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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으면 호구? 미신, 어디까지 믿어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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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으면 호구? 미신, 어디까지 믿어봤니

입력
2021.01.08 04: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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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시험이 진행 중인 서울 소재 고등학교에서 한 학부모가 자녀의 합격을 기원하는 엿을 교문에 붙이고 있다. 수능 당일 시험장 교문에 엿을 붙이면 시험을 잘 본다는 속설 탓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수능시험이 진행 중인 서울 소재 고등학교에서 한 학부모가 자녀의 합격을 기원하는 엿을 교문에 붙이고 있다. 수능 당일 시험장 교문에 엿을 붙이면 시험을 잘 본다는 속설 탓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름을 빨간색으로 쓰면 안 된다. 자칫하면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괜찮다. 중국에서는 빨간색을 길하게 여겨 이름을 일부러 빨간색으로 쓴다(중략). 거울이 깨진다면 당신은 망한 거다. 접시가 깨지는 것도 나쁜 징조다. 하지만 독일에 있다면 괜찮다. 독일에서는 접시가 깨지는 걸 길조로 여긴다. 러시아에서는 건배를 한 후 잔을 깨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행운을 빌고 액운을 쫓아내는 의식이다.”

‘마음에 무엇에 끌려서 잘못 믿거나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는 것을 맹신하는 일.’ 미신(迷信)의 사전적 정의다. 저자는 우리 삶 속에 녹아 든 미신에 대해 말한다. 정확히는 “믿으면 바보”라고 귀띔한다.

미용실에서 잡지를 볼 때 별자리 운세를 찾아 보는 이라면, 심심할 때마다 포털에서 오늘의 운세를 검색하는 이라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안한 상황에서 용한 점쟁이를 찾은 적이 있다면, 뜨끔할지 모른다. 필자 역시 그랬다.

책은 재미없는 것은 죄악이라고 생각하는 저자의 신념이 녹아 술술 읽힌다. 특유의 유쾌한 화법으로 정색하지 않게 하면서도, 나름의 근거와 논리적 전개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물론 논란의 지점도 있다. 저자는 종교를 ‘미신의 프랜차이즈를 고심한 결과’라 말한다. “현실적 문제는 다 신의 뜻이고, 지금 희생하면 죽어서 천국에 간다는 믿음을 설파한다. 있는지조차 확실하지 않은 사후 세계 어음을 무한정 발행한다. 이 어음에는 개인차가 없다. 신실한 믿음만 증명하면 누구나 받을 수 있다.” 종교를 넘어 사상도 ‘저격’ 당한다. 공산주의, 민주주의, 자본주의까지 예외는 없다.

믿습니까? 믿습니다!ㆍ오후 지음ㆍ동아시아 발행ㆍ384쪽ㆍ1만6,000원

믿습니까? 믿습니다!ㆍ오후 지음ㆍ동아시아 발행ㆍ384쪽ㆍ1만6,000원


우리는 왜 미신을 믿는 것일까. 저자는 여기에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이유 없이 일어나는 일들이 많지만, 인간은 그 이유를 무척이나 궁금해하고 알려고 든다. 그 과정에서 미신을 믿게 되고, 우리의 마음이 편안해 진다는 것이다.

알고도 믿는다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책을 보면 적어도 나만 옳다는 생각, 특히나 그런 생각이 근거 없는 믿음에 기반한 것이고, 그런 생각을 가지고 남을 배척하는 일만은 경계해야겠단 생각이 들 것이다.

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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