.
5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입수한 '서울시 양천구 입양아동 사망 사건' 자료에 따르면 홀트는 지난해 5월 26일 두 번째 가정 방문을 통해 피해 아동 신체에서 상흔을 발견했다. 당시 방문은 정인이에 대한 학대의심 신고가 있어 이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홀트는 당시 "(양부모가) 아동의 배, 허벅지 안쪽 등에 생긴 멍자국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별다른 후속조치 없이 아동양육에 보다 민감하게 대처하고 반응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데 그쳤다.
홀트는 앞서 3월 23일 1차 방문에서도 "특이사항 없었으며 부부와 아동 및 친생자녀는 건강하고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형성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결과에 따르면 양모의 학대는 이미 3월에 시작됐으므로, 홀트가 좀더 관심을 기울였더라면, 초기에 학대를 막았을 수도 있었다.
홀트는 6월에도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피해 아동이 2주간 깁스를 했고, 양모가 정인이를 자동차에 30분간 방치한 사실을 인지했지만 6월 26일 양부와의 통화, 7월 2일 가정 방문 때도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게다가 9월에는 ‘피해 아동 체중이 1kg쯤 감소돼 아동 학대가 의심된다’는 신고에도 양모가 거부한다는 이유로 가정 방문을 10월 15일로 미뤘다.
10월 3일 마지막 통화에선 입양가정으로부터 피해 아동이 잘 지낸다고 확인했지만, 피해 아동은 10월 13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 받던 중 사망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입양기관인 홀트는 아동학대 의무신고자에 해당한다. 하지만 5개월여 동안 수 차례 정인이의 상태를 확인하고도 제대로 된 조치는 하지 않은 것이다.
현행 입양특례법에 따르면 입양기관은 입양 후 1년간 입양 가정을 확인할 의무가 있다. 1년 동안 총 4회 사후관리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며, 이중 두 번은 반드시 가정방문을 해야 한다. 홀트는 지난해 2월 3일 피해 아동이 입양된 후 지난해 10월까지 전화통화와 가정방문 각각 3회씩 모두 6차례 사후관리에 나섰지만, 정인이의 비극을 막지 못했다.
한편 경찰의 초동 대응에 미흡했던 점도 밝혀졌다. 지난해 9월 전문의가 정인이의 아동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혐의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신현영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A씨는 지난해 9월 23일 정인이가 병원에 다녀간 직후 112에 전화했다. A씨는 2분 58초간 이어진 통화에서 "아이가 혼자 걷지도 못할 정도로 영양상태가 좋지 않고, 친모 모르게 어린이집 원장이 병원에 데려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다른 데서 이미 신고가 들어간 아이 같다"라며 정인이의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닷새 후 "아이의 입 속 질병이 양부모의 학대로 인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라며 아동학대의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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