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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교육 진보국 덴마크마저 뒤흔든 어린이 TV쇼 '성기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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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교육 진보국 덴마크마저 뒤흔든 어린이 TV쇼 '성기맨'

입력
2021.01.0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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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거리 된 덴마크 공영방송 4~8세 대상 쇼
거대한 성기 때문에 고충 겪는 남자의 이야기
여가부, 덴마크 성교육책 번역본 배포로 논란일기도

덴마크 공영방송 DR이 새해 들어 방영을 시작한 어린이 프로그램 '존 딜러만드'의 한 장면. 주인공이 긴 성기를 이용해 사자를 쫓아내고 있다. DR 캡처

덴마크 공영방송 DR이 새해 들어 방영을 시작한 어린이 프로그램 '존 딜러만드'의 한 장면. 주인공이 긴 성기를 이용해 사자를 쫓아내고 있다. DR 캡처


덴마크 공영방송이 신년 새 프로그램으로 선보인 TV 애니메이션이 자국 내는 물론 유럽을 비롯한 서방 국가 전역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덴마크 공영방송 DR은 2일(현지시간) 어린이 채널인 'DR라마스장'에서 거대한 성기를 지닌 남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13부작 시리즈 '존 딜러만드'를 4~8세 대상 프로그램으로 공개했다. '딜러만드'는 '성기맨'이라는 의미의 덴마크 은어다.


'가부장적 고정관념 고착화' vs. '덴마크적인 쇼일 뿐'

덴마크 공영방송 DR이 새해 들어 방영을 시작한 어린이 프로그램 '존 딜러만드'의 한 장면. DR 캡처

덴마크 공영방송 DR이 새해 들어 방영을 시작한 어린이 프로그램 '존 딜러만드'의 한 장면. DR 캡처

AFP통신과 영국 가디언은 6일 "DR의 새 프로그램이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인 곳으로 알려진 덴마크 내에서조차 어린이 시청자에게 무엇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고 전했다.

DR의 새 프로그램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성기가 큰 딜러만드가 겪는 기발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2일 첫 방송에서는 딜러만드가 성기를 그림을 그리거나 아이스크림을 훔치는 데 쓰거나 개 목줄로 활용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미 14만명이 감상했을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논란은 방송 직후부터 불거졌다. '성 평등 문화를 거스르고 가부장적 사회의 고정관념을 고착화시킨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덴마크에서 지난해 유명 여성 TV진행자 소피 리네의 문제 제기로 성폭력 고발 미투(#Me Too) 운동이 한창인 가운데 프로그램 방영을 시작한 시점도 논란거리가 됐다.

작가 앤 리즈 마스트랜드 요르겐슨은 "이것이 진정 우리가 미투 캠페인 중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인가"라고 문제 제기했다. 크리스티안 그로스 로스킬드대 교수는 "단순히 재미있는 우화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남성 성기를 조명하는 시리즈는 성 평등으로 가는 추세에 역행한다"고 평가했다.

반면 프로그램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높다. 교육 전문가 소피 먼스터는 AFP와 가진 인터뷰에서 "덴마크는 한계에 도전하고 유머를 사랑하는 문화를 갖고 있다"면서 "매우 덴마크적인 쇼일 뿐"이라고 말했다.

임상심리학자인 엘라 하이네센 회스테드는 "이 프로그램은 성에 대한 프로그램이 아니다"며 "어른들이 자신의 생각을 투영해 비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의 신체를 통제하기 어려운 남자의 이야기지만 그는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모습으로 등장한다"고 강조했다.

방송 제작진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남성이 아닌 여성이 성기를 통제하지 못하는 내용으로 만들 수도 있었다"며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DR측은 나머지 시리즈를 예정대로 방영한다는 입장이다.

DR측은 또 "우리는 논쟁은 환영하지만 덴마크 어린이에게는 콘텐츠에 한계를 둘 필요는 없다고 믿는다"며 "우리가 신경써야 할 것은 프로그램의 높은 완성도"라고 덧붙였다.


'파격 몸 교육' 논란 되풀이하는 덴마크 어린이 프로그램

덴마크 공영방송 DR이 새해 들어 방영을 시작한 어린이 프로그램 '존 딜러만드'의 한 장면. 주인공이 성기 끝에 매달린 풍선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다. DR 캡처

덴마크 공영방송 DR이 새해 들어 방영을 시작한 어린이 프로그램 '존 딜러만드'의 한 장면. 주인공이 성기 끝에 매달린 풍선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다. DR 캡처

개방적인 성교육을 하기로 유명한 덴마크에서는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에 성기가 등장하는 게 아주 드문 일만은 아니다. 성을 음지화하는 한국과 달리 덴마크인의 성교육은 직접적이고 사실적이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어린이 성교육 도서로 초등학교에 배포했다 비난 여론에 부딪쳐 긴급 회수한 책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도 1971년 덴마크에서 출간된 책이다.

교사이자 심리치료사, 성 연구가인 페르 홀름 크누센이 쓴 책으로 유아동 성교육 자료로 쓰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성행위를 직접적으로 묘사한 부분이 문제가 돼 일부 학부모와 개신교 단체 등이 반발했다.

이처럼 덴마크의 성교육은 급진적으로 보일 만큼 과감해서 이번 '존 딜러만드' 소동처럼 어린이 프로그램의 경계와 관련한 논란이 종종 일기도 한다. DR의 경우 2019년과 지난해에도 나체 상태의 성인이 11~13세 어린이 방청객의 질문을 받는 교육 프로그램 '울트라 스트립스 다운'을 방송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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