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신년사에서 '남북 대화 동력을 살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확인했다. "언제든, 어디서든 만나고, 비대면의 방식으로도 대화할 수 있다"면서다. "북미 대화와 남북 대화에서 대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마지막 노력을 다하겠다"고도 강조했다.
새로운 대북 제안은 없었다. 대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당 총비서가 "비본질적인 문제"라며 거부한 보건ㆍ방역 분야 남북 협력을 다시 제안했다.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도, 북한의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 요구를 수용하기도 어려운 상황인 만큼, 대화 의지를 재확인하며 상황을 관리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文 "비대면이라도..." 남북 소통 의지 재확인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발표한 신축년(辛丑年) 신년사에서 "올해는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지 30년이 되는 해"라는 말로 새해 남북관계 구상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남북 및 북미 간 대화가 "멈춰있다"고 짚으며, 반전을 위한 "마지막 노력"을 다짐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맞춰 한미 동맹을 강화하겠다"는 전제도 덧붙였다.
'비대면 남북 소통도 가능하다'는 제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문을 걸어 잠근 북한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대화 재개를 향한 문 대통령의 의지가 그 만큼 크다는 뜻이다. '마지막 노력'이란 표현엔 정권 임기가 16개월 밖에 남지 않은 절박함, 여전히 냉랭한 북한을 돌려 세우려는 간절함이 담겨 있다. 문 대통령은 '평화'를 6번 언급했고, 5번 등장한 '대화'라는 단어는 북한을 향해서만 쓰였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많은 문제에서 한 배를 타고 있다. 남ㆍ북 국민들의 생존과 안전을 위해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코로나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상생과 평화의 물꼬가 트이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어 "협력이 갈수록 넓어질 때 우리는 통일의 길로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9일 8차 당대회 사업총화(결산) 보고에서 핵추진 잠수함 개발을 비롯한 '핵 기술 고도화'를 선언한 데 대해 문 대통령은 "전쟁과 핵무기 없는 평화의 한반도를 민족과 후손에 물려주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고 언급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대화 선결 조건'으로 내건 한반도의 미국 전략자산 전개 중단과 한미 훈련 중단에 대한 즉답은 하지 않았다.
北은 '강력한 국방력' 향하는데... 與 '김정은 답방론' 띄우기
문 대통령의 남북 대화 의지 재천명을 두고 최근 강력한 국방력을 새로운 목표로 내건 북한이 또 다시 핵을 들고 나온 상황과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과 가까운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은 '김정은 답방'을 띄우고 있다. 윤건영 의원은 10일 MBN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 답방은) 반드시 올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설훈 의원도 11일 CBS 라디오에서 김 위원장이 연내 서울을 찾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했다.
한편 신년사에서 한일 관계 언급은 원론적 수준에 그쳤다. 문 대통령은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서도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짧게 말했다.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과 일본군 위안부 손해배상소송 1심 판결 등으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한일 관계를 관리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말을 줄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대해서는 "가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전향적인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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