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정아 부산경찰청 프로파일러
“프로파일러는 일종의 '통역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5일 부산경찰청에서 만난 윤정아(31) 과학수사관리계 경장은 2017년 범죄분석요원 특채로 선발된 7기 막내 기수다. 학부때까지는 인하대에서 상경계열의 아태물류학을 공부했지만, 2014년 졸업할 무렵 ‘평생 재밌는 일을 하고 싶다’는 고민 끝에 프로파일러가 되기로 결심했다.
2년간 학점은행제를 통해 심리학 학사 과정을 이수, 한림대에서 법심리학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범죄심리사 자격까지 따면서 경찰서에서 200명에 달하는 소년범을 면담하고 재범위험성을 평가한 경력을 인정받은 것이 입직에 도움이 됐다. 지난해부터는 동국대에서 법심리학 박사과정을 밟으며 현장과 접목한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초등학생 때부터 만화 ‘명탐정 코난’ 등 추리물에 흥미를 느낀 윤 경장은 ‘탐정’이 되고 싶었다. 강력범죄가 두렵긴커녕,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즐거웠다고 한다. 그런 그도 처음 살인 사건 피의자를 면담할 때에는 긴장했지만 이내 깨달은 점이 있었다. 윤 경장은 “범행을 저지를 때는 악마 같은 면이 있었을 수 있지만, 그들도 다른 순간에는 의외로 평범성을 가진 인간이었다”며 “다른 사람을 분석하는 직업이니만큼 타인에 대한 감수성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경장은 실제 경험하며 느낀 프로파일러의 역할을 ‘통역기' 또는 '번역기’에 비유했다. 증거물 또는 피의자·피해자의 말과 행동에 숨어있는 진짜 의미를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정제해 전해 준다는 의미에서다. 그는 “다른 측면에서 증거를 살펴보고 미세한 차이를 발견해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했을 때, 수사관과 피해자·피의자의 중간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최근에는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됐던 사건의 증거물 중 앞서 간과됐던 부분을 재분석한 보고서를 제출한 후 영장이 발부돼 수사팀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자해와 타해 분간이 어려웠던 사건을 두고는 혈흔 등을 재조립하고, 관련자들의 심리와 동선을 분석해 현장을 재구성한 보고서가 재판 과정에서 증거로 채택돼 결국 살인미수 판결을 끌어내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프로파일러가 되고난 후 한 달에 3~5건 정도의 사건을 분석해왔다는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항상 ‘지금 맡은 사건’이다. 한 번 시작하면 그 사건에만 몰두하는 성향 탓이다. 윤 경장은 “아직 운명적인 사건을 만나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며 “신체든 권력이든 구조적인 힘의 우위에서 오는 여성·아동·동물 등 약자에 대한 폭력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그가 어릴 적 그렸던 추리물 속 탐정, 또는 프로파일러의 모습에 지금 자신의 현실은 얼마나 다가갔을까. 윤 경장은 “영화나 만화에서는 직관에 의존하거나 허구의 근거를 바탕으로 추론하는 프로파일러의 모습이 많이 나오지만, 실제로는 타인을 설득할 수 있을 정도로 객관성을 담보한 ‘진짜 근거’를 대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한다”면서 “이 편이 더 멋있다 생각한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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