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야권 단일화 이슈에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안 대표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단일화 방법론을 두고 혼선을 빚자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안 대표의 이런 행보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야권 주자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받고 있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대신 안 대표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는 등 장외에서 보수 인사들과 잇따라 만나 보폭을 넓히고 있다.
12일 야권에 따르면 전날 안 대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제안해 갖기로 했던 회동을 취소했다. 오 전 시장은 17일까지 안 대표의 입당을 기다린 뒤 출마 여부를 확정 짓겠다고 했다. 때문에 안철수-오세훈 간 만남이 야권 단일화 논의에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지만 안 대표가 이를 전격적으로 취소한 것이다.
안 대표의 취소 결정에는 김 위원장의 전날 발언이 영향을 미쳤다. 김 위원장은 전날 당 비공개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안 대표 입당을 조건으로 한 오 전 시장의 출마선언에 대해 대놓고 못마땅한 심기를 드러냈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이날 “김 위원장이 오 전 시장을 질책한 상황에서 단일화 논의를 위한 만남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안 대표는 오 전 시장 외에도 전날 부산시장 보선에 출마한 이언주 전 의원과도 만남을 갖기로 했으나 취소했다. 안 대표 입장에서는 남은 선거 일정과 일단 우위를 점하고 있는 지지율 등을 고려할 때, 단일화 논의에 잠시 거리를 두는 것도 나쁠게 없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다만 안 대표는 단일화 주도권을 위한 신경전에선 물러서지 않았다. 이날 김 위원장이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대표와 단일화 없이 3자 구도가 돼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승산이 있다'는 발언을 하자, 안 대표는 “(김 위원장 발언이)야권 지지자들의 마음에 상처를 줄까 봐 걱정”이라며 “우리 경쟁상대는 여권”이라고 강조했다.
대신 안 대표는 장외에 있는 보수진영 인사들과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만나, 국민통합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지난 10일 보수진영 인사로 통하는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와 회동한 데 이어, 전날 홍준표 무소속 의원과 대구 팔공산 동화사에서 만나 정국 현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또 서해상에서 북한군에게 사살된 공무원 A씨의 유가족을 전날 만나 위로하는 사진을 이날 공개했다. 보수 진영에서 민감해 하는 문재인 정부의 안보 정책을 겨냥한 행보다. 안 대표의 이런 움직임을 두고,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비해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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