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트럼프 책임론
음모론자부터 신(新)나치주의자, 총기 옹호단체까지.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벌어진 사상 초유의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가 ‘트럼프 연출, 극우 주연’의 합작품으로 결론 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선동을 부추겼던 극우단체가 폭력 사태의 몸통으로 드러나면서 ‘트럼프 책임론’은 더욱 가열될 것을 보인다.
트럼프가 깐 판에 극우단체 가담
7일(현지시간) 사건 발생 하루가 지나면서 음모론과 백인 우월주의를 신봉하는 극우주의자들이 대거 가담한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상당수는 부정선거에 대한 근거 없는 주장을 믿는 평범한 사람이었지만, 유명 극우 인사와 극우단체 회원도 적지 않았다(영국 일간 가디언)”는 정도로 요약된다.
시위대 난입 당시 사진 및 영상 분석 결과, 가장 주목을 끈 인물은 극우 음모론 신봉단체 큐어넌(QAnaon)의 열혈 활동가 제이크 앤절리다. 그는 문신이 새겨진 상체를 드러내고 뿔이 달린 모피 모자를 착용했으며, 성조기가 달린 창을 드는 등 기괴한 모습으로 의회를 활보했다. 미 CNN방송은 “‘큐어넌 샤먼(주술사)’이란 별칭으로 알려진 그의 페이스북 페이지는 음모론으로 가득 차 있다”고 전했다. 앤절리 곁에는 신나치주의자 매슈 하임바크도 있었다. AFP통신은 증오범죄 피해자 구제 활동을 펼치는 시민단체를 인용, “하임바크는 신세대 백인 민족주의의 대표 주자”라고 밝혔다.
이밖에 극우단체 ‘프라우드보이스’ 하와이 지부 설립자 닉 옥스와 온라인상에서 ‘베이크드 알래스카’란 이름으로 알려진 유명 극우활동가 팀 지오넷 역시 의회를 짓밟는 행렬에 동참했다. 가디언은 엔리케 타리오 프라우드보이스 대표의 말을 빌려 “참석자 가운데 2,500명이 이 단체 소속”이라고 설명했다.
총기 옹호단체 회원들도 힘을 보탰다. 한 남성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집무실 책상에 발을 올린 채 웃고 있는 사진은 민주주의를 훼손한 상징처럼 여겨졌다. 미 언론은 가해자가 아칸소주(州) 총기 옹호단체를 이끄는 리처드 바넷이라고 확인했다. 결국 ‘백인+남성+극단적 트럼프 지지자’가 폭력의 주체였던 셈이다.
이들에게 ‘판’을 깔아준 것은 다름 아닌 트럼프 대통령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전날부터 이틀간 1,98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6명(63%)은 이번 사건의 책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고 답했다. 흥분한 지지자들에게 “의회 앞 집회에 참석하라”라는 그의 독려가 사태의 발단이 됐다는 의미다. 일간 뉴욕타임스는 “선거 사기 주장으로 가득찬 극우 성향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 의회 침탈의 주역이었다”며 “이들은 몇 달 전부터 온라인상에서 의사당 난입 논의를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흑인이어도 대응 이랬을까”
이번 사건은 해묵은 인종차별 논란까지 끄집어냈다. 2,300명이나 되는 의회경찰의 허술한 대응을 두고서다. 이는 시위대가 백인 남성이 아닌 흑인이었다면 경찰의 대응 수위가 완전히 달랐을 것이란 비판으로 이어졌다. CNN은 “쿠데타와 다름없었던 폭력 사태에도 경찰은 최루가스와 대규모 체포로 일관했던 지난해 반(反)인종차별 시위 때와 대처 방식이 달랐다”고 지적했다.
실제 현장 동영상을 보면 일부 경찰은 지지자들이 의회에 더 접근할 수 있도록 보안펜스를 열어줬고, 몇몇은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도 포착됐다. 흑인이 주도한 지난해 인종차별 반대 시위 당시 군 병력과 주방위군이 대거 동원된 점을 감안하면 확연한 온도차가 느껴진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은 “우리는 두 개의 사법시스템을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