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국회 긴급 현안질의
“우왕좌왕하는 데 국민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우왕좌왕이라고요?” (정세균 국무총리)
“우왕좌왕 아닙니까?” (김 의원)
“누가 우왕좌왕입니까? 어떤 건지 한 번 말씀해보시죠.” (정 총리)
정세균 국무총리가 거칠어졌다. 늘 웃는 얼굴로 ‘미스터 스마일’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던 그다. 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등에 대한 국회 긴급현안질의에 나온 정 총리는 백신 수급 등을 둘러싼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언성을 높이며 강하게 맞받아쳤다.
"남의 나라가 하는게 그렇게 중요한가"...버럭
정 총리는 이날 3시간 30분동안 이어진 질의에서 작심한 듯 몰아붙이는 야당 의원들에게 작정한 듯 맞섰다.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을 다른 나라에 비해 늑장 수급했다는 질타에 특히 격하게 반응했다. 질의에 나선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미국ㆍ영국 등과 비교해 백신 확보량이 적다고 주장하자, 정 총리는 “정부는 언제, 어느 정도의 물량을 계약하는 게 최선인지 판단해서 해야 하는 것”이라며 “남의 나라가 하는 게 무슨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발끈했다. 일부 국가에서 인구 수보다 백신을 7배나 더 확보한 이유를 물을 땐 “그건 그 나라에 가서 물어보시라”라고도 했다. 백신 수급 논란에 대한 책임을 따지는 질문에도 정 총리는 "특별히 책임질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정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백신 수급 책임을 담당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서는 ”그렇게 말씀하셔도 되냐. 떠넘기긴 뭘 떠넘기냐”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를 두고 야당 의원석에서 거센 항의가 터져나왔다. 하지만 정 총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질의는 좋은데 국가 원수에 대해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품위를 지켜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19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을 언급한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총리 되고 월급을 안 받은 적이 있나”라고 묻자, 정 총리는 대답 대신 “그걸 몰라서 묻나”라고 쏘아 붙였다. 김 의원이 “월급 받는 것이 미안하다”고 말을 이어가자, 정 총리는 “말로만 하지 말고 실행을 하라"며 "작년에 우리 정부는 실천했다”고 강조했다.
공세 스트레스? 미스터 스마일은 왜
정 총리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 얘기를 할때는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보였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헬스장 등 일부 업종이 제기한 방역지침 형평성 문제를 들자, 정 총리는 “충분히 이해되고 역지사지를 해보면 얼마나 힘들까 눈물이 난다”면서 “영업을 하지 못하면서 (임대료를) 부담해야 하는 자영업자의 눈물을 어떻게 닦아줄 것인가…”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정 총리의 이날 답변 태도를 두고 다소 낯선 모습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여권 내부에서는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한 야당의 지속적인 공세에 민심까지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자,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도 생각해야 하는 정 총리가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본회의장에 선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이날 긴급현안질의에는 차관급인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참석했다. 평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 등에서 민방위복을 입었던 정 청장은 정장 차림으로 참석해 각종 현안들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차분하게 답변했다. 그는 서울 동부구치소의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에 대해 "(코로나19는) 발병 이틀 전부터 전염력이 있기 때문에 (재소자의 구치소 입소 전) 14일간 격리만으로 유입 차단에 한계가 있었다는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인정했다. 또 코로나19 백신 국내 접종 계획과 관련해서는 "인플루엔자(독감) 유행 시작 전인 11월 정도까지 집단면역 형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