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공화당 관계자들 폭로 줄이어
트럼프, 폭력 사태보다 펜스 배신에만 분노
"트럼프는 완전히 괴물(a total monster) 같았다." "그는 완전히 정신이 나갔었다."
지난 6일(현지시간) 국회의사당에 자신의 지지자들이 무단침입한 광경을 보고만 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고발과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한 관료는 7일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서 '폭도를 비판하는 연설을 하라'는 참모진의 간청도 거부한 트럼프를 괴물에까지 빗대었다. 또 다른 행정부 관계자도 "미쳤다. 도리에서 벗어난 상황"이라고 격한 반응을 내놨다.
무엇보다 트럼프가 폭동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게 당시 상황을 지근거리에서 지켜 본 이들의 증언이다. 민주주의를 뒤흔드는 폭력 사태가 벌어지는데도 자신을 '배신'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 대한 분노에만 사로잡혀 있었다는 것. 의회에서 조 바이든 승리 확정에 거부권을 행사하라는 자신의 요구를 펜스가 거부했기 때문이다. 측근에 따르면 TV중계로 시위대의 의회 난입을 지켜만 보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위해 싸우고 있다는 생각에 흥분했다.
익명의 소식통은 WP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자들을 비난하고 싶어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해서 "그들 대다수는 평화롭다" "이번 여름 폭동은 어때? 아무도 그들이 폭동을 일으킬 때는 신경쓰지 않았다" "내 사람들은 폭력배가 아니다" 등의 발언만 되풀이 했다고 전했다. 백악관과 자주 접촉하는 한 공화당 의원은 "트럼프는 위협적인 지지자들 덕에 자신을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 자신의 상황이 얼마나 불안정한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직 트럼프 관리들은 잇따라 공개적으로 대통령 비난 의견을 냈다. 지난달 법무장관직을 사임한 윌리엄 바는 AP통신을 통해 트럼프의 행위는 "지지자에 대한 배신"이라며 "의회를 압박하기 위해 군중을 조직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전직 백악관 비서실장인 존 F 켈리는 CNN방송에서 "국회의사당에서 일어난 일은 트럼프가 거짓말과 사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독살한 직접적 결과"라며 그를 해임시키기 위해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촉구했다.
정치권에서 해임·탄핵 요구까지 빗발치자 그제서야 트럼프는 이날 영상 메시지로 사실상 승복연설을 전했다. 오는 20일 새 정부 출범을 인정하고 질서정연한 정권교체를 약속하는 영상을 녹화해 트위터에 게재한 것. 백악관 보좌관들이 제안한 폭스뉴스와의 전화 인터뷰를 거절한 트럼프를 마크 메도스 비서실장과 팻 시펄론 법률고문을 포함한 백악관 참모진에 가족들까지 나서 압박한 결과다. 이때도 부정 선거 의혹에 대한 발언을 또 포함시키려 해 보좌관들이 표현 등을 완화시켰다고 W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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