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법무부가 조직적으로 김학의 사찰"
"긴급출금, '권한 없는 검사 명의'로 요청" 지적
출금 요청하면서 임의로 사건 번호 붙여 논란
안양지청, 고발사건·기록 이첩 받아 수사 진행
2년 전 '별장 성접대' 의혹으로 수사 대상에 올랐던 김학의(65) 전 법무부 차관의 긴급 출국금지 과정을 둘러싼 불법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성접대·뇌물수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차관의 법적·도덕적 책임과는 별개로, 법무부와 검찰이 그에 대한 조사·수사 과정에서 적법 절차를 깡그리 무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또 다른 파문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2019년 3월 말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 소속 이모 검사가 김 전 차관에 대해 긴급출국금지 조치를 취하는 과정에 위법성 소지가 많다는 것이다. 김 전 차관은 2019년 3월 15일 별장 성접대 의혹 등을 조사하던 진상조사단의 소환을 거부한 뒤, 같은 달 2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태국으로 출국하려 했다. 공항에서 항공기 발권까지 마쳤으나, 법무부의 긴급출국금지 조치 때문에 결국 출국 시도는 실패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당시 이 검사는 서울동부지검 검사 직무대리 신분으로 진상조사단에 파견된 상태였다. 그러나 2019년 3월 22일과 23일, 그가 작성한 긴급출국금지 요청서와 출국금지 사후 승인요청서에는 서울동부지검장의 직인이 생략돼 있었다. 게다가 출금요청서에는 김 전 차관이 2013년 무혐의 처분을 받은 서울중앙지검의 형사사건 번호가 근거로 기재됐다. 이후 제출한 출금 승인요청서엔 ‘서울동부지검 2019년 내사1호’라는 사건번호가 적혔는데, 이마저도 김 전 차관 사건과는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검사가 취한 일련의 조치는 위법 소지가 크다는 게 상당수 법조인들의 지적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출국금지가 긴급하게 필요하면 출국하려는 자를 피의자로 입건해 출금을 요청하면 된다. 굳이 임의로 사건번호를 붙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당시 사정을 알고 있는 검찰 간부도 "법무부 직원들에게 출국기록 조회를 하도록 한 상급자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며 "감찰과 수사를 통해 누가 이런 행위를 하게 했는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이 검사를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혐의로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긴급을 요하는 사건은 임의의 사건번호로 출금을 요청한 뒤, 사후 보완하는 경우도 있다"는 반론도 있어 현재로선 '불법'이라고 단정하긴 예단하긴 힘들다. 본보는 이 검사에게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입장을 물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법무부는 김 전 차관의 긴급 출국금지 조치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이날 입장자료를 내고 "이 검사는 '서울동부지검 검사직무대리' 발령을 받은 '수사기관'에 해당해 내사 및 내사번호 부여, 긴급출국금지 요청 권한이 있다"며 '"당시는 중대한 혐의를 받고 있던 전직 고위공무원이 심야에 국외 도피를 목전에 둔 급박하고도 불가피한 사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해명했다.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 관련 논란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6일 기자회견을 열고 "법무부가 2019년 3월 법무부 직원들을 동원해 177차례에 걸쳐 김 전 차관의 출국기록을 조회했다"며 "법무부 직원들이 민간인 신분인 김 전 차관의 출입국 기록을 조직적으로 조회한 행위는 '사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측은 이와 관련, 법무부 관계자 등 10여명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은 현재 법무부 정부과천청사를 관할하는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배당돼 있다. 공익제보자가 작성한 106쪽에 달하는 공익신고 자료도 검찰로 이첩돼 있다. 여기엔 당시 법무부 출입국심사과 직원 11명이 김 전 차관 출국금지와 관련해 논의한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대화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건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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